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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법 여파 시작됐다…홍콩 주권반환 집회 23년만에 첫 금지

중앙일보 2020.06.28 22:16
지난 1997년 홍콩 주권반환 후 처음으로 홍콩 재야단체가 주관하는 7월 1일 주권반환 기념 집회가 금지됐다.
 

홍콩보안법 여파로 중국 눈치 보기 극심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온 단체인 '민간인권전선'이 신청한 내달 1일 주권반환 기념 집회를 불허한다고 밝혔다. 이 집회는 1997년 홍콩 주권반환 후 매년 빠짐없이 개최돼왔으며 홍콩 시민사회에는 상징성이 큰 집회다.
   
홍콩 시민들이 지난 28일 "다섯 가지 요구, 한 가지라도 빠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손가락 신호를 하며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시민들이 지난 28일 "다섯 가지 요구, 한 가지라도 빠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손가락 신호를 하며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경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과 사회 불안 우려 등을 집회 불허의 근거로 내세웠다. 홍콩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완화하고 있지만, 아직 참여 인원이 50명을 넘는 모임·집회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민간인권전선은 연령대 혹은 주소별로 소그룹을 만들어 참석하는 등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반영해서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안을 내놨지만, 홍콩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초 민간인권전선은 내달 1일 오후 3시 빅토리아 공원에서 집회한 후 홍콩정부청사까지 행진할 예정이었다. 
 
민간인권전선은 홍콩 공공집회·행진 상소위원회에 상소하겠다고 했지만 내달 1일 기념 집회가 허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홍콩 경찰은 지난달 1일 노동절 시위, 이달 4일 천안문 민주화 시위 기념 집회 등 1997년 주권반환 이후 계속 허용해 오던 시위를 올해는 전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는 홍콩 보안법을 강행하는 중국 중앙정부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콩 보안법 강행하는 중국 눈치 보기 극심 

 
앞서 지난달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을 찬성 2878표, 반대 1표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홍콩 보안법은 홍콩에 정보기관을 세워 반(反)중국 행위를 막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홍콩 보안법 '운명의 날'은 이달 30일이다. 중국 전인대는 28~30일까지 사흘간 홍콩보안법 초안 2차 심의에 나서 30일에 홍콩 보안법을 제정할 예정이다. 
홍콩 경찰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돌아다니며 단속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돌아다니며 단속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보안법 초안에는 단속 대상으로 테러 활동, 국가정권 전복 등이 들어가 있다. 예컨대 집회 중에 화염병을 던졌다가는 자칫 최장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홍콩 보안법을 어길 시, 최고형으로 종신형까지 거론된다. 

 
과거에는 홍콩에서 시위하다가 경찰에 붙잡혀도 관대한 처벌을 받아 풀려났다. 지난 2003년에는 홍콩 정부가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같은 해 7월 1일 50만 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나와 "국가보안법 반대"를 외치자 법안이 취소됐다. 지난해 7월 1일에는 55만 명의 홍콩 시민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 때도 중형을 받은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홍콩 보안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상당 수의 시위 활동이 위축될 전망이다. 홍콩 SNS상에서는 내달 1일 기념 집회를 강행하자는 의견도 올라오고 있지만 기세는 이미 꺾인 상황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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