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웃기는 클래식 듣는 시간

중앙일보 2020.06.30 00:09 종합 24면 지면보기
김호정 문화팀 기자

김호정 문화팀 기자

코로나19로 세계의 공연장이 닫힌 요즘, 무슨 음악을 들을까. 물론 많지만 일단 ‘이구데스만 앤 주(Igudesman & Joo)’의 동영상들을 추천한다.
 
알렉세이 이구데스만은 바이올린, 주형기는 피아노를 연주한다. 둘은 1973년생 동갑인데 영국의 예후디 메뉴인 음악학교에서 만났다. 엄숙하기만 한 공연장에 의문을 품고, 해학과 익살로 가득한 무대를 꾸미기 시작했다.
 
일단 코로나19 시대에 나온 이들의 무대부터 보기 시작하면 된다. 이달 오스트리아 빈의 콘체르트하우스의 초청으로 만든 무대에서는 ‘모든 곡 5초 안에 연주하기’ 공연을 했다. 베토벤 5번 교향곡에서 시작해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곡을 들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우스꽝스럽게 짧게 연주한다. 바로 이어 ‘스테이 홈(Stay home)’을 주제로 각종 클래식 음악을 비틀고 연이어 연주했다.
 
이 센스 있는 음악가들에게 ‘집콕 시대’는 좋은 소재다.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지휘자 바실리 페트렌코와 함께한 동영상도 재미있다. 이들은 요즘 최신 유행하는 ‘원거리 합주’를 재연했는데, 온라인으로 연결된 세 연주자가 서로 사인이 안 맞아 일어날 수 있는 ‘합주의 대참사’를 연출했다. 지휘자가 지휘봉을 내리고 한참 지나 바이올린이 시작되고, 피아니스트는 연락을 못 받아 화면에 아직 나타나지도 않았다.
 
클래식으로 유머러스한 연주를 선보이는 주형기(왼쪽)와 알렉세이 이구데스만. [사진 이구데스만 앤 주 페이스북]

클래식으로 유머러스한 연주를 선보이는 주형기(왼쪽)와 알렉세이 이구데스만. [사진 이구데스만 앤 주 페이스북]

이구데스만과 주형기의 연주를 보면 실력이 심상치 않다. 어려서부터 재능을 발견해 영재 코스를 밟은 케이스다. 하지만 따분함이 싫다며 광대를 자처했고, 그걸 알아본 세계적 연주자들이 이들과 함께 무대에 섰다.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액스, 유자왕 등 함께 했던 명단이 화려하다.
 
세계에 스트레스가 쌓이는 때여서 이들의 광대짓이 더 빛을 발한다. 예술가들의 일이다. 하이든은 자신의 ‘상사’였던 귀족이 휴가를 보내주지 않자 음악 중간에 연주자들이 하나하나 퇴장하게 만들어 풍자적 저항을 하지 않았던가. 모차르트는 일부러 촌스러운 부분을 반복한 작품 ‘음악적 농담(K. 522)’을 썼고, 베토벤은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라는 음악에서 재능을 낭비해가며 우리를 즐겁게 했다. 바흐 필생의 역작으로 꼽히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마지막 곡은 ‘양배추와 무청’이라는 당시의 우스꽝스러운 노래다. 엄마가 고기 대신 채소를 줘서 도망간다는 내용이다.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이차크 펄만은 팬데믹 이후 페이스북에 ‘재미있는 스토리’를 틈날 때마다 올리고 있다. “잠시라도 웃자”는 모토로 각종 실없는 농담을 한 후 짧게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대가일수록 여유롭다. 특히 사람들이 필요로할 때 나눠줄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많다.
 
김호정 문화팀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