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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사무총장까지…민주당, 싹 쓸어갔다

중앙일보 2020.06.29 17:57
‘거여 국회’가 완성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 국회의장과 부의장 1석, 지난 15일 6개(법제사법·기획재정·외교통일·국방·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보건복지) 상임위원장에 이어 29일 본회의에서 나머지 11개 상임위원장을 자당(自黨) 몫으로 선출하면서다.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건 1987년 5월 12대 국회 후반기 이후 33년 만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상임위원장 선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상임위원장 선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야당 몫 부의장 1석이 공석이긴 하지만, 국회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전석을 여당이 가져가는 건 한국 헌정사에 전례가 없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김영춘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한 신임 국회 사무총장 임명승인안도 통과됐다. 이날 선출된 상임위원장은 김태년 운영위원장, 윤관석 정무위원장, 유기홍 교육위원장, 박광온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서영교 행정안전위원장, 도종환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이개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송옥주 환경노동위원장,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 정춘숙 여성가족위원장, 정성호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이다.
 
정무·교육·문체·농해수·환노·국토·예결위 등 7개 상임위원장은 민주당이 당초 미래통합당 몫으로 주겠다고 했지만, 통합당이 이를 거부하면서 21대 임기 개시 후 31일 만에 단독 원 구성이 마무리됐다. 친여(親與) 성향의 열린민주당(3석)과 기본소득당·시대전환(각 1석), 일부 무소속까지 총 181명의 국회의원이 이날 표결에 참여했다. 정의당(6석)은 “상임위원장은 교섭단체 간 협의를 통해 선출하는 게 정상적”(배진교 원내대표)이라며 본회의에 출석만 하고 투표는 거부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자리를 뜨고 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 뒤로 붓글씨로 쓴 한자어 '묵인' 이 보인다. 임현동·오종택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자리를 뜨고 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 뒤로 붓글씨로 쓴 한자어 '묵인' 이 보인다. 임현동·오종택 기자

앞서 김태년 민주당,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35분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21대 국회 전반기 원(院) 구성을 둘러싼 마지막 담판을 벌였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야는 전날(28일) 3시간이 넘는 협상 끝에 일부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이번 원 구성 협상의 핵심 쟁점이었던 법제사법위원장을 두고 끝까지 접점을 찾지 못했다. 박 의장과 민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의 시급성을 들며 통합당을 탓했다.
 
박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어제 저녁 원구성과 관련된 합의 초안을 마련하고 오늘 오전 중으로 추인을 받아서 효력을 발생하기로 합의했으나, 야당은 오늘 추인을 받지 못했다”며 “국민과 기업의 절박한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서 원구성을 마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각 상임위 내 통합당 몫 위원을 직권으로 강제 배정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어제 많은 진전을 이뤄 가(假)합의안이라고 할 수 있었던 안을 통합당이 거부했다. 국회를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추경안을 처리하기 위해 상임위원을 전부 선출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회 운영위원장에 선출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메모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회 운영위원장에 선출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메모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민주당에 따르면 전날 느슨하게 합의된 내용은 대략 여섯 가지로 요약된다. ▶상임위원장 민주당 11석, 통합당 7석 배분 ▶2022년 3월 대선에서 승리한 집권여당이 후반기 법사위원장 우선 선택 ▶법사위 제도 개선에 대한 여야 협의 진행 ▶30일 개원식 개최 및 임시회 기한(7월 4일) 내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 및 후속 조치 관련 국정조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의 수사·재판 과정과 그 이후 제기된 문제에 대한 법사위 차원의 청문회 등이다.
 
반면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가지 경우를 가정해 의견 접근을 할 수 있는 최대한까지 서로 논의한 사실이 있을 뿐, 합의안 초안이나 서명 같은 건 없었다”고 반박했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는 법사위원장 문제에 대해 원하는 바(전·후반기를 여야가 나눠서 맡는 것)를 얻지 못했고,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민주당 뜻대로 하는 걸 전제로 자신들이 내놓을 수 있는 안을 내놓은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제안하는 7개 상임위원장을 맡는 게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예결위장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이종배 정책위의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예결위장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이종배 정책위의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주 원내대표는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대선 이후의 집권여당이 선택하도록 하자는 내용의 민주당안(案)에 대해선 “‘너희가 다음 대선 이길 수 있으면 그때 가져가봐’라는 비아냥으로 들려 엄청난 모욕감을 느꼈다”(페이스북)고 했다. 지난 두 차례의 원 구성 관련 본회의에 홀로 참석, 의사진행발언으로 항의의 뜻을 전했던 그는 이날은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거여 단독으로 구성된 16개 상임위(예결위 제외)는 이날 본회의 산회 후 각각 전체회의를 열고 3차 추경안 심사에 돌입했다. 이날 상임위 회의 일정을 국회사무처가 아니라 민주당 공보국이 출입기자들에게 공지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이날 하루만에 상임위별 심사를 마치고, 30일부터 예결위를 가동해 이번 주 안으로 3차 추경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기업과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며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인데 자칫 아무것도 못 한 채 첫 임시국회의 회기가 이번 주에 끝나게 된다. 국민들과 기업들의 절실한 요구에 국회가 응답해 달라”며 사실상 거여의 상임위 싹쓸이를 ‘묵인’했다.

 
한편 국회법 48조 3항에 따라 부의장단과 협의 과정이 필요한 정보위원장 선출은 야당 몫 국회 부의장 1석이 공석이라 미뤄졌다. 여야 합의 시 부의장 선출이 유력했던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전대미문의 반민주 의회 폭거에 대한 항의 표시로 국회부의장 안 한다”고 썼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임시회 이후에도 통합당이 등원하지 않는다면 부의장 선출도 강행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준호·김홍범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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