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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작게 먹고 조금 깨진다" 이게 옳은 투자방향일까

중앙일보 2020.06.27 14:00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59)

모든 제도는 위기를 겪으면서 발전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도 겪어 봤고 현재 코로나19 사태도 겪어 보면서 퇴직연금제도는 나름대로 진화해 나가는 것이다. [사진 Pixabay]

모든 제도는 위기를 겪으면서 발전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도 겪어 봤고 현재 코로나19 사태도 겪어 보면서 퇴직연금제도는 나름대로 진화해 나가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코로나19 사태는 그야말로 전 세계를 총체적인 위기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가 일상화됐고,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착수됐으나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증시가 급락했고, 경기를 부양하려는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대응으로 저금리 현상이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금리형 상품의 이율도 점점 떨어져 제로금리에 다가서고 있다. 퇴직연금도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이 하락했고, 원리금 보장형 상품은 수익률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아래의 〈그림1〉과 같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주식시장 수익률과 퇴직연금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그나마 퇴직연금 수익률 변동 폭이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4월의 공모형 주식펀드의 수익률은 9.30%였으나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인 2020년 1~4월의 수익률은 –7.79%를 기록해 변동폭은 17.09%포인트 정도다. 동일 기간 퇴직연금 실적 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은 8.21%에서 –5.26%로 하락해 변동폭은 13.47%포인트였다. 공모형 주식형펀드보다 퇴직연금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 변동폭이 작은 것은 퇴직연금제도의 투자한도 제한(주식포함비율 70% 이하)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1〉은 공모주식형 펀드와 퇴직연금 실적배당형 펀드의 수익률만 비교한 것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중 90%에 이르는 원리금 보장상품을 포함할 경우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퇴직연금 수익률은 플러스를 기록해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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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2008년 금융위기 때의 공모주식형 펀드와 퇴직연금 실적배당상품의 수익률 변화는 어떠했을까? 아래의 〈그림2〉를 보면 알 수 있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4~12월의 공모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33.92%였고, 2008년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4~12월의 수익률이 –36.00%로 추락해 변동 폭이 69.92%포인트나 되었다. 당시 공모주식형에 투자한 경우 거의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퇴직연금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은 동일 기간 5.46%에서 –8.45%로 변화해 변동 폭은 13.91%포인트였다. 이렇게 된 이유는 그 당시만 해도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3년 정도로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자산운용을 하는 경우가 매우 적었고, 그나마 주식포함비율이 40% 이하였기 때문에 주식 상승기의 혜택을 못 받았지만 급락기의 피해도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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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퇴직연금 가입자는 몇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첫째, 과연 퇴직연금 투자한도 제한을 없애는 것이 맞는가? 둘째, 원리금 보장상품비율이 과도한 것이 나쁘기만 한 것인가? 셋째, 이런 위기가 만약 10년 주기로 발생한다면 대책은 없을까? 이에 대한 답으로 퇴직연금 투자한도 제한은 현재보다 약간 느슨하게 하더라도 있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퇴직연금 자산운용은 장기 안정적인 기조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기에 거의 10년 주기로 경제위기가 닥치는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가정한다면 어느 정도 안전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각에서 주식 직접 투자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퇴직연금 제도가 성숙기로 들어섰다면 모를까 이제 도입기를 갓 지나 본격적 성장기로 들어갈 시점에서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현재 저금리 기조는 오래 지속될 것 같다. 따라서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쏠림현상은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경제위기가 거의 10년 주기로 반복되는 만큼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있어 위기관리에 관한 논의가 감독당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감독당국이 취한 조치는 퇴직연금대출이나 중도인출허용 정도다. 만약 퇴직연금 운용에 위기가 예상되거나 발생해 비상상황에서의 자산관리 가이드를 제시해 준다면 가입자의 의사결정 불확실성을 상당폭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제도는 위기를 겪으면서 발전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도 겪어 봤고 코로나19 사태도 겪으면서 퇴직연금제도는 나름대로 진화해나갔다. 위기를 침소봉대(針小棒大)해서 떠들 일이 아니라 퇴직연금 참여자 모두 마부위침(磨斧爲針)의 자세를 가지고 제도를 발전시킬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왜냐하면, 위기는 곧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 분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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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김성일 CGGC(Consulting Group Good Company) 대표 필진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고령화하는 나라입니다. 100세 시대를 온전히 살아가려면 자산을 연금화해 오래 쓰도록 해야 합니다. 퇴직연금제를 활용하는 개인이 늘고 있는 건 그래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활용도는 낮은 수준입니다. 퇴직연금제는 앞으로 수 년 내 직장인의 가입이 의무화될 뿐 아니라 모든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개방될 전망입니다. 미국에선 우리의 퇴직연금제에 해당하는 401K 도입으로 월급쟁이 연금 부자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노후생활의 안착을 책임질 퇴직연금 활용법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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