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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만에 복귀한 주호영, 협상안 대신 “윤미향, 대북외교 국정조사”

중앙일보 2020.06.24 18:12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24일 강원 고성 화암사에서 서울로 이동하기 위해 채비하고 있다. 뉴스1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24일 강원 고성 화암사에서 서울로 이동하기 위해 채비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권의 폭정, 집권 여당의 폭거에 맞서 싸우겠다. 윤미향 기부금 유용 의혹과 굴욕적 대북외교에 대한 국정조사도 추진하겠다”

 
24일 ‘사찰 잠행’을 마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첫 일성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날 선 비판이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4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넘어진 그 땅을 딛고 다시 일어나겠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올렸다. 그는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의 6개 단독 상임위원장 선출 등에 항의해 사의를 표명한 뒤 전국 사찰을 돌며 잠행에 들어갔다가 이날 복귀했다
 
주 원내대표는 “총선에서 이긴 민주당은 거침이 없고 난폭했다”며 “말이 좋아 원 구성 협상이지 거대 여당의 횡포와 억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감, 소수야당으로 저지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무력감과 절박감으로 원내대표직을 사임하고 고민과 결의의 시간을 가졌다”고 잠행 이유를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또 “문 정권의 엉터리 국정운영이 한계점에 이르렀다. 김여정이 무력도발을 협박하는데 여당은 ‘종전선언을 하자’ ‘판문점 선언을 비준하자’고 고집했다”며 “국정을 책임진 사람들이 자신만의 가상현실에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사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라.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판결을 뒤집고 드루킹 사건과 울산 선거부정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검찰과 법원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니 그렇게 하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국정 파탄의 책임도 전적으로 여당이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18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더불어민주당에 내주겠다는 의미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이 머물던 충북 보은의 법주사를 찾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떠나면서 ‘이제 상임위원장은 내려놓읍시다. 국회 상황이 주 대표 혼자 책임질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며 “이번에 만난 조계종 진제 대선사께선 ‘넘어진 데서 원인을 찾고 일어서라’는 충고를 하셨다. 넘어진 그 땅을 다시 딛고 일어서겠다”고 글을 마쳤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와 비공개로 만나 대여(對與) 대응책을 논의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충북 보은군 법주사에서 머물고 있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찾아가 만났다. 뉴스1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충북 보은군 법주사에서 머물고 있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찾아가 만났다. 뉴스1

 

주 원내대표의 하산(下山)을 기점으로 통합당은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23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강원 고성 화암사를 찾아 주 대표와 5시간 동안 만났지만 두 사람 모두 접점을 찾지 못하고 빈손으로 헤어졌다.
 
협상이 결렬되자 당내에선 “상임위원장에 집착하지 말고, 민주당 독주에 대항해 원내 투쟁을 이어가자”는 강경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2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연이은 막장쇼에 질려버렸다”며 “애초에 명분 쌓기용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강원 고성 화엄사를 찾은 거 아니냐”고 했다. 통합당은 25일 오전 9시 의원총회를 연다. 
 

이해찬 “통합당 관계없이 국회 정상화”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민주당은 일단 주 원내대표의 복귀에 의의를 두고 있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은 이날 오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국회에 복귀해 3차 추경 심사를 꼼꼼히 하겠다고 했으니, 어쨌든 원 구성 협상을 위한 ‘일보 전진’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상임위원장 배분에 대해선 “11대7로 가합의한 안을 준용해서 여야가 원만하게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법사위원장을 둘러싸고 양당 지도부의 입장이 확연히 갈린 터라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오전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그동안 인내심을 갖고 참을 만큼 참았다”며 “통합당의 행동과 관계없이 국회 정상화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손국희·김효성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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