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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20만원’ 꺼낸 대학…학생들 “눈 가리고 아웅" 반발

중앙일보 2020.06.24 15:53
지난 1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등록금 감면 및 일부 반환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담긴 대자보가 붙어 있다. 뉴스1

지난 1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등록금 감면 및 일부 반환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담긴 대자보가 붙어 있다. 뉴스1

"20만원 줄 테니 술 한잔 사 먹고 더는 '등록금 반환' 얘기는 하지 말라는 뜻 아닌가요?"(한성대 재학생 김모씨)
 
비대면 수업의 장기화로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거세지면서 일부 대학이 특별 장학금 지급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급 규모 등을 놓고 학생들의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학생들은 보다 큰 폭의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학들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한성대는 전교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취지다. 학교 측에 따르면 학생의 소득에 상관없이 6567명에게 1인당 20만원씩 준다. 코로나19로 직접 피해를 본 학생을 최대 100명 선발해 100만원씩 추가 장학금을 준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대학이 특별 장학금을 지급하는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계명대는 전교생에게 1인당 2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 15일 서울 소재 대학 중 최초로 동국대가 모금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학생 2000명에게 50만원씩 지급한다고 밝혔다.
 

특별 장학금에도 '싸늘'…"등록금 환불 필요"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총학생회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등록금 반환과 학기말고사 성적부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권 수호를 위한 연세인 총궐기 투쟁본부'를 결성한 연세대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본부가 불통행정과 책임회피를 일삼는다며 학교 측을 규탄했다. 뉴스1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총학생회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등록금 반환과 학기말고사 성적부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권 수호를 위한 연세인 총궐기 투쟁본부'를 결성한 연세대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본부가 불통행정과 책임회피를 일삼는다며 학교 측을 규탄했다. 뉴스1

대학들이 많게는 수십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장학금 지급에 나섰지만, 정작 학생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장학금 지급이 등록금 환불 요구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성대 학생 반모(27)씨는 "한 학기 내내 온라인 수업만 했기 때문에 등록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몇십만원 나눠주고 무마하려고 할 게 아니라 등록금을 대폭 환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괄 배분 방식에 대한 불만도 있다. 예체능 계열 학과는 실기 활동이 많아 등록금이 다른 전공에 비해 등록금이 수백만 원 이상 높게 책정된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한성대생 김모(26)씨는 "예술대학은 수백만 원 이상을 더 내는데, 실습비나 재료비가 포함된 금액"이라면서 "온라인 수업을 했기 때문에 이만큼의 예산을 아꼈을 텐데 다른 학생들처럼 20만원만 돌려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 "장학금 배분? 원래 우리 몫인데…"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캠퍼스 모습. 연합뉴스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캠퍼스 모습. 연합뉴스

국내 대학 최초로 등록금 감면 방식의 반환을 약속한 건국대도 환급 규모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건국대에 따르면 학교는 성적 장학금과 일부 미집행 예산을 다음 학기에 감면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애초에 학생 몫인 장학금만 돌려주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성대의 장학금 지급도 학생들이 주장하는 '등록금 환급'과는 거리가 있다. 한성대에 따르면 특별 장학금의 재원은 모금 행사를 통해 마련한 2억3000만원과 코로나19로 집행이 어려워진 해외봉사·현장실습 관련 장학금과 예산 15억1000만원으로 마련했다. 재원의 대부분이 모금이나 미집행 예산으로 마련된 셈이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학교는 해당 학년도에 학생들이 납부한 등록금 총액의 10% 이상을 학생들에게 면제하거나 감액해야 한다. 올해 상당수 대학이 절대평가를 도입해 성적 장학금을 지급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성적 장학금 배분을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전국 72개 대학의 학생 2600여명의 등록금 반환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측은 최소 등록금의 3분의 1 이상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수업의 질 저하와 시설 미사용에 따른 학생들의 손해를 고려한 규모라고 주장한다.
 

대학들 "인건비는 그대로, 수입은 줄었다" 반박

지난 11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020년 제1차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020년 제1차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들은 원격수업이 이뤄진 학기에도 지출은 크게 줄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은 지출의 대부분이 인건비라서 쓰는 돈은 거의 똑같다"면서 "오히려 유학생이 줄고 휴학생이 많아져서 학교 수입은 준 상태"라고 말했다.

 
등록금 반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는 대학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3차 추가경정예산에 등록금 반환 관련 예산을 넣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생에게 직접 돈을 줄 순 없지만, 반환에 나선 대학에 일정 부분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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