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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중심, 철도] 모갈 1호 → 해무 … 최고시속 60㎞에서 421㎞로 빨라졌다

중앙일보 2020.06.26 00:04 부동산 및 광고특집 1면 지면보기
국산기술로 개발한 초고속열차 해무(HEMU-430X)는 지난 2013년 3월 시험주행에서 시속 421㎞를 기록했다. 이는 프랑스·중국·일본에 이어 4번째로 빠른 속도다. 정부는 시속 400㎞대 초고속열차의 도입을 준비 중이다. [중앙포토]

국산기술로 개발한 초고속열차 해무(HEMU-430X)는 지난 2013년 3월 시험주행에서 시속 421㎞를 기록했다. 이는 프랑스·중국·일본에 이어 4번째로 빠른 속도다. 정부는 시속 400㎞대 초고속열차의 도입을 준비 중이다. [중앙포토]

“수레 속에 앉아 영창으로 내다보니 산천초목이 모두 활동하여 닫는 것 같고,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
 

28일 철도의 날 … 진화하는 열차
증기기관차부터 고속열차까지
120여 년 사이 최고속도 7배 늘어
시속 400㎞ 초고속열차 도입 계획

1899년 9월 19일에 발간된 독립신문에 실린 기사의 한 대목이다. 전날 열린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노량진~인천) 개통식과 열차 시승기를 다뤘다. 경인선을 달린 열차는 미국에서 수입한 증기기관차 ‘모갈(Mogul) 1호’였다. 일본식 명칭으로는 ‘모가’라고 부른다. 모갈은 엄청난 크기의 사물이나 거인을 뜻하는 단어다. 코레일의 배은선 송탄역장이 펴낸 『기차가 온다』(도서출판 지성사)에 따르면 모갈 1호의 최고속도는 시속 60㎞이며, 노량진~인천 사이 33.8㎞ 구간을 1시간40분에 주파했다고 한다. 이를 각 역에 정차한 시간까지 감안한 표정속도로 따지면 시속 20㎞가량 된다.
 
시속 20㎞라면 얼핏 상당히 느리게 생각된다. 그러나 당시 인천에서 노량진까지 이동하려면 돛단배로는 약 9시간 30분, 걸어서는 12시간 가까이 걸린 걸 고려하면 엄청난 속도인 셈이다. 그래서 시승기에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라는 다소 과장된 표현까지 등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인선 개통식에 선보인 증기기관차 모갈 1호. 최고속도는 시속 60㎞다. [사진 코레일]

경인선 개통식에 선보인 증기기관차 모갈 1호. 최고속도는 시속 60㎞다. [사진 코레일]

 
경인선 개통 이후 120여 년 사이 국내의 열차 속도는 그야말로 눈부시게 빨라졌다. 무려 시속 421㎞까지 기록했다. 모갈 1호의 최고속도와 비교하면 7배나 빨라졌다. 기록의 주인공은 동력분산식 고속열차인 ‘해무(HEMU-430X)’다. 동력분산식은 기관차가 따로 없이 객차 밑에 각각 모터를 분산 배치하는 방식으로 고속 주행에 유리하다고 한다. 지난 2012년 국산 기술로 개발된 해무는 이듬해 3월 시험주행에서 시속 421.4㎞를 주파해 프랑스(575㎞), 중국(486㎞), 일본(443㎞) 열차에 이어 세계 4번째로 빠른 열차가 됐다. 하지만 아직 승객 운송에는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업 운행 중인 열차 가운데 최고 속도는 고속열차인 KTX와 KTX-산천이 보유한 시속 330㎞(설계 최고속도 기준)이다. 실제로 운영되는 속도는 시속 300㎞에 조금 못 미친다. 일반열차 중에선 ITX-청춘이 최고 시속 180㎞로 가장 날래다. ITX-새마을과 누리로가 시속 150㎞로 그 뒤를 잇는다.
 
올해 국내 철도에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업무보고에 ‘시속 400㎞ 초고속열차 도입 착수’를 포함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속 400㎞는 초고속화를 나타내는 지표다. 중국·일본·스페인 등과 비교했을 때 초고속화는 해외진출에도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국내 철도에 시속 400㎞대의 열차를 도입하는 게 쉬운 건 아니다. 열차 개발은 물론 초고속열차가 다닐 수 있도록 전차선과 신호시스템, 도상 등을 모두 정비해야 한다.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제 철도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열차와 선로 모든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 확보가 필수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얻는 기술을 활용해 다른 고속열차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중앙선 투입을 앞두고 시험운행이 한창인 EMU-250이 대표적이다. 이 열차는 해무와 같은 동력분산식으로 최고 시속이 260㎞에 달한다. 또 조만간 시속 320㎞까지 달릴 수 있는 EMU-320도 등장해 KTX를 대체할 예정이다. 철도의 진화는 쉼 없이 계속되고 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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