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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도 안내고···'노조 3법' 또 밀어붙이는 정부, 속내는?

중앙일보 2020.06.24 14:22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32회 국무회의 및 수도권 방역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32회 국무회의 및 수도권 방역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23일 노조 관련 3개 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해고자와 실업자, 퇴직 공무원과 소방 공무원, 5급 이상 고위 공무원, 퇴직 교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조만간 국회에 제출한다.
 

위기 극복 노사정 대화가 진행 중인 상황
노사 모두 반대하는 법 밀어불일 이유 모호
경제 안 좋은데 갈등 유발 정책도 이해 안 돼

정부 "20대 국회 폐기된 법안 일괄 재제출 절차"
"EU와의 분쟁조정 방어 차원 필요" 해석도
국회 논의 과정 노사 조정도 쉽지 않을 듯

이를 두고 논란이 인다. 노동시장에 미치는 폭발력이 크기 때문이다. 한데 의외로 경제단체나 노동계는 조용한 편이다. 경제단체는 기껏해야 반대성명을 내는 데 그쳤다. 그것도 정부의 입법예고 기간이 끝난 뒤인 이달 10일 발표한 뒷북 성명이었다. 노동계는 언론 보도용 멘트와 성명이 전부다. '투쟁' 기미는 안 보인다. 왜일까. 정부가 노조3법을 제대로 추진하기는 하는 것일까.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경제 상황을 비롯한 여건이 안 좋은 상황에서 굳이 정부가 갈등의 도화선이 될 노조3법을 재추진하는 이유가 명쾌하게 짚이지 않아서다.
 
이번에 의결된 법안은 20대 국회 때 정부가 제출한 것과 내용이 같다. 정부는 노조법을 포함해 정부가 제출했다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모든 법안을 일괄적으로 21대 국회에 다시 내고 있다. 지난 국회 제출 당시 논란이 컸고, 그 논란이 재연되고 있을 뿐인 셈이다.
 
여기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빚어진 노동시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사정 원포인트 대화가 진행 중이다. 노사가 모두 반대하는 노조3법을 정부가 밀어붙이면 노사정 대화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부가 굳이 분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관계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3개 법안 입법 예고에 대한 전교조 법외노조 해고자 입장 발표 및 해고자 투쟁 알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직권 취소, 해고자 원직복직, 150만 교원·공무원의 온전한 노동3권·정치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뉴스1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관계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3개 법안 입법 예고에 대한 전교조 법외노조 해고자 입장 발표 및 해고자 투쟁 알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직권 취소, 해고자 원직복직, 150만 교원·공무원의 온전한 노동3권·정치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뉴스1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냈다가 폐기된 법안에 대해 정부는 절차상 역할을 이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사정 대화를 어그러지게 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을 전면에 내세우는 데는 부담이 된다"고 했다. 국무회의에서 노조3법을 의결해 국회에 제출한다고 해도 이는 정부가 절차상 할 수밖에 없는 작업이라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논란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다. 통상 입법예고를 하거나 국무회의에서 법안을 의결하면 보도자료를 내는 게 관행이다. 그러나 노조3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선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몰래 추진하려는 한 것도 아니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사가 있었다면 공개적으로 하는 게 맞다.
 
여기에는 국제사회와 맞물린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분쟁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정부로선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국제노동기준 이행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분쟁 조정 2단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전문가 패널을 선정해 논의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중단돼 있다. 우리 정부는 EU가 분쟁조정절차에 돌입하자 전투적 노사관계 등 한국적 상황을 설명하면서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안을 국회에 낸 사실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그런데 20대 국회 마감으로 법안이 폐기됐다. 폐기 상태로 그대로 두면 "노력하고 있다"던 정부의 설명이 무색해진다. 권 교수는 "방어 차원에서도 법안을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거대 여당으로서 마음만 먹으면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처음 법안을 낼 때부터 제기된 노사의 반대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의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국회에선 아예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또 노조법만 처리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노동개혁과 맞물려야 해 이 또한 쉽지 않다. 현 정부는 이미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붙였다가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후속 조치를 마련하느라 애를 먹은 경험을 했다. 역풍과 부작용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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