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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사업가 간첩 사건' 피해자들, 43년 만에 전원 무죄 눈앞

중앙일보 2020.06.28 17:52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에 의해 조작된 '재일교포 사업가 간첩 사건' 피해자들이 불법 감금과 고문 피해를 본 지 43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0부(원익선 임영우 신용호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고(故) 김기오·고재원·고원용·김문규씨 등 4명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4명 모두 이미 세상을 떠났다.
 
재판부는 "김기오씨 등은 영장 없이 강제 연행돼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불법 구금된 상태로 고문, 가혹 행위를 당해 공소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자백이 기재된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서는 의심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김기오씨 등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고 강우규씨는 당시 북한의 지령을 받아 재일교포 투자 기업의 임원을 가장해 국내에 잠입한 '거물 간첩'으로, 김기오씨 등 10명은 공범으로 지목됐다.
 
이들은 1977년 영장 없이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감금된 상태에서 물고문과 전기고문, 구타 등 가혹 행위를 당한 끝에 범행을 모두 자백했으며 재판에서 11명 전원 유죄 선고를 받았다.
 
대법원은 주범으로 몰린 강씨에게 사형, 김기오씨 징역 12년, 고재원씨 징역 7년, 고원용·김문규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1978년 확정했다.
 
김문규씨는 고문 후유증으로 고통받다가 1982년 극단적 선택을 했고, 김추백씨는 1979년 교도소에서 쓰러져 형집행정지로 출소했으나 며칠 뒤 숨졌다.
 
이후 강씨 등이 고문 피해를 봤다는 사실이 뒤늦게 인정돼 속속 재심이 열렸고, 이번에 판결이 나온 김기오씨 등 4명을 제외한 7명은 이미 무죄를 확정받았다.
 
강씨를 비롯한 6명은 2016년 6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으며, 고 장봉일씨도 2018년 10월 서울고법에서 받은 무죄 판결이 항소 없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당시 사건으로 피해를 본 11명 전원이 누명을 벗게 된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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