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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 마비 실험쥐가 다시 뛰었다" 척수손상 치료 길 열렸다

중앙일보 2020.06.29 16:34
세포 이식 후 향상된 운동능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세포 이식 후 향상된 운동능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교통사고 등으로 척수가 손상돼 하반신 마비가 된 환자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의 김정범 교수 연구팀은 피부세포에 두 종류의 유전인자를 주입해 척수를 구성하는 ‘운동신경세포’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에서 제작된 운동신경 세포의 손상 재생능력을 확인했다. 또한 임상 적용을 위해 필요한 세포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 상업화 가능성이 밝다고 UNIST 측은 밝혔다.  
 
 
척수는 뇌의 신호를 사지로 전달하거나 역으로 신체에서 느낀 감각을 뇌로 전달하는 신호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척수가 손상되면 운동기능이나 감각을 잃어 심각한 후유증을 얻는다. 이런 척수 손상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치료 및 수술요법이 있지만, 효과가 작고 부작용은 크다. 최근 들어 줄기세포를 이용해 손상된 조직을 재생시키는 ‘세포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지만 암 발생 가능성이 있어 환자에게 직접 적용하기 힘들었다.  
 
 
UNIST 척수손상 치료

UNIST 척수손상 치료

김 교수 연구팀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원하는 목적 세포를 피부세포에서 바로 얻는 직접교차분화 기법을 이용해 운동신경 세포를 제작했다. 환자 피부세포에 두 종류의 유전자를 직접 주입해 세포가 암세포로도 바뀔 가능성이 있는 ‘만능세포단계’를 거치지 않고 자가 운동신경 세포를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줄기세포치료제의 문제점인 면역거부반응과 암 발생 가능성을 모두 해결했다. 연구팀은 제작된 세포를 척수를 다친 실험쥐에 주입한 후, 상실된 운동기능이 회복되는 것과 손상된 척수조직 내에서 신경이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다.
 
 
제1저자인 이현아 UNIST 생명과학과 석ㆍ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환자 피부세포에 줄기세포의 성질을 부여하는 유전자인 ‘OCT4’와 운동신경 세포 성질을 부여하는 유전자 ‘LHX3’를 단계적으로 주입해 운동신경 세포 기능을 갖는 세포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개발된 운동신경 세포 제작법은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환자 임상치료를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세포가 필요한데, 기존의 직접분화기법은 얻을 수 있는 세포 수가 제한적이었다. 반면 연구팀 개발한 방법은 세포 자가증식이 가능한 중간세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이번 연구는 유럽분자생물학회 학술지 ‘이라이프’ 온라인판에 6월 23일자로 발표됐다.  
 
 
김정범 교수는 “현재는 쥐실험 단계에서 효능을 확인한 수준이지만, 조만간 개와 같은 중(中) 동물 시험을 거쳐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에도 들어갈 계획”이라며 “향후 2년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17년 척수손상 치료제 개발을 목적으로 교내 창업을 해 20억원의 투자금까지 받은 상태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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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