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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웬 고양이 자세냐고?…도가로 ‘견생의 질’도 챙긴다

중앙선데이 2020.06.27 00:02 692호 2면 지면보기

반려견 웰빙 추구 펫팸족

정미현(44)씨는 주말마다 반려견 ‘타미(4)’와 함께 운동을 하러 피트니스센터로 향한다. 운동을 하는 건 정씨가 아니라 타미다. 반려견 전용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력 강화를 위한 일대일 트레이닝을 받은 지 2년이 넘었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신호를 주면 타미가 스스로 짐볼 등 기구 위에서 동작을 한다. 지난해부터는 격주에 한 번씩 수영장도 다니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은 스파를 이용한다. 정씨는 “타미가 슬개골 수술을 받은 뒤 뒷다리가 약해 운동을 시작했다”며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가족으로 생각하는 마음은 다 똑같을 텐데, 가족에게 이 정도는 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족 반려견에 지갑 열어
근육 키우는 강아지 헬스장 북적
함께 ‘홈트’ 즐기는 반려인도 늘어

장애 동물 재활 돕는 보조기구 등장
호텔은 반려견 동반 객실 상품 출시

반려견과 보호자가 함께 하는 요가를 도가(Dog+Yoga)라고 부른다. 요가 동작을 통해 반려견과 교감하고 정서적 안정을 취하는 데 중점을 둔다. [사진 한국애견요가협회],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반려견과 보호자가 함께 하는 요가를 도가(Dog+Yoga)라고 부른다. 요가 동작을 통해 반려견과 교감하고 정서적 안정을 취하는 데 중점을 둔다. [사진 한국애견요가협회],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제는 반려견도 웰빙을 추구하는 시대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반려견 피트니스센터 ‘독핏’은 개들을 위한 운동·놀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18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개가 무슨 헬스를 하냐’며 욕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방송 프로그램에도 소개되면서 제법 입소문이 났다. 서울 강남구에 2호점을 내면서 아쿠아 테라피(수중 운동)와 강아지 유치원도 추가했다. 변우진 독핏 책임코치는 “개가 8~9살쯤 되면 부교감신경이 높아지면서 아프기 쉽고 기운이 없어지는데, 운동을 통해 교감신경을 활성화해주면 나이가 많은 개도 건강하고 활기차게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견의 웰빙을 생각하는 펫팸족이 많아지고 있다. 반려견 전문 피트니스센터를 찾거나 집에서 ‘홈트’ 영상을 보며 운동하고, 재활치료를 위한 보조기를 맞춤 제작하기도 한다. [사진 독핏·한국애견요가협회·펫츠오앤피]

반려견의 웰빙을 생각하는 펫팸족이 많아지고 있다. 반려견 전문 피트니스센터를 찾거나 집에서 ‘홈트’ 영상을 보며 운동하고, 재활치료를 위한 보조기를 맞춤 제작하기도 한다. [사진 독핏·한국애견요가협회·펫츠오앤피]

피트니스센터를 찾는 반려인들은 주로 반려견의 활동량을 늘려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서 찾아온다. 도시에 사는 반려견들은 충분한 신체활동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함께 산책하고 장난감을 던져주는 것 외에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잘 모르는 반려인들도 이곳을 찾는다. 이 경우 어질리티(민첩성) 프로그램으로 반려견과 보호자가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다. 어질리티는 개와 사람이 한 팀으로 움직이면서 장애물을 통과하는 운동이다.
 
또 수술을 받은 반려견에게 근력과 유연성을 키워주기 위해 피트니스센터를 찾기도 한다.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운동 처방을 하는 경우도 있다. 푸들·말티즈·포메라니언 등 소형견들은 슬개골 탈구를 많이 겪고, 리트리버 견종은 고관절 질환, 닥스훈트·웰시코기는 허리 디스크를 많이 앓는다. 질환이나 부상 예방 차원에서 운동을 시키거나, 비만견의 다이어트를 원하는 반려인들도 있다. 변 코치는 “기본이 되는 코어근육(배와 등 가운데 부분)을 기르면서 개들의 특성에 맞춰 강화해야 할 부위에 따라 운동을 설계한다”고 말했다.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을 움직이게 하면서 고유수용성 감각(자신의 신체를 인지하고 움직임을 감각적으로 통제하는 능력)과 몸의 균형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반려견의 웰빙을 생각하는 펫팸족이 많아지고 있다. 반려견 전문 피트니스센터를 찾거나 집에서 ‘홈트’ 영상을 보며 운동하고, 재활치료를 위한 보조기를 맞춤 제작하기도 한다. [사진 독핏·한국애견요가협회·펫츠오앤피]

반려견의 웰빙을 생각하는 펫팸족이 많아지고 있다. 반려견 전문 피트니스센터를 찾거나 집에서 ‘홈트’ 영상을 보며 운동하고, 재활치료를 위한 보조기를 맞춤 제작하기도 한다. [사진 독핏·한국애견요가협회·펫츠오앤피]

요즘은 반려견과 함께 ‘홈트(홈트레이닝)’를 하는 반려인도 생기고 있다. 집에 반려견 전용 운동기구를 두고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운동을 따라한다. 집에서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더욱 인기다. 다만, 강아지들은 몸이 불편하거나 아파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강하고, 간식을 먹고 싶어서 무리하게 따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몸 상태를 잘 살펴봐야 한다.
 
반려견 피트니스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꽤 대중화됐다. 미국과 유럽은 도그스포츠의 발달과 함께 피트니스가 발전했고, 일본은 반려견의 고령화로 인해 건강을 생각한 피트니스가 확산된 사례다. 반려견용 운동 기구도 국내 제품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해외 제품의 경우 개의 몸집과 운동 종류에 따라 다양한 기구들이 개발돼 선택의 폭이 넓다.
 
반려견의 웰빙을 생각하는 펫팸족이 많아지고 있다. 반려견 전문 피트니스센터를 찾거나 집에서 ‘홈트’ 영상을 보며 운동하고, 재활치료를 위한 보조기를 맞춤 제작하기도 한다. [사진 독핏·한국애견요가협회·펫츠오앤피]

반려견의 웰빙을 생각하는 펫팸족이 많아지고 있다. 반려견 전문 피트니스센터를 찾거나 집에서 ‘홈트’ 영상을 보며 운동하고, 재활치료를 위한 보조기를 맞춤 제작하기도 한다. [사진 독핏·한국애견요가협회·펫츠오앤피]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과거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웰빙에 대한 관심이 같이 높아진 것과 마찬가지로, 반려인들은 반려견의 노후와 웰빙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최승애 독핏 대표는 “수의료기술이 발달하고 반려견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반려견 수명은 ‘25세 시대’까지 바라보고 있다”면서 “단순히 오래 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반려견의 ‘삶의 질’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반려견의 웰빙을 생각하는 펫팸족이 많아지고 있다. 반려견 전문 피트니스센터를 찾거나 집에서 ‘홈트’ 영상을 보며 운동하고, 재활치료를 위한 보조기를 맞춤 제작하기도 한다. [사진 독핏·한국애견요가협회·펫츠오앤피]

반려견의 웰빙을 생각하는 펫팸족이 많아지고 있다. 반려견 전문 피트니스센터를 찾거나 집에서 ‘홈트’ 영상을 보며 운동하고, 재활치료를 위한 보조기를 맞춤 제작하기도 한다. [사진 독핏·한국애견요가협회·펫츠오앤피]

최 대표는 또 “호텔·공원·카페·쇼핑몰 등 반려견과 함께 갈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면서 다른 강아지나 반려인과 원만하게 교류하기 위한 매너교육 문의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호텔업계에서는 ‘펫팸족(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을 잡기 위한 반려견 동반 객실 상품을 출시하는 한편, 반려견을 위한 뷔페·놀이공간·펫케어 등 다양한 특화 서비스 마련에 나섰다. 반려견과 보호자 고객을 응대하는 방법을 직원들에게 교육하는 곳도 있다.
  
반려견의 웰빙을 생각하는 펫팸족이 많아지고 있다. 반려견 전문 피트니스센터를 찾거나 집에서 ‘홈트’ 영상을 보며 운동하고, 재활치료를 위한 보조기를 맞춤 제작하기도 한다. [사진 독핏·한국애견요가협회·펫츠오앤피]

반려견의 웰빙을 생각하는 펫팸족이 많아지고 있다. 반려견 전문 피트니스센터를 찾거나 집에서 ‘홈트’ 영상을 보며 운동하고, 재활치료를 위한 보조기를 맞춤 제작하기도 한다. [사진 독핏·한국애견요가협회·펫츠오앤피]

반려견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강아지 요가도 있다. 도그와 요가를 합쳐 ‘도가(Doga)’라고도 부른다. 반려견이 직접 요가 동작을 하도록 시키기보다는, 반려인이 요가를 하면서 반려견과의 스킨십·교감을 늘리는 방식이다. 낯을 가리거나 겁이 많아 심리적으로 위축된 반려견의 보호자들이 많이 찾는다. 요가와 함께 아로마 테라피(향기 요법), 강아지 마사지를 병행하기도 한다. 윤정원 한국애견요가협회장은 “강아지 요가는 치유와 교감에 목적을 둔다”면서 “요가 수업을 해보면 강아지들이 굉장히 편안해 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강아지들도 휠체어·의족·보조기·헬멧 등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사람이 다리를 다치면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려견들은 실내생활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나 잘못된 습관, 선천적인 질환 등으로 무릎·발목·척추·고관절 등 근골격계에 이상이 생기는 사례가 많다. 동물재활공학사인 김정현 펫츠오앤피 대표는 “중증 질환으로 재활 보조기를 맞추러 오는 경우는 물론, 최근에는 병원 치료 후 관리나 경미한 증상에 대한 홈케어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과 이별 돕는 호스피스·장례지도사·장묘업체들
반려동물의 웰빙 못지않게 중요해지고 있는 게 ‘웰다잉(well-dying)’이다. 반려인들은 가족의 일원이었던 반려동물과 마지막 이별을 할 때도 좋은 모습으로 편안하게 떠나보내길 원한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의 사체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생활폐기물로 배출하거나 등록된 동물장묘업체에 위탁해야 한다. 임의로 땅에 묻는 것은 불법이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반려동물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에 반감을 느끼는 반려인들은 운구와 화장, 납골당 안치 등을 맡아주는 동물장묘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다.
 
26일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에 정식으로 등록된 동물장묘업체는 전국에 총 45곳이다. 이 중 절반 정도인 20곳이 경기도에 위치해 있고, 나머지는 경상(10)·충청(7)·전라(2)·부산·대구·광주·세종·울산·강원(1) 등에 있다. 장묘업체의 수는 2015년 16개에서 2017년 26개, 지난해 44개로 증가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도 직업으로 등장했다. 장례 서비스도 진화해 장례식장 예약 관리, 반려동물·보호자 픽업,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해 보호자가 겪는 심리적 고통) 케어, 반려석(반려동물 유골을 압축해 만든 돌) 제작 등으로 다양해졌다. 장례식에 사용하는 수의와 관, 유골함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서는 여전히 반려동물 장묘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화장장을 혐오시설로 인식해 주민들이 건립을 반대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불법업체의 난립도 문제다. 이에 김해시·창원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나서 반려동물 장묘시설 건설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상태다. 올해 말에는 국내 처음으로 전북 임실에 공공 동물화장장과 장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기 전 삶의 마지막 순간을 편안하게 맞을 수 있도록 돕는 ‘애니멀 호스피스’ 서비스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반려동물 호스피스 전문기관이나 전문가가 부족한 현실이지만, 미국과 영국 등 반려문화 선진국에서는 애니멀 호스피스 활동이 활발하다.
 
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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