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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국 '코로나 굴욕'···여행 문 여는 EU, 美 배제 검토

중앙일보 2020.06.24 17:3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미국 오클라호마주(州) 털사 유세가 끝나고 백악관으로 돌아가고 있다. 트럼프는 유세현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져 미국 신규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검사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미국 오클라호마주(州) 털사 유세가 끝나고 백악관으로 돌아가고 있다. 트럼프는 유세현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져 미국 신규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검사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AP=연합뉴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자존심을 구기게 생겼다. 유럽연합(EU)이 외국 여행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가운데, 미국을 입국 허용 국가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3만 명을 넘어서는 등 미국에서 2차 확산 조짐이 보이면서다.
 

코로나19 확진자 수 등 기준 못미쳐
NYT, "미국 위신에 큰 타격 입어"

EU는 다음 달부터 여행객 입국 제한을 점진적으로 풀라고 회원국에 권고했다. EU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3월 16일 이후 역외 국가의 여행객 방문을 제한해왔다. 
 
유럽연합(EU)과 회원국 국기.

유럽연합(EU)과 회원국 국기.

NYT는 EU의 여행 입국 허용 국가 초안에 미국과 브라질, 러시아 등이 빠져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통제상황이 EU의 기준에 미치지 않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CNN도 EU 관계자를 인용 "미국 여행객의 유럽 입국 금지를 유지하는 걸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다음 주 초쯤 최종 완성될 입국 허용 국가 목록은 최근 2주간 1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작성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주간 EU 회원국의 10만 명당 신규 확진자는 16명이다. NYT 자체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107명, 브라질은 190명, 러시아는 80명이다.
 
EU에서 권고안이 완성되면 개별 회원국이 입국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27개 회원국 중 하나라도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경 봉쇄가 부분적으로 시행될 수 있다. 입국이 허용되지 않은 여행객이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나라를 통해 유럽 내 다른 국가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NYT는 EU의 이번 결정을 “미국 위신에 대한 신랄한 타격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실패한 방역 정책에 대한 거부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유사한 길을 걸었다”며 “코로나19 위기를 간과하고 과학적인 조언에 더디게 반응하며 결국 코로나19 상황을 통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코로나에) 무릎 꿇었다”

미국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백 30만 명, 사망자는 12만 명이 넘어 모두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일일 신규 확진자도 6월 19일 이후 3만 명이 꾸준히 넘으며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심했던 4월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갔다. 미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한때 1만 명 후반까지 떨어졌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미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가 주최한 청문회에 참석해 증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미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가 주최한 청문회에 참석해 증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런 증가세가 광범위한 코로나19 진단검사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마이클 오스터홈 미네소타대학 감염병연구정책센터 소장은 CNN을 통해 “많은 주에서 검사 횟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양성을 받는 비율은 그것보다 더 높아지고 있다”며 “(확진자가 증가하는 건) 단순히 검사 횟수가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캐설린 시벨리우스 전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도 검사 횟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바이러스를 통제할 유일한 방법은 모든 바이러스 감염 사례를 추적한 다음 미친 듯이 검사하고 격리하는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23일 미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가 주최한 청문회에 출석해 “(바이러스가) 미국을 무릎 꿇게 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이번 사태로 공중 보건에 대한 만성적인 투자 부족 문제가 드러났다며 CDC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망가진 공중보건 시스템을 고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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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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