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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사무총장 '출사표' 유명희…日 언론 “공세 강화 우려”

중앙일보 2020.06.24 14:34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직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인으로서는 3번째 도전이다. 이미 WTO 초대 사무차장을 지낸 헤수스 세아데 멕시코 외교부 북미외교 차관을 비롯해 나이지리아ㆍ이집트ㆍ몰도바가 후보자를 낸 데다, 필 호건 유럽연합(EU) 무역 담당 집행위원 역시 입후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입후보 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입후보 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본부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약화한 WTO의 분쟁해결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현재 WTO는 다자적으로 추진해야 할 협상과 개혁 과제에 있어 주요국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의견 대립으로 정체돼 있다”며 “한국이 상대 국가들과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개도국과 선진국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유 본부장의 출마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우려를 드러냈다. 현재 한국은 WTO에 일본을 제소한 상태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유 본부장은 국제회의 등에서 일본 정부의 조치를 비판하며 철회를 강력히 요구해왔다”고 보도했다. 일본 최대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만약 선출되면 일본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유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마비된 WTO 분쟁해결기구 복원할 것”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 우리 정부가 일본을 WTO에 제소하고 패널설치를 요청했다. (사무총장직을 수행한다면)한·일 무역분쟁 상황에 영향 있겠나.
 
WTO 사무총장이 특정 소속·국가를 대변하는 자리가 아니다. (다만) 현재 사실상 마비된 분쟁해결 기구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복원하는 것은 우리(한국)가 하고자 하는 각종 분쟁, 소송 대응에도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개별 소송은 개별 사안에 따른 논리도 철저히 준비해 대응해 나가야 하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WTO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WTO 기능, 복원할 방법은 
 
아직 여러 입장을 조율해야 한다. 상소기구 체제에 대해선 좀 더 근본적 개혁 요구하는 일부 국가의 시각과 현재 체제서 약간만 조정하려는 국가의 시각이 겹쳐져 있다. 양쪽 입장을 다 듣고, 중간에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방안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기본 입장은 WTO 탈퇴가 아니라 개혁이 필요하고, 그 적임자가 사무총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법을 공부한 미국 변호사이고, 한·중 FTA를 마무리하는 등 중국에도 근무했다. 개혁 수행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WTO 사무총장 출마한 유명희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WTO 사무총장 출마한 유명희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중견국의 가교 역할을 강조했는데 타국 입장에선 한국이 상대적으로 미국 편이라는 입장 있을 수 있다
 
미국·중국 혹은 WTO 특정 회원국에 경도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21세기 통상 교역 환경이 계속 변하면서 각국이 이에 맞춰 각자의 통상 정책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다자 규범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협상도 안 되면 일방주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공통 규범을 가져야 한국의 활동 범위도 넓어지는 등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
 

"전자상거래 협상, 내년 가시적 성과 낼 것" 

 
전자상거래 등 분야에서 조기에 구체적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EU가 아마존·애플 등 세계적 ICT 기업 규제를 강화하며 이슈가 첨예해졌다.
 
지난 25년간 WTO의 분쟁해결 경험은 축적됐는데, 협상 기능은 무역원활화협정(TFA) 하나밖에 탄생하지 못했다. 1990년의 규범을 갖고 21세기 교역이 진행되며 점점 괴리가 심해지는 추세다. (특히 전자상거래 분야는) 공통 규범이 없다 보니 각국이 자국 규범을 만드는 등 파편화됐다. 이에 WTO에서 80여 개국 간 전자상거래 협상(디지털 무역 거래를 규율하는 국제 규범)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ICT 기업이) 세계에 진출하려면 각국 규범에 맞춰야 하는 등 비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적어도 내년 개최될 WTO 차기 통상장관회의에서 현재 진행 중인 전자 상거래 협상과 수산 보조금 협상 두 가지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한국이 사무총장 후보자를 낸다는 것, 사전에 다른 국가와 교감한 바 있나.
 
주요 무역 상대국들과 긴밀히 논의한다는 대답으로 대신하겠다. 어제도 15개국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회의에 참여했다. 이를 전후해 기타 국가들과도 양자 통화로 회의하며 긴밀하게 소통해왔다. 
 

“세계 7위 수출국 韓, 개도국에 경험 전수”

유명희 본부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제10차 회기간 장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유명희 본부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제10차 회기간 장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개도국ㆍ유럽 표심이 중요할 것 같은데 복안 있나.
 
대한민국의 성장 발전과 역사가 개도국엔 좋은 희망과 메시지가 되고 있다. 1995년 WTO가 탄생한 이래 자유로운 교역, 다자무역 질서 통해 한 나라가 이렇게 짧은 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다는 길을 (개도국에) 제시했다고 본다. 한국은 세계 7위 수출국이자 무역 규모는 세계 9위다. 우리의 발전 기록을 충분히 염두에 두면, 개도국과 협상할 때 극복 방안과 제도 개선 등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현재 WTO는 정상적인 시기가 아닌 만큼, 어느 지역에서 누가 나와야 하는 지보다 전문지식, 소통능력, 이해관계 조정 능력 등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 생각한다.
 
선거 전략은 어떻게 되나
 
현재 외교부 각 재외공간을 비롯해 전 부처에서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합심해서 팀을 꾸릴 예정이다. 제가 출장 가면서 선거 운동을 할 수도 있지만, 언택트 시대가 되다 보니 외교부 해외 공관에서 적극적으로 뛰어주시는 게 중요하다. 합심해 긴밀히 논의하며 최선의 결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 (출마 후보로 거론됐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전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평소 긴밀히 많이 얘기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조언받고 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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