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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버뮤다 팬츠

중앙일보 2020.06.25 00:09 종합 35면 지면보기
서정민 스타일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올여름 남녀 핫 패션 아이템 중 하나가 바로 ‘버뮤다 팬츠’ 또는 ‘버뮤다 쇼츠’로 불리는 옷이다. 무릎이 보일 정도 길이의 반바지로 요즘 젊은 층에선 비슷한 컬러·옷감의 재킷과 함께 한 벌로(토즈·사진) 입는 게 유행이다.
 
6·25전쟁 70주년인 오늘 하필 버뮤다 팬츠를 떠올린 건 20세기 패션사에서 ‘전쟁’과 ‘군복’은 다양한 변환점을 제시하며 큰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아쿠아 스큐텀과 버버리가 영국군이 입던 레인 코트를 민간인을 위한 트렌치코트로 탄생시켰고, 레이밴은 미 공군 조종사들이 애용했던 선글라스를 토대로 지금의 보잉 선글라스를 만들었다. 봄부터 ‘옷 좀 입는다’ 하는 이효리·차승원 등 남녀 연예인들이 즐겨 입는 점프 수트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에서 독일군의 공습에 대비해 신속히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지퍼가 달린 올인원(일체형) 옷을 만든 게 시작이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토즈'의 버뮤다 팬츠 슈트.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토즈'의 버뮤다 팬츠 슈트.

버뮤다 팬츠 또한 제2차 세계대전과 연관이 깊다. 당시 버뮤다 지역에 주둔했던 영국 군인들은 더운 날씨 때문에 군복 바지를 잘라 입었다. 전쟁으로 여러모로 물자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남자직원들의 적절한 의복을 걱정했던 버뮤다의 한 은행 간부가 재단사에게 영국군을 모델로 비즈니스용 반바지를 의뢰한 게 버뮤다 팬츠의 시작이다.
 
1990년대 발생한 걸프전 참전 군인들의 전투복은 전 세계 패션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카무플라주(프랑스어로 위장·변장이라는 뜻) 무늬의 유행을 불러왔다.
 
없으면 없는 대로 일상을 아름답게 헤쳐 나갔던 디자이너들의 창의력에 새삼 놀라면서, 패션이 전쟁에 빚지는 일이 더는 없기를 바라본다.
 
서정민 스타일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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