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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무서워" 일터 떠나는 日 노인…아베 '1억 총활약' 타격

중앙일보 2020.06.26 14:32
지난달 도쿄 인근 사이타마(埼玉)현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던 60대 여성 직원 2명이 잇따라 일을 그만뒀다. 편의점 점주는 “코로나19에 가족들이 걱정한다며 그만두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편의점 알바' 등 속속 일자리 떠나
극심한 고령화·저출산 대책으로
노인 일손 확보하려던 전략에 차질

 
 
이후 오전과 낮 시간대에 일할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하고 있지만 지원자를 찾기 어렵다. 기존에 이 시간대 근무를 메워왔던 노인이나 주부들이 일하기를 꺼리면서다. 점주는 “감염이 유행하더라도 영업을 계속해야 하는데 고령자들이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일터를 떠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극심한 고령화에 ‘인생 100년 시대’를 내걸고, 고령자 취업 확대를 추진해왔던 일본 정부의 정책에도 제동이 걸렸다.  
 
26일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의 노동력조사에서 지난 4월 65세 이상 고령 취업자 수가 877만명으로 전달 대비 33만명이나 줄었다. 전 연령에서 107만명이 줄어들었는데, 특히 고령 취업자의 감소 폭이 컸던 것이다. 
 
고령자는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아 코로나19로 경영상황이 어려워진 기업들의 우선 정리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감염 우려에 스스로 퇴직을 결심한 노인도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했던 지난 4월 한 노인이 마스크를 쓴 채로 가게 앞을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했던 지난 4월 한 노인이 마스크를 쓴 채로 가게 앞을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의 해결책으로 고령자 취업 확대 정책을 펼쳐왔다. 일본 정부가 슬로건으로 내건 ‘1억 총활약’, ‘인생 100년 시대’의 핵심이 ‘일하는 노인’을 늘려 일손 부족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연금수령 개시 연령을 늦춰 국민연금 고갈 문제도 완화한다는 전략이었다.  
 
이 같은 정책에 따라 일본의 고령 취업자의 비율은 2018년 12.9%까지 상승했다. 고령 취업자는 도·소매업, 서비스업 등에서 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 형태로 일하는 경우가 80% 가까이 됐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고령자들의 취업 의지가 약해지면서, 이 같은 전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기업의 고용 의무 연령(정년)을 현재 65세에서 2021년 4월부터는 70세로 올리기로 했는데 “코로나19의 확대로 고용환경이 악화하고 있어, 영향이 우려된다”(마이니치 신문)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연금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고령자 세대도 많아 이들이 결국 노동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란 관측도 있다. 2018년 국민생활기초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세대의 연간 평균 소득은 약 335만엔(약 3750만원)으로, 일본 전체 1가구당 평균인 552만엔(약 6176만원)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쿄 시니어 일자리센터를 찾은 한 여성(62세)은 “식당 등에서 접객 일을 해왔는데, 감염 불안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 접객업 말고 사무직 위주로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7개 광역단체 가운데 39개 지역에서 코로나 긴급사태선언을 해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7개 광역단체 가운데 39개 지역에서 코로나 긴급사태선언을 해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담당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고령자들이 감염 위험에 일단 구직활동을 그만두는 쪽을 선택한 것 같다. 일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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