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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최초 원전해체 계획 나왔지만…갈 곳 잃은 '사용후핵연료'

중앙일보 2020.06.29 16:29
한국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인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해체하기 위한 해체계획서 초안이 공개됐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해당 초안을 9개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해 다음달 1일부터 주민공람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원전이 해체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10월 촬영된 고리1호기 전경.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촬영된 고리1호기 전경. 연합뉴스.

계획초안, "해체비용 8129억원" 

한수원은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발전용 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해체 계획서' 초안을 9개 지자체에 전달했다고 29일 밝혔다. 초안은 2032년 말까지 고리 1호기를 해체하기 위한 비용을 총 8129억원으로 추산했다. 
 
원전 해체는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진행한다. 방사성오염 정도가 낮은 시설부터 순차적으로 해체(콜드 투 핫)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비(非) 방사성 구역의 내부 계통 기기부터 철거를 시작한다. 이후 원자로 건물 등 오염 구역에 있는 내부 계통 기기를 철거하고, 마지막에 원자로 내부 구조물 등을 처리한다.
 
방사성 오염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내부 구조물은 해체할 때는 원자로 공동 수중에서 절단한다. 이송을 위한 포장도 수중에서 진행한다. 작업자 피폭을 최소화하고 대형기기를 미리 반출하면 향후 작업공간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동굴처분ㆍ표층처분ㆍ매립처분 등 3가지로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6월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17년 6월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재검토위 파행에…폐기물 처리 난관

그러나 원전 해체까지는 큰 난관을 넘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ㆍ원자로 연료로 사용된 뒤 배출되는 핵연료 물질)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초안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전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원자로에서 빼낸 후 안전한 시설에 보관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가 원전 내에 남아 있으면 해체작업을 시작할 수 없다. 고리 1호기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 1391다발 중 일부는 고리 3·4호기와 신고리1호기 등에 보관하고 있지만, 여전히 485다발은 고리 1호기 내에 남아있는 상태다.

 
한수원은 2024년 말까지 고리 원전 부지 내에 '임시 저장시설'을 만든 후 2025년 말부터 사용후핵연료를 그곳으로 반출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 계획은 현재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를 추진할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가 위원장 사퇴 등 파행을 겪고 있어 향후 계획의 진전 여부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수원은 앞으로 재검토위 상황을 주시하면서,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원전해체 계획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계획 초안을 공람할 수 있는 지자체는 부산시 기장군·해운대·금정구, 울산시 울주군·남·중·북·동구, 경남 양산시 등이다. 공람 기간은 7월 1일부터 8월 29일까지 60일간이며, 주민의견서는 관할 지자체에 제출할 수 있다. 한수원은 공람 기간 후 공청회를 열어 별도로 의견을 수렴하고, 계획서를 보완한 후 10월 말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최종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주민공람을 통해 지역민의 소중한 의견을 고리1호기 최종해체계획서에 충실히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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