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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로 숨진 웜뱃…그 뱃속서 작은 손이 힘겹게 삐져나왔다

중앙일보 2020.06.27 16:00
로드킬 당한 어미 웜뱃 주머니에서 삐져나온 작은 손. Wombat Care Bundanoon

로드킬 당한 어미 웜뱃 주머니에서 삐져나온 작은 손. Wombat Care Bundanoon

호주의 한 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해 싸늘하게 죽어 있는 웜뱃 한 마리. 
 

[애니띵] 호주 새끼 웜뱃의 기적


자세히 보니 뱃속에서 무언가가 작은 손을 밖으로 뻗고 있습니다.  
 
마치 “저를 구해주세요”라고 외치는 것처럼요.
 
#자세한 스토리는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땅속에 사는 가장 큰 동물, 웜뱃

호주 웜뱃. Wombat Care Bundanoon

호주 웜뱃. Wombat Care Bundanoon

코알라, 캥거루와 함께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 웜뱃. 호주 동남부와 태즈메이니아에 주로 서식하는 동물입니다.
 
땅속에 깊은 굴을 짓고 사는 습성이 있어 땅굴 개발업자라는 별명이 붙었죠.  
 
웜뱃은 몸길이가 최대 120㎝까지 자란다. Ballarat Wildlife Park

웜뱃은 몸길이가 최대 120㎝까지 자란다. Ballarat Wildlife Park

땅속에 사는 동물 중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종 중 하나라고 꼽혀요. 몸길이가 최대 120㎝까지 자라서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웜뱃도 있죠.
 
얼마 전 호주에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덮쳤을 때 웜뱃은 영웅 대접을 받기도 했는데요. 산불에 쫓긴 작은 동물들이 웜뱃의 굴을 피난처 삼아 목숨을 구했다는 이유에서죠.  
호주 산불 당시 불에 그을린 웜뱃의 모습. Wombat Care Bundanoon

호주 산불 당시 불에 그을린 웜뱃의 모습. Wombat Care Bundanoon

 
그런데 알고 보면 웜뱃은 덩치에 비해 약한 동물입니다. 진드기로 인해 아주 고통스러운 피부병에 걸려 죽는 경우가 많고요. 한국의 고라니처럼 로드킬에 가장 많이 희생되는 동물 중 하나죠. 
 
예전엔 호주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동물이었지만, 이제 수가 점점 줄어서 국제적으로도 ‘관심이 필요한 종’으로 분류돼 있어요.
 

죽은 어미 웜뱃 주머니서 새끼 구조 

호주 뉴사울스웨일스 분다눈의 한 도로에서 웜뱃이 로드킬을 당해 죽어 있다. Wombat Care Bundanoon

호주 뉴사울스웨일스 분다눈의 한 도로에서 웜뱃이 로드킬을 당해 죽어 있다. Wombat Care Bundanoon

호주의 웜뱃 보호단체인 ‘웜뱃 케어 분다눈(Wombat Care Bundanoon)’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각)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분다눈의 한 도로에서 웜뱃 한 마리가 로드킬을 당해 목숨을 잃었는데요.  

 
야생동물 구조 전문가인 존 크레이튼은 신고를 받고 동료와 함께 현장에 출동했어요. 그리고는 죽은 웜뱃의 상태를 살피다가 배에 있는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삐져나온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어요.
 
로드킬 당한 어미 웜뱃 주머니에서 삐져나온 작은 손. Wombat Care Bundanoon

로드킬 당한 어미 웜뱃 주머니에서 삐져나온 작은 손. Wombat Care Bundanoon

그건 바로 새끼 웜뱃의 손이었죠. 크레이튼은 조심스럽게 주머니를 열어 새끼 웜뱃을 구조했어요.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어린 암컷이었죠.
 

차가운 도로서 6시간이나…9일 만에 하늘나라로

로드킬 당한 어미 웜뱃 주머니에서 구조한 새끼 웜뱃. Wombat Care Bundanoon

로드킬 당한 어미 웜뱃 주머니에서 구조한 새끼 웜뱃. Wombat Care Bundanoon

기적적이게도 새끼 웜뱃은 힘겹게 숨을 쉬고 있었어요. 어미 웜뱃이 새끼를 주머니 안에 품은 채로 차에 치여 죽음을 맞은 거죠. 웜뱃은 캥거루처럼 미성숙한 태아를 주머니에 넣어 키우는 습성이 있어요. 
 
그래서 구조된 새끼 웜뱃은 어떻게 됐냐고요?  
 
웜뱃 구조단체는 구조 당시 144g밖에 안 됐던 그 새끼를 정성껏 돌봤는데요. 안타깝게도 차가운 도로에서 너무 오래 있었던 탓에 너무 쇠약해져 있었죠. 결국 구조된 지 9일 만에 하늘나라로 떠났어요.  
 
존 크레이튼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조그마한 새끼 웜뱃은 갓길에서 차가운 아침에 6시간 동안 구조를 기다리면서 서서히 얼어 죽고 있었다”며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생명과 사투에서 지고 말았다”고 밝혔습니다.
 

“지나치지 말고 주머니를 확인하세요”

죽은 어미 웜뱃 주머니에서 구조한 새끼 웜뱃 미스비. Wombat Care Bundanoon

죽은 어미 웜뱃 주머니에서 구조한 새끼 웜뱃 미스비. Wombat Care Bundanoon

하지만, 웜뱃에게 비극적인 일만 있는 건 아닙니다. 웜뱃 구조단체는 죽은 어미 웜뱃의 주머니에서 미스 비(MissB)라고 이름 붙인 또 다른 새끼 웜뱃 한 마리를 구조했는데요.

 
다행히 일찍 발견된 덕에 이 새끼 웜뱃은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로드킬을 당한 웜뱃을 발견했을 때 꼭 주머니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죠. 
죽은 어미 웜뱃 주머니에서 구조한 새끼 웜뱃 미스비. Wombat Care Bundanoon

죽은 어미 웜뱃 주머니에서 구조한 새끼 웜뱃 미스비. Wombat Care Bundanoon

 

“작은 웜뱃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친구, 가족 또는 더 많은 사람에게 ‘멈추고 주머니를 확인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겁니다.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걸요.” - 존 크레이튼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김지혜 리서처
영상=왕준열 
동물을 뜻하는 ‘애니멀(animal)’은 영혼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니마(anima)’에서 유래했습니다. 인간이 그렇듯, 지구상 모든 생물도 그들의 스토리가 있죠. 동물을 사랑하는 중앙일보 기자들이 만든 ‘애니띵’은 동물과 자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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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권필 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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