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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철의 시선] 덤, 원 플러스 원, 미끼상품…대학의 미래 ?

중앙일보 2020.06.25 00:37 종합 30면 지면보기
최현철 논설위원

최현철 논설위원

지난 주말 내내 ‘묶음 판매 금지’가 뜨거운 관심사였다. 발단은 지난주 환경부가 낸 ‘묶음할인 판매 시 재포장을 금지한다’는 가이드라인이었다. 생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재포장을 금지하자는 취지였는데, ‘묶음 할인 전면 금지’로 받아들여지며 논란이 커졌다. 원 플러스 원(1+1), 미끼상품, 덤 등 불리는 이름은 다양해도 다 묶음 할인과 비슷한 범주다. 이미 대세가 된 판매 방식을 금지한다니 화가 날 만도 하다.
 

끼워팔기 대상 거론된 대학
인구 감소로 지방대는 이미 흔들
온라인 강의로 위기 가속화

논란이 한창이던 22일 오전, 채권단이 두산건설을 중앙대 운영권과 묶어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패키지 딜’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1+1이나 묶음 판매와 뭐가 다를까? 이전에도 중앙대 운영권 매각은 두산그룹 구조조정 방안으로 종종 언급됐다. 그래도 대학을 미끼 상품으로 쓰겠다는 발상은 충격적이다.
 
중앙대 측은 펄쩍 뛰었다. 중앙대 관계자는 “대학을 파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라며 “특히 패키지 딜 발상은 모욕적이다”고 잘라 말했다. 근거는 대학의 주요 재산은 팔 수 없다는 사립학교법 규정이다. 건설과 대학에 함께 관심이 있는 측에서 흘린 얘기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그런데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재단에 기부금을 내거나 빚을 갚아주는 대가로 이사회 멤버를 교체해 운영권을 넘겨주는 방식이다. 교육부에 새 이사 선임을 승인받아야 하지만 그간 문제가 된 경우는 드물었다. 두산그룹도 2008년 전임 이사장의 개인 재단에 1200억원을 기부하고 중앙대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다음 날, 채권단의 두산그룹 재무구조 개선안이 시장에 알려졌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판다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누가 사느냐다. 특히 그룹에 빚더미를 안긴 두산건설은 사정이 급하다. 만약 중앙대 운영권과 묶어 사겠다는 쪽이 나선다면 채권단 입장에선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 돈으로 빚잔치를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계열사들이 대학에 기부금 내는 부담이라도 줄일 수 있으니 말이다. 두산그룹 측은 곤혹스러워했다. 그룹 관계자는 “우리가 채권단과 부딪히면서까지 원칙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매물로서 중앙대의 매력은 어느 정도일까? 두산이 인수할 당시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학들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두산은 초기 투자분 외에 해마다 200억원가량을 재단에 기부했다. 이 돈은 학교에 재단 전입금으로 넘어갔다. 같은 기간 중앙대는 8개의 건물을 짓는데 2450억원을 썼다. 대부분 두산건설이 수의계약으로 받아갔다. 두산그룹 측은 “실공사비보다 더 싸게 수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래도 다른 시각으로 보면 그룹 계열사들이 합법적으로 두산건설 매출을 올려준 셈이다. 일단 건설 계열사가 있다면 매력적인 포인트다.
 
두산이 낸 돈이 많아 보이지만 사실 대학의 한해 전체 수입의 3% 수준이다. 그 정도도 안내는 재단도 많다. 모든 비용은 등록금으로 해결한다. 돈 안 들이고 명예와 교수 임명권을 얻을 수 있는 점, 또 하나의 매력이다.
 
그런데 학령인구가 줄면서 이 구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미 지방에선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벚꽃 피는 순서로 망한다는 속설까지 떠돈다.
 
‘코로나19’는 새로운 난제를 던졌다. 이번 학기에 한 온라인 강의가 계기다. 우려와 달리 기술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었다.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학교들은 2학기에도 온라인 강의를 계속할 태세다. 학생들은 곧바로 등록금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하고 나섰다. 학교 시설을 이용하지 않았으니 그만큼 깎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환불 요구가 끝이 아니다. 의도치 않게 교수들의 강의 수준이 공개되고 말았다. “이 돈 내고 이런 강의 들어야 하느냐”고 묻는 학생들이 생겼고, 더 질 좋은 강의를 듣고 싶다는 욕구도 커졌다. 온라인 사교육 시장에서 1타 강사의 강의에 수만 명이 몰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학들로선 가성비 좋은 동영상 강의를 확보하는 게 발등의 불이 됐고 점차 온라인 플랫폼 역할을 해야한다. 카카오 대학, 네이버 대학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항해 국립대 연합이나 사립대 클러스터 같은 합종연횡이 생긴다면 개별 대학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다.
 
이래저래 매물로서의 대학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아 보인다. 중앙대는 이참에 주판을 먼저 튕겨봤을 뿐, 모든 대학이 다 함께 마주하게 될 미래다.
 
PS. 이날 환경부는 7월로 예정됐던 재포장 금지 규칙 시행을 내년으로 미뤘다. 오해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최현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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