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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승격은 부분적 대안, 차기 정부선 보건부 독립을

중앙일보 2020.06.26 00:02 종합 12면 지면보기

포스트코로나 대변혁이 온다 ④ K방역시스템 새 틀 짜기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K방역이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실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다. 지난달 중순 기자단 간담회에서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렇게 회고했다.
 

신종 감염병 긴급 대응 절실한데
복지전문가가 방역 지휘엔 한계
OECD 37개국 중 21개국서 분리
코로나 사망률 등 더 낮게 나와

“생활치료센터 설치나 신속한 대규모 검사 시행 조치가 사실 담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늘 아쉬웠다. 좀 더 일찍 (도입)할 수 있었는데,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만 저희가 모르는 놈(코로나19)이랑 싸웠다. (중략) 되돌아보면 왜 그때 좀 더 일찍 그런 판단을 안 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생활치료센터 문제는 서명옥 전 강남구보건소장도 같은 지적을 한다. 서 전 소장은 지난 2~3월 대구 자원봉사 진료를 했다. 그는 “대구에서 무증상·경증 환자가 차지한 병상을 빨리 빼야 하는데 메르스 지침을 따르다 보니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구 입장에선 경증 환자라도 일단은 지침에 따라 병원에 둬야 한다고 주장하며 타 시·도에 환자를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과정에서 생활치료센터 이동이 3~4일 지체됐다.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 그런지 아무도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최근 브리핑에서 “팬데믹(대유행) 종식은 불가능하다. 코로나19 종식이 결코 목표가 될 수 없고, 인명 피해의 최소화를 목표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언제든지 제2의 대구 사태나 신종 감염병이 찾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방역시스템의 새 틀 짜기는 국가안보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질병관리청 승격은 부분적 대안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게 지방 인프라다.
 
OECD 국가들의 보건관련 정부조직과 100만명당 확진자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OECD 국가들의 보건관련 정부조직과 100만명당 확진자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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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편안에 권역별 질병대응센터를 두기로 돼 있는데, 이것으로는 역부족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산발적 감염은 지자체가 총괄하고 대형 사태가 터지면 방역은 질병대응센터(일종의 방역대책본부)가, 행정적 지원은 광역시(일종의 사고수습본부)가 맡는 식으로 구분해야 한다”며 “방역 방향 결정이 정치인 단체장에게 큰 부담이니 방역은 질병청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선 보건소 역량 강화도 중요하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질병대응센터가 평소에도 보건소 방역팀과 소통하면서 교육하고 훈련을 같이해야 비상시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질병대응센터를 질병관리청의 지방청으로 키우고 보건소 방역팀을 흡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서울 영등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당시 여의도 학원의 강사와 수강생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지난달 말 서울 영등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당시 여의도 학원의 강사와 수강생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에서 보건과 복지를 분리하자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직후에도 질병청 독립, 보건부 독립 논의가 있었으나 둘 다 없던 일이 됐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보건부 분리는 2022년 대선 어젠다로 올려 새 정권의 정부 조직 개편에서 시행하자”고 제안한다. 현행 보건복지부의 복지 예산이 보건의 5.4배, 인력은 1.4배에 달한다. 공무원이 양쪽을 오가면서 전문성이 제대로 쌓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의 보건 대 복지 분야 인력·예산 비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보건복지부의 보건 대 복지 분야 인력·예산 비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박은철 교수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별도 보건부를 둔 데가 독일·호주·뉴질랜드 등 21개국(A그룹)이다. 보건과 복지가 묶인 데는 영국·미국 등 8개국(B그룹), 보건복지에 다른 업무가 들어 있는 데가 일본 등 5개국(C그룹), 기타 3개국(D그룹)이다. 코로나19 사망률(사망자/확진자)은 A그룹이 4.6명으로 가장 낮다. B그룹이 7.5명, C그룹이 9.8명이다.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도 각각 2697명, 3007명, 3092명으로 A그룹이 가장 낮다. 박 교수는 “보건부로 된 나라는 방역과 보건 전문가가 포진해 있고, 초기 대응이 뛰어난 것 같다”며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은 긴급을 요하기 때문에 보건부의 준비된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질병청 독립 관련 어떤 법안 발의됐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질병청 독립 관련 어떤 법안 발의됐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박 교수는 한국이 겪은 4대 신종 감염병의 확진·사망을 비교했다. 그랬더니 사스 대응이 가장 뛰어났고, 신종플루-코로나19-메르스 순이었다. 방역 책임자를 보면 사스는 보건전문가인 김화중 장관, 신종플루는 보건과 복지를 겸비한 전재희 장관이었다. 메르스는 연금전문가인 문형표 장관, 코로나19는 복지전문가인 박능후 장관이다. 박 교수는 “코로나19는 1~3월 초기 방역에는 실패했고, 그 이후 K방역으로 거듭났다”며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은 긴급 대응이 절실한데 복지전문가가 감염병을 배우면서 대응하기에는 여유가 없다. 이게 보건부 독립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박기수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 교수는 “보건복지부에서 보건과 복지를 분리하고 보건부에 질병관리본부를 넣어야 한다. 지금 방역은 질병본부가, 의료자원 동원과 건강보험 지원 등은 보건복지부가 하는데 보건부가 한꺼번에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를 맡는 게 효율적”이라며 “나아가 환경보건(환경부), 학생보건(교육부), 근로자보건(고용노동부) 등을 보건부에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황수연 기자 ssshin@joongang.co.kr
 
중앙일보·정책기획위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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