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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백기, 이스타 410억 포기…자금난 제주항공이 M&A 변수

중앙일보 2020.06.29 19:05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왼쪽 두번째)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왼쪽 두번째)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M&A 성사 ‘마지막 카드’ 던진 이스타항공

 
교착 상태였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에서, 이스타항공 대주주 측이 제주항공이 요구하던 체불임금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는 재원을 내놓겠다고 29일 발표했다.
 
이스타항공은 이날 서울 강서구 소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일가가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이상직 의원의 아들 이원준 씨(66.7%)와 딸 이수지 씨(33.3%)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지분 39.6%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가치를 이번 M&A 거래 대금으로 환산하면 약 410억원 가량이라는 것이 이스타항공 측의 주장이다.
 

대주주, 사실상 410억원 포기

이스타항공에 얽힌 돈. 그래픽 신재민 기자

이스타항공에 얽힌 돈. 그래픽 신재민 기자

이스타항공 창업주 일가가 410억원을 포기하면서 이스타항공 대주주는 사실상 던질 수 있는 카드는 대부분 던졌다는 평가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545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51.17%는 이스타홀딩스와 대주주 우호지분인 비디인터내셔널·대동인베스트먼트가 분산·보유한 지분이다. 여기서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지분은 39.6%다. M&A가 성사하면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지분 38.6%를 제주항공에게 내주고, 이에 대한 대가로 410억원을 받는다.
 
계약 체결 당시 제주항공은 이행 보증금으로 115억원을 냈다. 이 돈은 받은 이스타홀딩스는 이중 ▶100억원을 전환사채(CB) 형태로 이스타항공에 이미 재투입했다. 전환사채는 향후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채권이다.
 
또 이상직 의원은 지난 25일 임직원에게 체불하고 있는 임금(240억원·추산)의 일부(2월~3월 미지급분·110억원)를 이스타홀딩스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여기에 추가로 이날 M&A 성사 시 이스타홀딩스가 제주항공으로부터 받을 돈을 모두 이스타항공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기획본부장은 “세금 등 M&A 거래에 필요한 필수 사항을 공제한 금액 전액을 대주주가 포기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긴급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김유상 이스타항공 전무(왼쪽)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문희철 기자

긴급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김유상 이스타항공 전무(왼쪽)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문희철 기자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SPA 계약상 매각 대금을 어떤 방식으로 이스타항공에 투입할지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가 앞으로 합의할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제주항공, ‘반값’ 인수 기회

계약의 한쪽이 '백기 투항'하면서, M&A 성사의 키는 제주항공에게 넘어갔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제주항공·애경그룹에게 “금명간 인수에 대한 의사를 표명하고, 진정성을 갖고 인수 작업을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이스타항공 근로자 대표도 같은 날 “이제 제주항공이 답할 차례”라며 “제주항공은 속히 협상 테이블에 나와 달라”고 요구했다.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인수 조건이 이전보다 상당히 유리해졌다. 제주항공이 체불임금을 책임지지 않아도 돼 사실상 200억원가량의 인수자금을 간접적으로 확보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이스타항공의 추산이다. 지난해 12월 양사가 최초로 합의했던 인수대금(695억원)의 절반 수준(345억원)에서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항공기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항공기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제주항공은 “이번 기자회견 내용을 이스타항공이 사전에 공유하지 않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스타항공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언급했다. 제주항공 측은 또 “공식적으로 이스타항공이 우리에게 제안한 것은 없는 상황이라, 이번 제안의 구체적인 내용 파악부터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이상직 의원 측에서 이번 M&A의 책임자(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에게 M&A 거래 종결(deal closing)을 위해서 만나자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말했다. 
인사하는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연합뉴스

인사하는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연합뉴스

항공업계에선 이날 이스타 측 발표에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 많아 제주항공 측이 선뜻 인수에 속도를 내긴 힘들 것으로 본다. 제주항공이 요구했던 이스타항공의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해소 등에 대한 방안은 이날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는 또한 M&A 성사의 최대 변수는 제주항공의 자금 사정이라고 분석한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제주항공은 지난 1분기 영업손실 657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제주항공의 3월 말 기준 자본총계는 2237억원으로 3개월 만에 1014억원이 줄었다. 2분기에도 비슷한 감소세가 이어지면 자본잠식 우려도 커진다.  
 
앞서 지난 26일 애경그룹 지주회사인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유상증자에 724억원 규모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1585억원 규모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만약 제주항공이 이미 낸 115억원 반환 소송을 각오하고 이스타항공 M&A를 포기하면, 이스타항공은 사실상 파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중론이다. 수중에 현금은 완전히 바닥났고(완전자본잠식·-1042억원·1분기 기준), 협력사에 대금을 연체 중이다. 24일 노사 간담회에서도 이스타항공은 “법정 관리 돌입 시 기업 회생이 아닌 기업 청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지원도 이미 때를 놓쳤다는 평가다. 현재로썬 정부 지원이 불투명한 데다, 만에 하나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정부 지원을 받게 되더라도 이 자금이 실제로 이스타항공에 투입될 때까지 최소 2개월은 소요한다. 조업비·유류비 등을 장기 연체 중인 협력사는 7월부터 이스타항공에 대금 지급을 요구할 전망이다. 7월까지 현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파산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문희철·곽재민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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