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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종료아동 “철들어도 열여덟···정착금보다 일자리 더 필요”

중앙일보 2020.06.26 05:00 종합 23면 지면보기
 보호종료아동들이 설립한 브라더스키퍼는 보호종료아동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립을 돕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대표 김성민(맨오른쪽)씨와 이요셉(오른쪽 둘째), 이현기(맨 앞)씨. [사진 브라더스키퍼]

보호종료아동들이 설립한 브라더스키퍼는 보호종료아동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립을 돕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대표 김성민(맨오른쪽)씨와 이요셉(오른쪽 둘째), 이현기(맨 앞)씨. [사진 브라더스키퍼]

 
“아무리 철들어도 열여덟은 어린 나이잖아요. 처음 보육원을 나올 땐 해방감에 마냥 좋았어요. 딱 3일 만에 후회했죠. 전 라면 끓이는 법도, 계란프라이 만드는 방법도 몰랐거든요. PC방에서 밤새 게임을 하고 빈집에 돌아왔을 때 실감했죠, 이제 난 혼자구나.” 

매년 2500명, 만 18세에 시설 퇴소
자립수당 자립에 근본 해결책 안돼
전문가 "정부 통합지원체계 갖춰야"

 
 본인을 “IMF 고아”라고 소개한 이요셉(26)씨는 7년 전 경북 안동의 아동보호시설 경안신육원에서 나와 자립한 시기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만 세 살이 되던 1998년 이곳에 입소해 2013년 2월 퇴소했다. 이씨는 현재 조경업을 하는 브라더스키퍼의 창립멤버로 합류해 일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대형마트 노동자, 가전제품설치기사 등으로 일해왔다. 아동보호시설 출신인 김성민 대표가 설립한 브라더스키퍼는 보호종료아동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립을 돕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보호자가 양육하지 않는 아동, 전국에 4만명

 
보호종료 아동 해마다 몇 명 생기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보호종료 아동 해마다 몇 명 생기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부모나 보호자가 양육하지 않는 ‘요보호아동’은 전국 4만 명. 보육원‧그룹홈 등 아동보호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하는 시기는 만 18세까지다. 대학에 진학하는 아동을 제외하곤 대부분 보호시설을 떠나야 하는데, 이런 '보호종료아동'은 매년 2500명에 이른다. 
 
 지난해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정부 지원사업이 확대됐다. 정부는 이들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자립수당과 주거 지원통합서비스의 지급대상을 확대했다.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자립수당도 도입 6개월이 됐다. 보호 종료 후 3년까지 월 30만원씩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 약 7800명이 이 혜택을 받게 됐다. 또 지자체에서는 자립에 필요한 정착금을 1인당 500만~800만원씩 지원한다. 보호종료아동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는 주거지원 통합서비스 지원 물량도 지난해 240호에서 올해 306호로 늘어나고, 시행지역도 모두 10개 시도로 확대했다. 
 

자립수당 올해부터 3년간 월 30만원씩 지원

 
 이후 보호종료아동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보호종료아동들을 만나보니, 지자체의 자립정착금은 지자체 복지예산 사정에 따라 지역별로 지급액이 달라질 수도 있고 자립수당은 자립을 도울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걸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2020년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주요 내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20년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주요 내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갓 사회에 나온 이들을 기다리는 건 생활 전선의 무거운 짐이다. 보호종료아동을 돕는 봉사단체 선한울타리 최상규 대표는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를 시도하기도 하고, 사기나 불법 대출의 늪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며 “사업자등록을 하도록 유도해 신용카드‧휴대폰 불법 대출로 빚을 떠넘기는 수법이 많은데 사회경험이 적은 이들이 법률적 조언을 받아 범죄혐의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동권리보장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보호종료아동 중 20%(취업중복 포함)만 대학(2·3·4년제 학위과정)에 진학했다. 대부분 취업에 나서는데 서비스·단순노무·기능직 등에 종사(62%)하는 인원이 관리·전문·사무직 종사자(32%)의 두 배에 달한다. 월평균 소득도 150만원 미만인 사람이 43%다. 보호종료아동들은 “금전적 지원보다는 자격증 교육 범위를 확대하는 등 직업교육과 자립교육을 확대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립 당시 선택했던 진로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경우 진로를 바꾸기도 어렵다. 이현기(26)씨는 실업계고를 졸업한 뒤 조선소 하청업체에 취업했다. 이씨는 “뒤늦게 성악을 배우고 싶어 대학에 진학하려 했지만, 돈을 벌며 입시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일에 치이고 알바에 집중하다가 결국 대학진학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9년 보호종료 아동 월 평균 소득.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2019년 보호종료 아동 월 평균 소득.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자립지원 정보 제공방법이 일원화돼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위탁가정에서 보호를 받던 A씨(23‧여)는 “시설에서 퇴소한 아동보다 자립정보 얻기가 어려웠다”며 “보호종료 전 거주지와 현재 거주지가 다르면 더 큰 사각지대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주거도 또 다른 문제다. 자립 후 대부분은 LH의 ‘소년소녀가정 전세임대’제도를 이용하는데, 전세금 지원 주택 요건이 제한돼있어 월세방이나 고시원으로 떠밀리기도 한다.  
 
 보호종료아동 인식개선도 중요하다. 손자영(24‧여)씨는 “범죄 관련 기사에 달린 ‘부모 없이 자라서 그런 거 아니냐’는 댓글이 불편했다”며 “드라마나 영화에서 ‘고아랑 놀면 안 된다’는 대사가 나오거나 비정상적으로 억척스럽게 묘사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름다운재단의 도움으로 보호종료아동 인식개선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미디어에서 부정적으로 소비되는 보호종료아동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다. 아름다운가게도 보호종료아동이 삶을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자립지원과 인식개선사업을 하고 있다.
 

전문가 "보호종료 전부터 일자리와 연계한 자립교육해야"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보호종료 전부터 일자리와 연계한 자립교육을 해야 한다. 또 거주지역과 관계없이 동일한 지원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공공부문과 민간에 다양한 지원제도가 있지만, 통합지원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일부 지역이나 시설출신 보호종료아동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문제가 있다. 정부에서 전국 통합지원센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생활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도 지역별 지원센터에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영국의 개별지원자(Personal Advisor)제도처럼 보호종료아동을 추적 관리해 사회 적응을 돕고, 잘못된 진로선택을 바꿀 수 있도록 ‘두 번째 기회’를 주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석현·김유민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함께하는 세상' 기사목록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news.joins.com/issue/1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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