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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강의실 안 가도 공부 되네” 코로나가 대학의 종말 당긴다

중앙일보 2020.06.29 00:02 종합 10면 지면보기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에 팬데믹으로 인한 부실수업까지 겹치면서 대학교육 무용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요원의 정규직 전환 사건이 맞물리면서 ‘대학 나와 봐야 뭘 하느냐’는 회의감도 확산중이다. 대학 입장에선 내년도 신입생 입학자원마저 급감해 폐교 도미노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저출산 탓 4년 후 정원 39% 미달
온라인 수업이 대학 무용론 점화
정규직 논란 ‘인국공’ 사태도 한몫

비대면 늘며 대학가 지각변동
온오프라인 결합 형태도 등장
“노동자 양성소로 보는 인식 깨야”

2040년 대학 10곳 중 8곳 폐교해야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대학들은 갑작스런 온라인 강의를 찍었다. 익숙지 않은 교수들은 진땀을 뺐다. [연합뉴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대학들은 갑작스런 온라인 강의를 찍었다. 익숙지 않은 교수들은 진땀을 뺐다. [연합뉴스]

28일 서울대 인구학연구실(조영태 교수)에 따르면 올해 대학 신입생 입학자원(전년도 만 18세 인구)은 56만 명이었다. 그러나 내년에는 48만9000명으로 급감한다. 최근 5년간 평균 대학진학률(70%)을 적용하면 34만2000명의 신입생 입학이 예상된다. 4년 후에는 42만8000명(30만 명)으로 확 떨어진다. 전국 430개 대학 모집정원(49만 명)의 61%에 불과하다.
 
2040년 입학자원은 27만 명으로 대학진학률이 OECD 평균(40%)처럼 낮아질 경우 신입생 수가 10만8000명으로 줄어든다. 현재 입학정원 기준으로 10곳 중 8곳은 폐교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내 대학진학률은 2005년(82.1%)을 정점으로 계속 줄고 있어 OECD 기준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크다. 조영태 교수는 "대학 스스로 필요성을 증명하지 않는다면 지금 같은 높은 진학률은 유지되기 어렵다”며 "당장 몇 년 후에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할 것”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한 마당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폐교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대부분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질 낮은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면서다. 일부 학생들은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며 릴레이 혈서를 쓰기도 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생 전모(25)씨는 "고교 때 ‘인강(인터넷강의)’보다 못한 수업이 많은데, 비싼 등록금 내고 다닐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중국인 유학생 A씨도 "3학점 수업에 한 시간짜리 동영상 올려주고 끝인 경우도 있다”며 "다음 학기도 온라인 수업이면 휴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준비되지 않은 온라인 수업은 부실한 경우가 많았다. 대학생들은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뉴스1]

준비되지 않은 온라인 수업은 부실한 경우가 많았다. 대학생들은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뉴스1]

취업을 준비 중인 학생들에겐 최근 ‘인국공’ 사태가 분노를 키웠다. 청년 체감실업률이 26.3%로 최악인 상황에서 좋은 일자리 얻기가 ‘노력’이 아닌 ‘로또’로 이뤄진다는 인식에서다. 26만 여명이 동의한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선 "누구는 대학 등록금 내고 스펙 쌓느라 시간과 돈을 들였는데, 알바로 들어왔다 정규직 전환되는 사람도 많다”고 비판했다. 앞서 전씨도 "결과에 차이가 없다면 굳이 열심히 해서 대학 갈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학생들은 온라인 환경에 맞는 교수법의 개발과 수업 방식의 변화도 요구했다. 경희대 대학원생 서세혁(28)씨는 "‘인강’에서 소수의 일타강사가 전국 학생들을 가르치듯 대학도 과목별로 최고 수준의 교수 한 명만 있으면 된다”며 "온라인 강의를 듣고 오프라인에선 토론과 질의응답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수업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베트남 유학생인 레응유엔레(37)씨는 한국의 뛰어난 디지털 환경을 대학교육에 접목시키길 원했다. 레씨는 "한국어가 익숙지 않은 외국인에겐 온라인 반복 학습이 장점”이라며 "화상채팅 프로그램을 통해 얼마든지 토론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꼭 서울에 오지 않고 각 나라에서 공부할 수 있다면 더 많은 학생들이 한국 대학에 진학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환경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 대학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영국대학연맹은 이번 학기 유학을 취소한 외국인 학생이 12만 명에 달하고, 손실 금액이 25억 파운드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미국 국제교육자협회가 346개 교육기관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학생들의 78%가 가을 학기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타강사처럼 일류 교수 하나면 돼”
 
미래형 플랫폼 대학으로 꼽히는 미네르바스쿨.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별도의 캠퍼스가 없다. [중앙포토]

미래형 플랫폼 대학으로 꼽히는 미네르바스쿨.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별도의 캠퍼스가 없다. [중앙포토]

지난 10일 하버드대는 코로나19로 인한 구조조정 방침을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향후 2년간 대학 수입이 12억 달러가량 감소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케이티 랍 부총장은 "인력·설비 등 비용 절감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는 보유 기금만 404억 달러에 달하는 가장 부유한 대학이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교육의 확산으로 대학가의 큰 지각변동을 예측한다. 12년간 경희대 총장을 지낸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세계 최고 석학의 강의도 온라인에서 공짜로 볼 수 있는 시대다, 교수는 이제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들의 창의성과 지적 영감을 깨울 수 있는 코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학을 단지 노동자 양성소로만 생각하는 산업시대의 틀부터 깨야 한다”며 "지금의 대학은 마치 취업하는데 필요한 졸업장을 따기 위한 것처럼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대학도 각광을 받는다. 2014년 개교한 미네르바 스쿨은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샌프란시스코·런던 등 7개 도시를 돌며 실습하는 독특한 교육 시스템으로 아이비리그에 준하는 명성을 얻었다. 조영태 교수는 "온라인 혁신을 통해 플랫폼 역량을 갖춘 소수 대학과 그렇지 않은 곳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석만 사회에디터 겸 논설위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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