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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집에 침투한 벌레와의 전쟁, 아이템으로 무장하라

중앙일보 2020.06.24 14:00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15)

아내와 나의 공통점은 둘 다 벌레를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집안에 벌레가 등장하면 둘 다 도망치기 일쑤다. 특히 산만한 덩치에 덥수룩한 수염으로 마치 삼국지의 장비를 연상시키는 내가, 몸의 1%도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를 보고 기겁하며 도망친다는 사실이 민망할 따름이다. 창피한 걸 무릅쓰고 도망칠 만큼 벌레가 싫은 것을 어쩌겠는가! 그러나 누군가는 벌레를 잡아야 했고 결국 용기(?) 있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남편인 내가 나서기로 했다.
 
각종 해충퇴치 아이템의 힘을 빌려 벌레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목표는 30년 넘은 아파트인 신혼집에서 모기를 비롯한 모든 곤충류의 퇴거. 그것이 안 된다면 적어도 우리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랐다. 특히 아내의 눈에는 더더욱 발견되지 않아야 했다. 나의 전쟁에 함께한 전우들을 소개한다. 해충과의 전쟁 중이신 전우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① 화장실 배수구 트랩
하수구를 타고 올라오는 해충과 악취를 막아준다고 한다. 사기전에는 설치하는 것이 어려울까 봐 고민이었지만, 받아보니 매우 직관적이고 쉬웠다. 벌레들이 밑에서 위로 올라오기 어렵게 칼집난 고무로 막혀있고, 위에서 물이 내려갈 때는 고무 사이로 자연스럽게 빠진다. 설치 전후로 가장 큰 효과를 보았다.
 
하수구를 타고 올라오는 냄새와 해충을 막아준다. [사진 SMZ]

하수구를 타고 올라오는 냄새와 해충을 막아준다. [사진 SMZ]

 
② 방충망 보수 테이프
방충망이 오래되어 구멍이 난 곳이 많았고, 창틀 위아래 틈새로 모기가 들어오기 일쑤였다. 한곳이라도 구멍 나 있으면 촘촘한 방충망이더라도 무력해진다. 해충박멸 작전 중 가장 섬세하고 귀찮은 작업이지만, 대충하면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되고 만다. 온라인이나 다이소에서 사이즈 별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방충망 보수는 해충퇴치의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단계다. [사진 핀터레스트]

방충망 보수는 해충퇴치의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단계다. [사진 핀터레스트]

 
③ 전기 모기채와 대형 모기채
전기 모기채는 모기와 날벌레 잡는 데는 최고의 무기다. 벌레 입장에서는 잔인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모기를 잡을 때 벽지가 더러워지지 않는 장점도 있다. 사용법도 쉬워서 아내가 모기를 잡을 때 주로 사용한다. 대형 모기채는 몇 년 전 다이소에서 아이디어 상품으로 판매하던 것인데, 별로 팔리지 않았는지 현재는 판매되지 않는다. 기어 다니는 덩치 큰 벌레를 기절시키는 데에는 탁월하게 사용했다. 벌레를 죽이는 것조차 겁내는 이들이 쓰는 ‘기절시키기 → 쓰레받기 등으로 포획 → 야외 화단 등에 방생’ 방법에 적합했다.
 
전기모기채를 휘두를 때마다 토르(Thor)의 묠니르(Mjolnir)가 떠오른다. [사진 한재동]

전기모기채를 휘두를 때마다 토르(Thor)의 묠니르(Mjolnir)가 떠오른다. [사진 한재동]

 
④ 습기 제거제
벌레는 습기를 좋아한다. 그 한 문장에 습기 제거제를 두 상자를 샀다. 옷장부터 거실 선반 밑까지 곳곳에 습기 제거제를 배치했다. 습기 제거제는 사실 해충 퇴치가 아니라 예방에 가까우므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다만 덕분에 벌레가 우리에게서 멀어지겠지라는 안심을 준다.
 
벌레는 습기를 좋아한다. 그렇다면 습기 제거제를 써보자. [사진 공백0100]

벌레는 습기를 좋아한다. 그렇다면 습기 제거제를 써보자. [사진 공백0100]

 
⑤ 기타 잡다한 방법들
벌레가 베란다 하수구를 통해 올라온다는 것을 인터넷에서 보고, 박스테이프와 스카치테이프를 동원해서 베란다 하수구를 비롯하여 벽지 사이까지 2중으로 막았다. 물류창고에서 벌레들이 택배 상자에 알을 깐다는 도시 괴담을 아내가 직장동료에게 듣고 온 이후 택배 상자는 바로 버리거나 에프킬라를 뿌린다. 아기가 모기에 물린 것이 속상해 구매한 LED 감전식 모기퇴치기는 단 한 마리의 성과도 없이, LED 장식품이 되고 말았다. 이 모든 시도는 해충퇴치를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심정으로 시도한 것들이다.
 
가장 확실한 것은 역시 물리적으로 막는 모기장이다. [사진 핀터레스트]

가장 확실한 것은 역시 물리적으로 막는 모기장이다. [사진 핀터레스트]

 
언젠가 마루 벽을 타고 일명 돈벌레라고 불리는 그리마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아내는 비명을 질렀고 나도 소름이 돋았지만 도저히 저걸 잡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는 아내를 설득했다. 저 벌레는 해충이 아니라 익충으로 해충들의 알을 잡아먹어서 오히려 우리에게 이롭다는 둥, 번식력이 없어서 금방 없어질 것이라는 둥 갖은 변명을 해보았지만 통하지 않았다. 결국 덜덜덜 떨며 돈벌레를 쓰레받기로 가두고 밖으로 내보냈다. 안정을 되찾은 아내가 ‘왜 돈벌레라고 부르는 거냐?’고 물어서, 인터넷을 검색하니 해충박멸 기업 세*코에서 게시판에 달아 놓은 설명이 있었다.
 
“돈벌레가 돈을 벌어다 준다는 미신은 잘못된 것이며, 6·25 이후 미제 물건을 통해 한국에 유입된 그리마(돈벌레)가 부잣집에서 발견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돈벌레, 이름은 그럴싸하지만 생긴 건 제일 무섭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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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동 한재동 직장인 필진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 '이제부터 쇼핑을 잘해야지!'라고 다짐하면 쇼핑을 잘할 수 있을까? 알고 보니 쇼핑에도 공부가 필요하더라. 쇼핑! 하면 비싼 명품 백을 사려고 줄을 서는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집 앞 편의점에서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는 것도 쇼핑이다. 그렇다면 ‘쇼핑을 잘한다’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구매하는 것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는 곧 불혹 직장인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쇼핑 경험담이다. 거창한 명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즐기는 패션과 생활용품에 집중되어 있음을 미리 양해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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