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단 대남 확성기 다시 철거한 北, 1200만장 삐라는 안 뿌리나

중앙일보 2020.06.24 15:31
개성공단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최전방 지역의 확성기 설치 등 한국을 상대로 숨가쁘게 압박을 하던 북한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24일 오전 경기도 파주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지역에 대남 확성기 시설이 철거돼 있다. 위 사진은 전날 같은 지역에서 보였던 확성기 시설. [연합뉴스]

24일 오전 경기도 파주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지역에 대남 확성기 시설이 철거돼 있다. 위 사진은 전날 같은 지역에서 보였던 확성기 시설. [연합뉴스]

 
24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비무장지대(DMZ)에 재설치한 대남 비방 방송용 확성기를 다시 철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 업무보고에 출석해 “여러 군데 (철거를) 했기 때문에 저희가 다 현재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1일 오후부터 최전방 지역의 확성기를 다시 조립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다시 놓은 확성기는 서해에서 철원까지 이르는 지역에서 10여 개로 파악됐다.
 
철원의 동쪽 지역은 아예 설치하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동부 전선은 산세가 험해 출력이 약한 북한 확성기론 대남 비방 방송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며 “북한이 ‘확성기 재설치 카드’를 던졌지만, 재철거를 처음부터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북한에 맞불을 놓기 위해 2018년 4ㆍ27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없앴던 대북 확성기를 2년여 만에 다시 꺼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명령만 떨어지면 바로 재설치할 수 있도록 준비는 다 해놨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군 당국의 맞대응 때문에 DMZ 일대에서 남북이 서로를 향해 비방과 선전 활동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머뭇거렸다.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의 ‘확성기 회군’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는 전날인 23일에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7기 5차 예비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대남군사 행동계획들을 보류했다고 이날 일제히 보도했다.
 
전직 군 당국자는 “북한의 최근 대남 공세는 체제 내부 결속과 한국 길들이기가 목적”이라며 “원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미국 국방부 고위 관리가 전략자산 전개와 대규모 연합훈련 재개를 놓고 한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B-52H와 항공모함이 한반도 주변에서 활동하자 북한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한 대남 삐라(전단). 북한은 삐라를 1200만장 찍었고, 이를 날릴 풍선 3000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

북한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한 대남 삐라(전단). 북한은 삐라를 1200만장 찍었고, 이를 날릴 풍선 3000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과 함께 거론했던 삐라(전단) 살포는 어떻게 될까. 북한군 총참모부는 “인민들의 대남 삐라 살포를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삐라는 북한군의 군사계획과 상관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삐라를 언급하면서 일선 부대에서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전직 당국자는 “북한에서 인민이 스스로 하는 일이란 없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보류하라고 한 대상엔 삐라까지 포함했다고 보면 된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예비회의’에서 ‘보류’했다고 밝힌 만큼, 상황이 안 좋아지면 언제라도 ‘본회의’에서 군사계획을 ‘결정’할 수 있다”며 “삐라는 북한이 1200만장을 미리 찍어놨다고 밝혔기 때문에 언제라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