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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야 종양 죽일수 있다" 생사람 아사시킨 中 가짜 기공대사

중앙일보 2020.06.28 11:21
역병이 창궐하면 만병을 치료한다는 혹세무민의 가짜 대사(大師)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최근 중국에선 그릇된 단식 치료로 26세 젊은이의 목숨을 앗아간 기공대사(氣功大師)가 붙잡혀 중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헤이룽장성 71세 기공대사 체포
26세 젊은이, 단식 54일 만에 사망
손뼉 치며 춤추는 ‘박수춤’ 양생법
곡기 끊고 산천수만 마시는 단식
코로나와 암 등 만병 치료 주장

자칭 기공대사인 류상린. 26세의 젊은이에게 70일 단식 치료를 하다가 젊은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중국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자칭 기공대사인 류상린. 26세의 젊은이에게 70일 단식 치료를 하다가 젊은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중국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의 톄리(鐵力)시 공안(公安, 경찰)국은 지난 24일 미신을 이용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 헤이룽장성 일월협대삼림(日月峽大森林) 관광그룹 회장인 류상린(劉尙林)과 사장 양리(楊利) 등을 체포했다. 이들은 26세의 남성 리(李)씨의 병을 치료한다며 70일 단식을 권한 끝에 54일 만에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리씨는 2017년 하얼빈(哈爾賓)에서 대학을 졸업했으나 취업에 실패하며 자주 혼잣말을 하는 등 정서 불안 상태를 보였다.
 
평소 체중이 100kg 이상이던 리씨는 일월협이 운영하는 센터에서 단식 치료를 받다 54일째인 지난 21일 사망했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평소 체중이 100kg 이상이던 리씨는 일월협이 운영하는 센터에서 단식 치료를 받다 54일째인 지난 21일 사망했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리씨의 어머니는 한 친구로부터 암을 앓던 이가 일월협노인건강센터에서 치료를 받아 회복됐는데 거기에 있는 유명 대사가 만병을 치료한다는 말을 듣고 2년 전 아들을 건강센터로 데려왔다.
 
리씨는 이후 기공을 배우고 어머니는 아들을 간호하기 위해 센터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류상린은 “치료가 가능하며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치료는 처음엔 손뼉을 쳐 독을 빼낸다는 박수와 좌선, 혈액 순환 촉진의 통맥(通脈) 등 세 가지가 이용됐다.
 
올해 71세의 기공대사 류상린은 자신이 해외에서 학위를 취득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올해 71세의 기공대사 류상린은 자신이 해외에서 학위를 취득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기공을 연마하기 위해 수련비를 내고 리씨 머리에 무언가를 씌우고 주문을 외는 통맥 치료를 할 때는 5400위안(약 90만원)을 내는 등 지난 2년간 쓴 돈만 무려 30만 위안(약 50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차도가 없었다. 그러자 지난 4월 26일 기공 대사로 알려진 류상린이 곡기를 끊는 단식 치료 방법을 제안했다. 류상린은 평소 “밥을 먹지 않으면 종양을 아사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리씨에겐 60~70일 사이의 단식을 처방했다.
  
중국 헤이룽장성 톄리시에 위치한 일월협노인삼림건강센터 빌딩. 손뼉 치며 춤추는 박수춤으로 만병을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에 30만 회원이 있으며 일본에도 분점이 설립됐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 헤이룽장성 톄리시에 위치한 일월협노인삼림건강센터 빌딩. 손뼉 치며 춤추는 박수춤으로 만병을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에 30만 회원이 있으며 일본에도 분점이 설립됐다. [중국 환구망 캡처]

 
이후 리씨는 밥을 먹지 않고 류상린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생산하는 산천수만 마셨다. 단식 30일째 리씨가 배가 아파 견딜 수 없다고 하자 생수를 끓인 물로 바꾸며 좀 더 견디라고 요구했다.
 
리씨의 어머니에 따르면 평소 몸무게가 100kg 이상 나가던 아들이 단식 38일째부터는 설 수도 없게 됐다. 그런데도 류상린은 60일이 되면 리씨가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식 52일째인 지난 19일 리씨 어머니는 더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먹을 걸 준비했다.
 
중국 헤이룽장성에 일월협대삼림관광그룹을 세우고 노인 건강관련 사업을 하는 류상린이 자신의 회사에서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중국 시대주보망 캡처]

중국 헤이룽장성에 일월협대삼림관광그룹을 세우고 노인 건강관련 사업을 하는 류상린이 자신의 회사에서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중국 시대주보망 캡처]

 
그러나 리씨는 어머니가 끓인 미음을 전부 토하고 먹지 못했다. 그러다 단식 54일째인 21일 새벽 사망했다. 류상린은 바로 화장을 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리씨의 배가 터져 폭발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공안은 그러나 가족의 동의를 얻어 리씨의 시신을 부검하기로 했으며 류상린을 조사 중이다. 올해 71세인 류상린은 톄리시 임업지구의 관광국장 등을 역임했다. 2016년 11월 일월협대삼림 관광그룹을 세우고 자신이 개발한 양생법을 보급해 왔다.
 
자칭 기공대사 류상린이 운영하는 일월협관광그룹 사이트엔 류상린이 개발한 박수춤으로 병을 고쳤다는 여러 후기가 올라와 있으나 중국 언론의 취재 결과 회사에서 임의로 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자칭 기공대사 류상린이 운영하는 일월협관광그룹 사이트엔 류상린이 개발한 박수춤으로 병을 고쳤다는 여러 후기가 올라와 있으나 중국 언론의 취재 결과 회사에서 임의로 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류상린의 양생법은 손뼉 치며 춤추는 박수춤이다. 류상린은 1월에 올린 동영상 강좌에서 박수를 10분에서 30분 동안 계속 치면 손에서 피가 나고 굳은살이 박이면서 독이 빠져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면역력을 높여 각종 암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 사이트엔 이 박수춤으로 각종 병을 고쳤다는 여러 후기가 올라와 있다. 중국 신경보(新京報) 기자가 후기를 올린 이들을 확인한 결과 후기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작성한 것이었다.
  
올해 71세의 류상린은 자칭 기공대사로 박수춤과 좌선, 단식 등의 방법으로 코로나 등 만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 바이두 캡처]

올해 71세의 류상린은 자칭 기공대사로 박수춤과 좌선, 단식 등의 방법으로 코로나 등 만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 바이두 캡처]

 
그렇지만 선전이 효과는 있어 베이징과 상하이, 하이난(海南)성, 산시(山西)성, 구이저우(貴州)성 등 중국 각지에 분점이 생겼으며 회원이 무려 30만명에 이른다. 일본 등 해외에도 분점이 설립된 상태다.
  
베이징 중의약대학의 왕전이(王振亦) 박사는 류상린의 “단식을 하면 종양을 아사시킨다”는 주장에 “병자 본인을 아사시키는 것으로 황당무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수도 중의에서 손뼉을 쳐 독을 떨쳐버리는 방법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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