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공항 노조의 25일 청와대 인근 기자회견. 뉴스1
한전, 채용형 인턴 변호사 첫 선발
숙소 제공 않고 지방 근무 조건
전문가 “비정규직 지나친 정규직화
신규채용 정규직 문턱 점점 높아져”
변호사도 월 180만원 인턴 후 정규직 전환

한국전력 2020년도 4직급 전문인력 채용공고문. 한국전력
인턴 근무 기간은 4개월이며 급여 수준은 월 180만원이다. 근무지는 전라남도 나주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다. 공고문에는 “인턴 근무 기간 중 숙소 미제공”이 명시돼있다.
변호사를 포함해 모든 직렬은 예외 없이 4차에 걸친 전형절차를 모두 통과해야 인턴으로 선발될 수 있다. '서류심사→직무능력검사&인성검사→종합면접→신체검사'를 거쳐야 한다. 2차부터 5~7배수를 선발하며 최종 합격 시 8월 24일부터 인턴으로 근무를 시작한다. 한국전력은 “인턴근무 평가 후 적격자에 한해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용공고에는 정규직 전환 이후 ‘부서 배치 후 5년간 의무근무’ 조건도 달렸다.
공기업 중 정규직 전환 규모 1위
이러한 한전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둘러싸고 내부에서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많아지며 인건비 부담이 커졌는지 각종 수당이 줄어들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전은 정규직 전환 등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전년 대비 4976억원 증가했다. 한전은 지난해 1조35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면서 11년 만에 최악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점점 높아지는 정규직 문턱
반면 한전 관계자는 “채용형 인턴은 이미 공공기관의 일반화된 채용 방식”이라며 “전문인력이라 하더라도 인턴십 기간에 직무역량과 회사의 기여도 등을 적합하게 평가하고자 채용형 인턴 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턴십 기간 평가나 경쟁 등을 통해 일부러 탈락시키는 방식이 아니다”며 “큰 문제가 없다면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공기업 입사 어려운 현실 보여줘”
한편 한전의 채용형 인턴 선발 방식에 대해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신입변호사는 “로스쿨 졸업 후 서초동의 막내 변호사로 들어가도 수습 기간에 월 200만원 이상은 받는다”며 “정규직도 아닌 상황에서 지방에서 4개월간 180만원 받으며 일할 변호사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통상적인 수습 변호사 채용 조건에 비해 처우가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이러한 최저임금 수준의 열정페이 문제에 대해 상황 파악 후 문제를 공론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