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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쪼개기? 박용진은 왜 공정거래법 8개를 동시 발의했나

중앙일보 2020.06.25 05:00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51건의 법안을 일괄 발의했다. 이 중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8개, 보험업법 개정안은 5개, 상법 개정안은 4개, 사립학교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 각각 2개씩이다.
 
같은 법안을 내용만 다르게 해서 한꺼번에 무더기로 발의하는 것을 두고 국회 한 관계자는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공동발의 요청을 받았거나 의안정보시스템으로 이 같은 발의 행태를 확인한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모두 모아 하나의 법안으로 발의해도 법안 심의 과정에서는 사안에 따라 나누기도 하고 병합하기도 하는데, 왜 저렇게 발의했는지 의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지배구조개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지배구조개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괄 발의 건수가 월등히 많긴 하지만, 이러한 발의 행태가 박 의원만의 것은 아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 22, 23일 이틀에 걸쳐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쪼개서 발의했다. 용 의원실 보좌진은 공동발의 요건(10인 이상)을 채우기 위해 다른 정당 소속 의원실을 오가며 발품을 팔았는데, 당시 “제안이유가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왜 굳이 둘로 나눠서 도장을 받느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이 밖에도 민주당에선 24일 현재 이인영(공직선거법)·윤후덕(주택임대차보호법)·김영호(정부조직법)·서삼석(정부조직법)·송옥주(근로기준법)·신동근(국회법)·정춘숙(가정폭력처벌특례법)·김원이(의료법)·김홍걸(남북교류협력법)·이정문(의료법) 의원 등이 같은 이름의 법안을 내용만 달리해 2개로 나눠서 발의했다.
 
이 같은 ‘쪼개기 발의’에 대해 정치권에선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법이나 규칙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다분히 실적 쌓기용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런 게 ‘일하는 국회’의 모습인가”라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 평가항목 중 ‘입법 수행실적’(중간평가 9.0%, 최종평가 8.0%)은 ▶대표발의 실적 ▶입법완료 실적 등을 반영한다. 같은 이름의 법안이라도 여러 개로 나눠 발의하게 되면 발의 실적은 물론 뭉쳐서 발의할 때보다 입법완료 실적이 더 좋을 가능성이 높다. 평가 결과는 다음 공천 때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그러나 “드물지만 임기 초반에 볼 수 있는 현상”(민주당 소속 보좌관)이란 반론도 있다. 지난 임기 4년에 걸쳐 사안별로 발의했으나 임기가 만료돼 제대로 논의하지 못하고 폐기된 법안을 다시 발의하는 경우다. 이 경우 이름이 같은 다수의 법안을 합쳐서 다시 만들어달라고 법제실에 의뢰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일괄 발의하는 게 효율성 면에선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쪼개서 낸 게 아니라 20대 국회에서 발의했다가 폐기된 것을 21대 국회에서 책임지고 처리하겠다는 취지”라며 “뭉쳐서 하나의 법안으로 내면 각각의 개정안이 갖는 입법 취지가 흐려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상임위의 전문위원이 작성하는 검토보고서도 경우에 따라 비슷한 입법 취지를 가진 법안을 묶는다. 법 기술적, 정책적, 정치적 행위가 다 포함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국회 소통관에 '청년국회 4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국회 소통관에 '청년국회 4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취지의 법이라도 법안의 세부내용에 따라 그 법안에 동의하는 동료 의원이 달라지는 점도 법안을 쪼갤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용혜인 의원실 관계자는 “두 법안 모두 청년의 정치 참여를 높이는 취지지만 청년 후보 기탁금 인하, 국회의원 피선거권 연령 하향이라는 각각의 내용에 동의하는 의원들은 서로 달랐기 때문에 두 개로 발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른 선거법 개정안(최다 득표자 2인 이상일 때 연장자순이 아닌 추첨으로 당선인을 결정토록 하는 내용)을 준비 중인데, 공동발의 요건을 채우기 힘들어 발의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용 의원은 지난 22일 이 같은 선거법 3건과 국회법 개정안(국회직 선출시 연장자 우대 삭제)을 묶어 ‘청년정치 4법’ 발의를 예고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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