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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의 장외지시 남발…“황교안·우병우 때도 안 그랬다”

중앙일보 2020.06.29 00:02 종합 3면 지면보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선의원 혁신포럼 ‘슬기로운 의원생활’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선의원 혁신포럼 ‘슬기로운 의원생활’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정치인 추미애’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때보다도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평가까지 있다.
 

[현장에서] 추 장관, 윤석열 겨냥 원색적 비판
범여권도 “부적절” “저급 발언”

지난 정권도 검찰 수사 개입 시도
법조계 “그땐 이 정도 아니었다”

추 장관은 지난 25일 민주당 초선의원 간담회에서 “장관 말을 들으면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해서 일을 꼬이게 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원색적인 비판을 했다. 그의 말에 여권 지지자들은 “‘추다르크’가 돌아왔다” “단숨에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고 열광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범진보로 분류되는 이들로부터다. 정의당은 26일 “국민이 심각하게 바라보는 검찰 개혁을 두 사람의 알력 싸움으로 비치게 하는 저급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추 장관은 다음 날 SNS에 “장관의 언어 품격을 저격한다면 번지수가 틀렸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28일엔 추 장관과 당적이 같은 조응천 의원까지 “삼십 년 가까이 법조에 머물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광경으로, 말문을 잃을 정도”라고 비판에 가담했다. 조 의원만이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추 장관은 해야 할 개혁 과제가 많다. 거친 말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때가 아니다”고 우려했다.
 
검찰 내부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과도했다”고 비판하는 개혁파 검사들도 우려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그의 언행이 박근혜 정부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현직 검사장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우병우 민정수석 때 정부가 검찰에 사전 보고를 요구하는 등 사실상 수사에 개입한 경우가 있었다. 지금의 추 장관은 그때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조응천. [뉴시스]

조응천. [뉴시스]

공교롭게도 세월호 특별수사단은 26일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법무부와 대검을 압수수색했다.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는 “세월호 수사 때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장관이던 시절이라 이번 압수수색이 결국 그를 겨냥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그도 지금처럼 ‘장외 지시’를 남발하진 않았다. 추 장관에겐 이번 수사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법무부 참모들도 애먹고 있다. 지난 18일 추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 조작 의혹의 주요 참고인인 한모씨를 대검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했을 때 “사실상 검찰청법 8조에 근거한 ‘구체적 사건’의 지휘권 발동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법과 제도를 책임지는 법무부 장관 자리가, 이미 당 대표까지 지낸 정치인의 새로운 발판이 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조 의원은 “추 장관의 언행은 부적절하다. 법무부 장관의 영문 표기를 직역하면 ‘정의부 장관(Minister of Justice)’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추 장관은 ‘달을 가리키는데 언론이 손가락만 본다’는 입장인 것 같은데 달을 제대로 가리켜야 사람들이 달을 보지 않겠나. 조 의원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리 말했겠나”라고 반문했다. 지금은 ‘정치인 추미애’가 아닌 ‘법무부 장관 추미애’가 더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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