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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47년 노병 “전쟁 잊은 군대는 존재가치 없다”

중앙일보 2020.06.26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활동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 중인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활동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 중인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쟁을 잊은 군대는 그 존재가치가 없습니다. 평화는 강력한 힘에 의해 지켜집니다. (우리 군이) ‘훈련하고 또 훈련하길’ 바랍니다.”
 

김관진 ‘댓글공작’ 2심 최후진술
“오늘은 6·25전쟁 70주년 되는 날
선배들 피땀으로 세계 6위 강군”

“사이버전, 국내정치엔 쓴 적 없어
부하 구속 비통, 내게 종국적 책임”

25일 오후 6시20분 서울고등법원 312호 법정. 김관진(71)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오늘은 6·25전쟁 70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최후진술을 하자 법정 안이 숙연해졌다. 서울고법 형사합의 13부(구회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 등 군 요직을 지낸 그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군인이다. 김 전 실장은 노병이다. 그는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을 지키는 일을 천직으로 알면서 47년을 국방과 안보에 매진했다”며 “1970년대 총 한 자루 만들지 못하던 가난하고 약했던 우리 군이 이제는 세계 6위의 강군이고 모두 선배들이 피와 땀으로 이룬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 70년간 남북 군사적 대결 상태는 계속됐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적의 어떠한 도발 위협에도 당당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는 정예강군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관진 법정 발언

김관진 법정 발언

김 전 실장은 군(軍) 사이버사령부에 ‘댓글 공작’ 지시 및 정치개입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아 왔다. 검찰이 자신에게 적용한 혐의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정부·여당의 정책에 반대하는 야권 세력을 공박하는 내용으로 사이버 심리전을 전개해야 한다고 지시했고, 2012년 양대 선거에서 정부·여당이 승리하도록 하는 것을 그해 사이버심리전 기조로 설정했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2004년부터 사이버전을 시행했으나 국내 정치에 관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시나 활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빅데이터 자료도 인용했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범행 댓글은 사이버사령부 요원 121명이 2011년 11월~2013년 6월(19개월간) 사이 작성한 댓글 8862건. 이를 분석한 결과, 총선과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하루 댓글 수가 평균 10건을 넘지 않아 평소보다 더 줄었다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만약 국방부 장관의 지시였다면 사이버사 요원들이 하루에 1만 건 이상의 댓글을 달았어야 하고, 일일동향보고서에는 장관 지시사항 이행에 대한 별도의 결과 보고가 있었어야 하나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사이버사령부의 댓글사건 수사 과정에서 ‘조직적인 정치 관여나 선거개입은 없었던 방향으로 진상을 은폐했다’는 기소 내용에 대해선 “별도의 수사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전 실장은 “복무기간 중 수없이 많은 정권이 바뀌었지만 특정 정권을 위해 일하지도 않았고, 늘 정치적 중립을 입버릇처럼 강조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부하들이 아닌 자신에게 책임을 물으라고 했다. “평시 모든 국방문제의 마지막 정점에 장관의 책임이 있다. 사이버사령부 문제의 책임도 종국적으로 나에게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면서다.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부하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참으로 비통하고 가슴이 아프다. 그들과 가족이 용기를 잃지 않기를 기도한다”고 끝맺었다.
 
이날 법정엔 김 전 실장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군 동료, 선후배들이 많이 참석했다. 3사관학교 출신으로 처음 합참의장에 오른 이순진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 해병대·합참·한미연합사 등에서 두루 근무한 김인식 전 해병대 사령관, 김영식 전 제1군사령관(육사37) 등이다. 선고 재판일은 추후 지정키로 했다.
 
조강수 사회에디터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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