본문 바로가기

“동성애 반대하죠” 文 발언 그후···차별금지법 딜레마 빠진 與

중앙일보 2020.06.30 05:00
정의당이 29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차별금지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이 29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차별금지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이 29일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 제정안에는 성별과 장애, 나이, 언어, 출신 국가 등을 비롯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앞서 장 의원은 지난 25일부터 본인을 제외한 국회의원 299명에게 친전(親展)을 보내 법안 동의 서명을 요청했지만, 발의 요건인 의원 10명의 서명을 채우지 못해 난항을 겪었다. 장 의원은 "이 법안이 동의할 수 없는 법안이라고 말씀하는 분은 단 한 분도 없었다"면서도 "'지금 참여하기는 좀 어렵다'고 하신 분들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동발의에는 정의당 의원 6명과 강민정(열린민주당)·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 등 소수 정당 의원이 주로 참여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왼쪽)과 이동주 의원. 뉴스1.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왼쪽)과 이동주 의원. 뉴스1.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비례대표인 권인숙·이동주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나섰다. 이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저 역시 장애인의 한 사람으로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해 평등한 구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오랫동안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왔고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극복을 지지해온 사람으로서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체적인 기류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민주당 지역구 의원 162명은 단 한 명도 정의당의 제안에 호응하지 않았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대형 교회가 '동성결혼 합법화 의도 아니냐'고 거세게 항의하는 상황에서 지역구 의원이 참여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총연합회는 지난 25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고 "소수 인권 보호를 명목으로 동성애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를 비판하는 국민을 처벌할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민주당 입장에선 딜레마다. 민주당 강령에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호하고 특권과 차별, 그리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간다"고 명시돼 있지만, 성 소수자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당론은 아직 없다. 앞서 19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한길, 최원식 의원이 각각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지만, 종교계의 반발로 법안을 중도 철회했다. 
 
민주당은 20대 국회 이후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아닌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17년 4월 대선 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홍준표 의원 사이에 오간 토론이 상징적인 장면으로 거론된다. 당시 홍 의원은 "동성애 반대하십니까"라고 거듭 물었고, 문 대통령은 "반대하죠", "(동성애) 합법화 찬성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4·15 총선을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비례연합정당 창당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3월 "(녹색당은) 훌륭한 정책이 있어 함께할 수 있으나, 성 소수자 문제로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정당과의 연합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트랜스젠더 성 소수자인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6번 김기홍 씨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시민단체로부터 비판은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민주당은 친(親) 동성애 정당'이라는 비판에선 비켜 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의당은 이날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직후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명확한 입장을 내길 바란다"는 논평(조혜민 대변인)을 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30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의 시안과 함께 국회에 "평등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표명 안건을 심의해 의결할 예정이다. 
 
미래통합당 움직임도 변수다. 통합당 내부에서는 최근 '성적 정체성' 부분을 삭제한 '제한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과 '뭉치 표' 사이 갈림길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현석·김홍범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