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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피해, 금융사도 물어줘야

중앙일보 2020.06.25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은성수 금융위원장(앞줄 오른쪽 둘째부터)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24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시연회’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앞줄 오른쪽 둘째부터)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24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시연회’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금융회사가 피해 금액을 물어주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회사의 보이스피싱 예방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금융위, 배상 법적근거 마련키로
고의·중과실 없다면 피해자 면책
“공청회 거쳐 연내 법안 국회 제출”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는 24일 이런 내용을 담은 ‘보이스피싱 척결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고도화하는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지난 1~4월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1220억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77억원)보다 43% 줄었다.
 
금융위는 고객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금융회사가 배상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예컨대 은행 직원이 “보이스피싱이니까 송금하면 안 된다”고 말렸는데 고객이 말을 듣지 않고 돈을 보냈다면 은행에는 책임이 없다. 하지만 그 정도로 고객의 과실이 크지 않다면 금융회사에 배상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 현재는 금융거래에서 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고객의 정당한 피해구제 신청이 있었는데 계좌의 지급정지를 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만 금융회사가 배상 책임을 진다.
 
권대영 금융위 혁신기획단장은 “보이스피싱은 피하려고 노력해도 피해를 볼 수 있는데 그 모든 책임을 개인에 돌리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회사가 인프라 운영자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하도록 대원칙을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현재 신용카드를 분실했을 때 고객의 과실이 없다면 부정 사용으로 인한 피해 금액은 신용카드사가 전액 보상해준다. 금융위는 카드사가 부정 사용 방지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이는 것을 금융 피해 예방 노력의 사례로 들었다.
 
다만 금융회사가 보이스피싱에 얼마나 많은 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선 “금융권과 소비자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금융회사가 무조건 100%를 물어준다면 금융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금융위는 연구용역과 공청회 등을 거쳐 올해 말께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가족이나 친구를 사칭하는 ‘메신저 피싱’이 늘고 있다. 지난 1~4월에는 3273건(피해 금액 128억원)의 메신저 피싱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16건(84억원)을 고려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메신저 피싱은 스마트폰의 액정이나 충전기 파손, 공인인증서 오류 등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어 PC로 메시지를 보낸다며 접근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어 긴급한 송금이나 빌린 돈 상환, 대출금 상환, 친구 사정으로 대신 입금 등 다급한 상황을 연출한다. 최근에는 문화상품권의 핀 번호(비밀번호)를 요구하거나 스마트폰에 원격 제어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를 유도하는 등 새로운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문화 상품권을 구매한 뒤 핀 번호를 보내주면 돈을 보내주겠다”고 속이는 식이다.
 
메신저 피싱을 예방하기 위해선 실제 가족·지인이 맞는지 직접 전화 통화로 확인해야 한다. 상대방이 긴급한 상황을 연출하더라도 전화로 확인 전에는 돈을 보내선 안 된다. 특히 가족·지인의 본인 계좌가 아닌 모르는 사람의 계좌로 송금을 요청하면 더욱 의심해 봐야 한다.
 
한애란·김경진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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