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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 노조에 "체불임금 중 140억 포기하라"는 與부대변인

중앙일보 2020.06.29 17:1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이스타항공이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지난 3월 23일 김포공항에서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이스타항공이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지난 3월 23일 김포공항에서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이 29일 이스타 항공 창업주인 같은 당 이상직 의원을 대신해 노조 측에 사실상 체불 임금 포기를 제안한 사실이 알려졌다. 정의당은 "집권 여당의 당직자가 사태를 일으킨 의원 편을 들다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개인적 시도"라며 선을 그었다.
 
이스타 항공 노조는 현재까지 직원 1600명이 5개월 간 임금 약 250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거리 시위 중이다. 이들은 실소유주인 이 의원이 직접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5일 이스타항공은 체불임금 중 110억원을 부담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노조는 남은 체불임금 140억원을 포기하라는 종용이라며 거절했다.
 
그러자 나흘만에 김 부대변인이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측에 사측의 ‘110억원 제안’에 합의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곧바로 논란을 불러왔다. 당사자인 이 의원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여당 당직자가 노조에 사측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제안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통해 "김 부대변인이 나서서 이스타항공 노조에 체불임금 250억원 중 110억원만 받으라고 제안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의원 개인의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는 사안을 당의 당직자가 나서 사적으로 방어하고 변호하는 것이 합리적인 일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상직 의원 일가가 한국 기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편법적인 지배 구조와 족벌경영을 이스타항공에서 재현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있었다고는 하나 직원들의 체불임금을 전부 책임질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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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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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주당은 김 부대변인의 제안이 당과 사전 논의로 진행된 부분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본인이 전임 산별 노조 위원장으로서 중재하려고 개인적인 시도를 한 것으로 언론을 통해 알고 있다. 당과 논의해서 진행한 건 없다"고 밝혔다.
 
김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당의 부대변인 자격으로 중재한 것이 아니라 전(前) 민주노총 산별연맹 위원장으로 1600여명 이스타항공 노동자의 고용과 체불 관련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선의로 중재를 하려 한 것"이라며 "당과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현재 파산 위기에 놓여있는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 인수 합병을 추진 중이지만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7년 이스타항공을 설립한 이 의원은 일가족의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과정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이날 가족들의 회사 지분을 사측에 모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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