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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불기소’ 여론 이끈 삼성 판정승…검찰 부담 커졌다

중앙선데이 2020.06.27 00:21 692호 3면 지면보기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 불기소 권고 결정을 한 대검 수사심의위 위원들이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 불기소 권고 결정을 한 대검 수사심의위 위원들이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부정 승계 혐의에 대해 논의한 수사심의위원회 현안소위는 2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4명의 현안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대검찰청에서 열렸다. 법조계 인사를 비롯해 언론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 150~250명(수사심의위원) 중 무작위로 현안위원 15명을 선발했다.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은 최지성 전 삼성 미전실장(부회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직무 회피 의사를 밝혔다. 14명의 위원 중 위원장 직무대행 1명을 제외한 13명이 심의에 참여했다. 위원들은 이 부회장에 대해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 결론을 내렸다.
 

‘범죄 혐의 있다 보기엔 무리’ 먹혀
검찰, 앞으로 행보 신중해질 듯

심의위 권고 법적 강제력 없지만
이전 8차례 권고는 모두 받아들여

위원들은 먼저 50쪽 분량의 검찰 의견서를 살펴보고 구두 의견진술을 들었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의 이복현(48·사법연수원 32기) 부장검사와 이 부회장 대면조사를 했던 최재훈(45·34기) 부부장 검사, 수사팀에 파견됐던 김영철(47·33기)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등이 투입됐다. 검찰은 옛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단계마다 시세 조종을 비롯한 각종 불법 행위가 있었으며 이 부회장이 깊이 관여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에는 이 부회장 측 김기동(56·21기) 변호사와 이동열(54·22기) 변호사가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지적하며 방어에 나섰다. 삼성물산, 제일모직 같은 대형 상장사 주가를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합병 비율 조작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는 사건 성립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또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한 것도 주요한 방어 논리 중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대결은 전·현직 특수통들의 법리대결로도 주목받았다. 중앙지검 특수1·3부장을 지낸 김 변호사는 대검 중수부 폐지 뒤 대형 부패범죄 수사를 위해 만들어진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 단장을 지냈다. 이 변호사 역시 대검 중수부 첨단범죄수사과장과 중앙지검 특수1부장, 3차장을 거쳤다. 이날 심의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 부회장 사건을 총괄하는 최재경(58·17기) 변호사는 대검 수사기획관과 중수부장 등을 지낸 대표적 특수통이다. 이 부장검사와 김 부장검사는 최 변호사와 함께 대검 중수부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검찰은 세차레에 걸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되자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앞서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시민위원회는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전문가들이 따져봐야 한다며 심의위에 안건을 회부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열심히 준비했는데 삼성의 벽이 높은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반면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심의위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 기업 활동에 전념해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주신 데 대하여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비공개로 진행된 수사심의위는 당초 일과시간인 오후 6시까지 끝내는 것이 목표였지만, 예정보다 2시간 정도가 더 지난 오후 8시가 거의 다돼서야 결론이 났다. 그만큼 검토할 내용이 방대하고 검찰과 삼성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셈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외부활동 없이 자택에 머물며 결과를 기다렸고, 삼성 측은 침묵 속에 초조하게 결과를 지켜봤다. 현안위는 만장일치 결론을 목표로 하지만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14명 중 찬성 7명, 반대 7명으로 찬반 동수가 될 경우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회의를 마친다. 하지만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위원이  불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으로 이 부회장과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삼성물산 등은 검찰이 제시하는 혐의에 대해 사실상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아니냐’는 긍정적인 여론을 업게 됐다. 이 부회장측이 기대한 최상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검찰은 향후 이 부회장 등을 기소하는 데 있어 막대한 부담감을 안게 됐다. 이 부회장 측은 앞으로 이어질 법적 절차에 대해서도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뿐 아니라 수사 중단을 권고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삼성그룹 승계와 관련한 의혹으로 2016년 11월부터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수사팀장이 윤석렬 검찰총장이다. 불기소 권고는 이 부회장이 받는 시세 조종, 회계사기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법리적 의견이다. 수사 중단 권고는 3년 이상 진행된 검찰 수사가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의 경영 활동에 지나치게 위축시키고 있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와 법조계는 검찰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의견은 ‘권고적 효력’만을 지닐 뿐 법적 강제력이 없다. 이번 결과와 별개로 검찰이 이 부회장 등을 기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2018년 검찰수사심의위 제도가 처음 도입된 후 검찰이 매번 심의위 결과를 존중하며 따랐던 전례에 비춰볼 때 검찰의 행보는 한층 신중해질 전망이다.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을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기소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내면서 삼성 측은 큰짐을 덜게 됐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간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수사심의위에 받아들여진 셈이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심의위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변호인 의사 외에 회사가 따로 내놓을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으로선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권고가 나온면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삼성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는데, 만약 기소 권고가 나왔다면 더 이상 반론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수사심의위가 긴 시간동안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양측이 충분히 설명했고, 심의위원들도 심사숙고한 끝에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까지 이 부회장은 수사심의회 개최를 앞두고 현장 경영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9일에는 수원 반도체 연구소를 찾았고, 지난 23일에는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경영환경이 우리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면서 위기의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와 코로나 위기로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총수의 부재가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 측이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에 소집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열리게 됐다. 이에 맞서 검찰은 바로 다음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맞불을 놨다. 하지만 지난 8일 영장이 기각됐고, 지난 11일 수사심의위 소집이 결정됐다.
 
장주영·이가영·나운채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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