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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정규직·정규직 하는데…캐디는 꺼리는 까닭

중앙일보 2020.06.26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정부는 내년부터 캐디의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 하고 있다. 이 경우 캐디들도 세금, 건강보험료, 국민연금을 내야 한다. [사진 아이캐디]

정부는 내년부터 캐디의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 하고 있다. 이 경우 캐디들도 세금, 건강보험료, 국민연금을 내야 한다. [사진 아이캐디]

“캐디는 빼주세요.”
 

특고직 고용보험 의무화에 반대
주로 현금 수입, 세원 노출 우려

2018년 특수고용직(특고직) 고용보험 의무화 법안이 상정됐을 때,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런 청원이 나왔다. 2002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특고직에는 골프장 캐디가 포함된다. 당시 야당 반대로 법이 통과되지 않았는데, 올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달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 특고 노동자의 고용보험 적용 법안이 처리되도록 추진해 내년 특고직 고용보험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고용안정 사각지대에 있는 특고직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캐디는 여전히 반대가 주류다.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소득이 파악돼 세금을 내야 한다. 건강보험과 연금보험에도 가입해야 한다. 소득의 20% 정도가 빠져나간다. 청원에서 캐디들은 “현실적으로 실업급여를 받기 어렵다. 골프 비용 상승에 따라 ‘노 캐디 제’로 전환하는 골프장이 늘어,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줄이는 효과만 생긴다”고 주장했다.
 
캐디는 일이 고되지만, 회사의 구속을 당하지 않는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 열심히 일하면 괜찮은 수입을 올린다. 경기 파주 서원밸리에서 지난해 가장 많이 일한 캐디의 라운드 수는 563라운드였다. 캐디피(12만원)로만 6756만원을 벌었다. 팁 등을 포함하면 8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세금은 하나도 없으니 사실상 억대 연봉이었다.
 
특히 캐디피는 거의 현금이다. 이런 이유로 소득 노출을 꺼리는 신용불량자가 캐디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들이 고용보험 가입을 절대 반대한다.
 
골프장도 부담스럽다. 골프장 입장에서는 캐디가 100명일 경우, 고용보험료로 연 5000만원 정도 들어간다. 정규직으로 고용할 경우 4대 보험료로만 연 2억6000만원 정도 부담해야 한다. 캐디들이 노동삼권을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수도권의 한 골프장 사장은 “고용보험이 실시되면 비용이 늘고, 캐디피를 올려 그 중 일정액을 회사에 내는 방식을 쓸 가능성이 크다. 결국 소비자 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골퍼와 캐디, 골프장 모두 원하지 않지만, 정부 의지가 강해 올해 안에 법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4만명 정도로 추산되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았던 캐디가 양지로 나올 경우, 통계상 고용 상황이 호전되는 것으로 나오게 된다. 세수원도 2조원 정도 확보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청소용역 노동자도 소득세를 내는데 상대적으로 고소득자인 캐디가 세금을 내지 않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높다.
 
캐디도 정규직이 유리하다. 4대 보험 부담이 반으로 준다. 캐디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는 파견업체도 등장했다. 업체 아이캐디(대표 김부경)는 “우리가 4대 보험료를 부담하고 캐디에게서 비용을 받지 않겠다. 대신 캐디를 이용한 광고, 마케팅, 제휴사업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 지역 한 골프장 대표는 “서비스를 중시하는 명문 클럽을 제외한 일반 골프장에서 캐디는 파견업체의 정규직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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