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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임박 이스타, 인수 뜸들이는 제주항공…피마르는 신경전

중앙일보 2020.06.24 16:35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정리해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정리해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산으로 가는 이스타항공 M&A

애경그룹의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을 공식 발표한 지 6개월이 지났고 거래 종결 시한이 또다시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양사 간 입장 차이에 갈등만 커져 양사의 M&A 계약이 파기 수순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흘러나온다. 비밀유지조항 때문에 양사는 정확한 계약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변경된 거래 종결 시한이 오는 29일이며, 이날 거래가 안 끝나면 이로부터 3개월간 자동으로 잔금 납부일이 연장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건 지난해 12월 18일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이미 지불한 이행보증금(115억원)을 제외한 잔금(430억원)을 4월 29일까지 납입한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계약 하루 전인 4월 28일 제주항공은 변경공시를 통해 ‘선행조건이 충족되면 양사가 상호 합의한 날 잔금을 납부한다’고 공시했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스타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스타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문제는 또 3개월 동안 시간을 끌 경우 이스타항공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곳간이 바닥났다(완전자본잠식·-1042억원·1분기 기준). 조업비·유류비 등을 연체한 실질적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 상태다. 제주항공이 지급을 보증하지 않는다면 비행기를 띄울 운영 자금조차 빌리기 어렵다. 제주항공이 자금을 투입하지 않을 경우 파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항공업계 관계자의 한결같은 우려다.
 
인수 지연의 이유로 제주항공은 “태국·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서 양사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완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항공·법조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기업결합심사를 지연하기 위해서 관련 서류를 지연 제출하는 거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가 요구한 보완자료는 마이너(minor·심각하지 않은)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석 달 가까이 기업결합 승인을 못 받은 이유에 대해서 제주항공은 “현지 로펌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앞에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앞에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이스타항공 임직원만 '낙동강 오리알'

항공업계에선 애경그룹이 협상 가격을 더 낮추기 위해서 이스타항공 인수에 뜸을 들인다고 해석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독자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라 갈수록 퇴사 인력이 늘어날 것”이라며 “그만큼 제주항공은 인건비 부담이 줄어드는 일종의 구조조정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SPA 체결 당시에도 인수가를 150억원 깎았다.
 
양사 샅바 싸움으로 이스타항공 임직원은 5개월째 월급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 5월 말까지 이스타항공은 약 200억원의 임금을 체불했다. SPA에 따라 이 대금은 제주항공이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이스타항공의 주장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명시적으로 체불임금을 제주항공이 책임진다는 조항은 계약서에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스타항공이 체불임금을 스스로 해결하라’고 맞선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여객기가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여객기가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제주항공도 나름의 불만은 있다. 이스타항공이 무급휴직 대신 휴업을 선택하면서 체불 임금이 쌓였다는 주장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휴업 시 기업은 근로자에게 통상임금의 70%(휴업수당)를 지급한다. 하지만 노·사가 합의해 무급휴직을 하면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휴업 대신 무급휴직을 택했다면 비운항 기간 인건비가 법적으로 0원이라는 뜻이다. 
 
체불임금을 두고 양측이 물러서지 않으면서 이번 M&A가 성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에 대해서 제주항공은 “비밀유지조항 때문에 공시 이외의 사항은 언급하기 부담스럽다”며 “이스타항공 인수 의지는 변함없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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