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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반격…한국산 탄산칼륨 덤핑 조사 돌입

중앙일보 2020.06.30 00:02 종합 1면 지면보기
일본 정부는 한국산 화학품인 탄산칼륨에 대해 덤핑 판매 여부를 조사한다고 29일 밝혔다.
 

한국 WTO 제소 재개하자 시작
일본, 유명희 WTO 총장후보 부정적
청와대 “일본 G7 확대 반대 몰염치”

최근 한국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놓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재개한 직후여서 일본이 관련 대응에 나선 것인지 주목된다. 일본은 지난해 7월부터 반도체 제조 등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과 소재 3종의 한국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이 수출규제를 단행한 후 1년 동안 우리는 기습적 조치에 흔들리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해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었다”며 “단 한 건의 생산 차질도 없었고,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앞당기는 등 성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로 가는 길을 열었다”고 했다.
 
이날 일본 재무성과 경제산업성은 액정패널, 세제 등의 원료로 쓰이는 한국산 탄산칼륨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적용할지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사가 일본 업계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한국의 WTO 제소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업계 단체(카리전해공업회)는 한국 기업들이 탄산칼륨을 헐값에 수출해 손해를 보고 있다며 한국산에 반덤핑 관세를 물려달라고 지난 4월 말 신청했다.
 
조사 기간은 일본 정부가 고시한 29일부터 1년 이내다. 지난해 일본이 한국에서 수입한 탄산칼륨은 약 5300t이라고 재무성 등은 밝혔다. 
 
문 대통령 “일본 수출규제 1년, 생산차질 한건도 없어” 
 
일본 정부는 현재 한국산 수산화칼륨, 철강제 관연결구류 등 2개 품목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물리고 있다.
 
도쿄의 한국 정부 소식통은 “업계 요청에 따라 일본 정부가 취한 조치인 만큼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를 우리 입장에서 예단하기 어렵다”며 “한국 측의 WTO 절차 재개와 관련이 있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G7(주요 7개국) 확대 구상에 반대한 데 이어,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입후보에도 부정적인 모습이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WTO 사무총장은) 주요국 간 이해를 조정하는 자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WTO 제소를 주도한 유 본부장에 대해 사실상 반대한 셈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지난 26일 열린 한일비전포럼에서 “현재 WTO에 (한국 관련) 현안이 있고, WTO 내 일본의 위상도 있다”며 “(일본과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선) 한국 외교가 뻗어 나갈 여러 전선에서 많은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7 확대 구상을 밝힌 뒤 일본 정부가 한국의 참가를 반대한다는 뜻을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한·일은 치열한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의)몰염치의 수준이 전 세계 최상위권”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특히 민관이 혼연일체가 되고 대·중소기업이 협력한 것이 위기 극복의 결정적 원동력이 됐다”며 “의존형 경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김상진·김다영·이지영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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