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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韓도피 뺑소니범, 美돌려보냈다…아내는 법정서 오열

중앙일보 2020.06.29 15:54
음주 뺑소니를 당해 부서진 오토바이의 모습. 위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연합뉴스]

음주 뺑소니를 당해 부서진 오토바이의 모습. 위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연합뉴스]

법정에서 아기를 안고있는 아내는 오열했다. 남편은 "잘 살고 있어, 다녀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구속됐다. 29일 서울고법은 2010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내고 기소된 뒤, 판결 나흘 전 한국으로 도피한 A씨에 대해 미국 인도를 허가했다. 미국 법무부의 A씨 송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법정서 오열한 아내, 송환될 A씨는 "다녀올게"

이날 법정에서 구속된 A씨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최종 승인 이후 한달 내로 미국에 송환된다. A씨 측 변호인은 A씨 범죄의 공소시효가 만료됐고, 피해자의 상해가 중하지 않는 점을 근거로 범죄인 인도 사안이 아니라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미국에서 기소된 뒤 공소시효는 정지됐다"며 "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했다면, 우리나라도 당연히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고 미국도 응할 것을 기대할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어떻게 도피했나 

A씨의 인도허가 결정문에 따르면 2010년 A씨의 도피 귀국은 미국 법원 선고를 나흘 앞두고 긴박하게 이뤄졌다. A씨의 미국 음주 뻉소니부터 도피 귀국까지의 경과는 아래와 같다. 
 
A씨 범죄사실 타임라인
2010.6.12 음주 뺑소니 범행 
2010.8.23 A씨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기소됨(구속 뒤 보석으로 풀려남)
2011.3.3. 재판 뒤, 2011. 4.15 선고기일 지정
2011.4.11 A씨 우리나라로 도피 귀국
2011.4.15 미국 법원, A씨 보석 취소 후 구속영장 발부
 
캘리포니아 법률에 따르면 음주 뺑소니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농도가 0.08% 이상이면 최대 징역 3년에 처해진다. 여기에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었을 경우 추가로 3년형이 더해질 수 있다. A씨가 미국 교도소에서 6년을 복역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존 패터슨(36)이 2015년 도주한지 16년만에 송환되던 모습. [중앙포토]

'이태원 살인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존 패터슨(36)이 2015년 도주한지 16년만에 송환되던 모습. [중앙포토]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르면 각국 법률상 1년 이상 징역형의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은 인도 송환 대상이 된다. 2015년 5월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의자로 16년만에 송환된 아서 패터슨도 이 조약의 적용을 받았고, 2017년 한국 대법원은 20년형을 확정했다.
 

美법원서 사실관계 인정이 결정타  

A씨는 미국 법무부의 송환 요청 뒤 인도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됐고, 이후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났지만 오늘 법원의 결정으로 다시 구속됐다. 서울고법은 A씨가 미국 재판과정에서 음주 뺑소니 혐의 사실 관계를 다투지 않았고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입힌 사실을 인정한 점, 범죄 현장을 이탈했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있는 점을 근거로 A씨의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고 판단했다. 
 
A씨는 미국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도 들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검 국제협력단장을 지낸 권순철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A씨의 경우 미국 법원 판결을 앞두고 도주해 죄질이 나쁜 경우"라며 "미국으로 송환된 뒤 높은 형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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