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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장교 탈북민 “삐라 만지면 ‘손 썩는다’교육…北 주민 외면”

중앙일보 2020.06.26 06:56
지난 22일 밤 경기 파주에서 탈북단체가 보낸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이 23일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 야산에 떨어져 경찰이 수거하고 있다.  발견된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은 2~3m 크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가의 사진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밤 경기 파주에서 탈북단체가 보낸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이 23일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 야산에 떨어져 경찰이 수거하고 있다. 발견된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은 2~3m 크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가의 사진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대북전단을 문제삼아 남북간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접경지역에서 북한군 중대장을 지낸 탈북자가 대북전단을 실제로 볼 수 있는 북한 주민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멀리 날아가지 못할뿐더러 철저한 교육으로 인해 수거조차도 손이 아닌 집게로 할 정도로 대북전단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을 황해남도에서 근무했던 북한군 중대장 출신이라고 밝힌 탈북민 A 씨는 2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주민에게) ‘삐라를 만지면 3년 뒤 손이 썩어서 떨어진다’라고 교육하기 때문에 (대북 전단의) 선전 효과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야산이나 논에 대북 전단이 군데군데 떨어진 걸 흔히 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이 삐라(대북 전단)를 보고 탈출을 결심한다’는 대북 전단 살포 단체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A씨는 “삐라가 떨어지면 지역주민들은 보안원에게 알리게 돼 있다. 삐라를 쥐는 순간 정치범으로 숙청대에 간다고 교육을 한다. 주울 때는 아무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삐라에) 약품 처리가 돼 있기 때문에 3년이 지나면 손이 썩어서 떨어진다는 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대북 전단, 접경 지역만 도달…평양은 불가능

24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경기도의 위험구역 설정 및 행위금지 명령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24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경기도의 위험구역 설정 및 행위금지 명령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삐라를) 집어볼 수는 있지만 드러내놓고는 절대 볼 수 없다. 그 근처에 갔다는 자체로 보위부는 정치범 딱지를 붙인다. 대북 전단을 선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삐라를 보고 탈북했다는 사람이 10명 중의 1명은 되겠나. 전혀 그렇지 않다”며 “대북 전단이 여기서 바람 방향을 따라서 뿌리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하면 딱 국경선에까지 밖에 못 간다. 황해남도, 강원도, 개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북한은 산이 많은 지역이고 점점 들어가면서 산이 높아 대북 전단은 절대 몇십 km, 몇백 km을 못 간다. 절대 못 간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평양까지 날아간다? (말이 안 된다) 떨어져 봤자 남쪽에서 뿌리면 삐라가 딱 코앞에, 황해남도 해주 쪽 논에 떨어지지 않으면 정말 높지 않은 야산에 떨어지는데 그것도 살포돼서 널리 뿌려지는 게 아니라 포탄이 떨어져 구덩이에 떨어지는 것처럼 딱 그곳에만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전단 뿌릴 돈으로 탈북민 밥 한 그릇 사라

“왜 (대북전단 살포단체) 이분들은 보내시는 건지 잘 이해가 안 간다”고 진행자가 말하자 A씨는 “돈을 쥐여주지 않고는 절대 할 수(전단살포)가 없다”며 “자기 이익을 위해서 수많은 돈을 받아서 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짜 먹고살기 힘들어서 자유를 찾아왔는데, 전단에 돈을 넣을 게 있으면 거동이 불편하고 아무것도 없이 홀로 오신 그런 분들을 찾아가서 봉사하고 밥 한 그릇 따뜻하게 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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