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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리 카페 ‘빵그레’…저소득층 청년 자립 꿈 익어간다

중앙선데이 2020.06.27 00:20 692호 16면 지면보기
23일 경남 창원의 베이커리 카페 ‘빵그레’를 찾은 주민들이 갓 만든 빵을 고르고 있다. 송봉근 기자

23일 경남 창원의 베이커리 카페 ‘빵그레’를 찾은 주민들이 갓 만든 빵을 고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23일 오전, 경남 창원시 합성동 롯데캐슬더퍼스트 상가 1층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 ‘빵그레’는 손님을 맞으려는 청년 제과사들의 손놀림으로 분주했다. 새벽부터 반죽해 노릇노릇하게 구운 식빵과 단팥빵 등이 하나둘씩 진열대에 올랐다. 판매하는 빵들은 모양도 이름도 독특하다. ‘그레식빵’이라 이름 붙은 우유식빵은 세 부분이 볼록하게 솟아올라 노란 왕관을 연상시켰다. 각진 두부 모양의 ‘잡곡식빵’, 하얀 생크림으로 동그란 ‘눈사람’ 빵, 오징어 먹물과 치즈가 만난 ‘치즈깜장이’ 빵도 시선을 모았다.
 

하이트진로, 창원자활센터 손잡고
공장 근처 상가 10년간 무상 임대

20대 기초수급자 뽑아 기술 교육
1~2년 가게 경험 쌓게 하고 독립
릴레이 청년 창업 모델 만들기로

모든 빵은 자활(自活)을 꿈꾸는 이 지역의 20대 저소득 청년들이 손수 만들고 이름도 붙였다. 빵그레는 맥주 ‘하이트’와 소주 ‘참이슬’ 등을 만들어 파는 민간 기업 하이트진로가 저소득 청년층을 돕는 나눔활동의 하나로 지난 달 20일 문을 연 가게다. 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 창원시 산하 창원지역자활센터와 지난해부터 공동 기획했다. 지역사회와 자활 희망 청년들을 동시에 크게 웃음 짓게 만든다는 의미에서 가게 이름도 ‘방그레’보다 센 느낌의 의태어(빵그레)에서 따왔다. 현재 4명의 24~28세 자활 청년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고윤정(28)씨는 “수개월간 제과와 고객 응대 교육을 받았다”며 “처음엔 어려웠지만 적응이 되면서 손님까지 늘어 보람 있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와 함께 가게를 찾은 정승아(35)씨는 “근처에 괜찮은 빵집이 없었는데 맛이 좋아 주 1~2회 오고 있다”며 “디카페인 음료와 팥빙수를 메뉴에 추가해주면 더 좋겠다”고 건의했다. 수시로 현장을 찾는 김수진 창원지역자활센터 사업팀장은 이날 즉석에서 이 같은 건의에 “케이크와 마카롱을 메뉴에 추가할 계획인데 같이 참고하겠다”고 화답했다. 지역사회 호응 속에 빵그레는 하루 평균 6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100만원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빵그레는 가게에서 일하는 저소득 청년들의 빠른 자립 기반 마련이 최우선 목표다. 이에 기초생활수급자인 20대 지원자 중에 1기를 선발, 일정 기간 기술 교육을 거쳐 현장에 투입했다. 이들이 1~2년 가게 운영 경험을 쌓고 독립하면서 후배 기수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형태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하이트진로는 이 회사가 소유한 마산 공장 인근 상가의 152㎡(약 46평, 실내 기준) 공간을 10년간 무상 임대해주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 운영 안정화까지 관리비를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재료 구입과 빵 운반 등에 필요한 차량은 물론, 청년들이 쾌적하게 일할 수 있도록 공기청정기 대여도 지원했다.
 
유영근 하이트진로 나눔문화팀장은 “청년실업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 특히 저소득 청년들은 자립 의지가 있더라도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더 바람직한 나눔 활동이라 보고 빵그레 등 청년 지원 사업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빵그레 추가 매장을 열기 위해 다른 지방자치단체 수 곳과도 협의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이 밖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3월부터 이달까지 4개월간 회사 소유 건물 등 전국 17곳에서 임대료를 전액 면제해주기도 했다. 앞서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대구·경북 지역에선 예방과 복구를 위해 총 12억원 규모의 지원 사업을 펼쳤다.  
 
자회사인 하이트진로음료도 지난 9일 서울 지역 쪽방촌 거주민과 노숙인 약 2000명에게 이 회사 생수 제품 ‘석수’ 4만병을, 23일엔 인천 지역 노숙인들에게 ‘석수 컵물’ 1만4000개를 지원하는 등 나눔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창원=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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