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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는 자연의 기운과 원리, 이치를 표현하는 것"

중앙일보 2020.06.24 10:00
초정 권챵륜 작 '수(壽)'. [사진 초정서예연구원]

초정 권챵륜 작 '수(壽)'. [사진 초정서예연구원]

초정 권창륜 작 '구지(求志)'. [초정서예연구원]

초정 권창륜 작 '구지(求志)'. [초정서예연구원]

초정 권창륜 작 '천서(天書)". [초정서예연구원]

초정 권창륜 작 '천서(天書)". [초정서예연구원]

초정 권창륜 작 '임원무속정(林園無俗情)'. '숲과 정원은 속된 마음을 없애준다'는 뜻이다. [초정서예연구원]

초정 권창륜 작 '임원무속정(林園無俗情)'. '숲과 정원은 속된 마음을 없애준다'는 뜻이다. [초정서예연구원]

운현궁의 현판, 청와대의 춘추문과 인수문 현판 글씨의 공통점이 있다. 한국 서예의 대표 작가 중 초정(艸丁) 권창륜(77)이 쓴 것이다. 2011년 제작된 제5대 국새에 새겨진 글씨도 그의 솜씨였다. 서예계에서 초정의 글씨는 붓의 기세가 거침없고 웅장하면서 생동하는 기운을 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정 권창륜 서예 70여 점
백악미술관서 25일부터 공개
일중서예상 대상 수상자 초대전
석헌 임재우는 제7회 대상 수상

 초정의 60년 서업(書業)을 조망하는 전시가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25일 개막한다. 제6회 일중서예상 대상 수상자 초대전이다. 초정은 2018년 수상자다. 일중서예상은 한국 현대 서단을 대표하는 일중(一中) 김충현(1921~2006) 선생의 서예 정신을 기려 2008년 제정된 한국 서예계의 대표 상으로, 한국 서예 발전에 기여한 원로 서예가들에게 수여한다. 앞서 제4회 대상은 취묵헌(醉墨軒) 인영선(1947 ~ 2020), 제5회 대상은 하석(何石) 박원규(72)가 받았다. 
 
초정 권창륜. 일중 김충현의 수제자로 한문 오체와 전각, 문인화에 두루 능하다. . [일중선생기념사업회]

초정 권창륜. 일중 김충현의 수제자로 한문 오체와 전각, 문인화에 두루 능하다. . [일중선생기념사업회]

  1943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난 초정은 한국 서예의 거목인 일중(一中) 김충현(1921~2006)과 여초(如初) 김응현(1927∼2007)을 사사했으며 1977년 국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서예가의 길로 들어섰다. 한문 오체(전·예·해·행·초서)를 비롯해 전각에도 두루 능하며 2005년 옥관문화훈장과 대한민국예술상을 받고, 중국 베이징대 서법예술연구소 초청 교수를 역임했다.
 
  일중선생기념사업회 측은 "초정은 틀에 박힌 서예에서 벗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으며 다양한 도전과 실험을 해오고 있다"면서 "특히 한문 각체를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필의로 재해석한 독특한 조형세계를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일중선생기념사업회 이사 소헌(紹軒) 정도준은 "초정은 서예로 자기 세계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후학 양성에는 앞장서는 등 한국 서단에서 동량으로서 큰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逸筆(일필)' , 서예의 근본을 담다 

 70여 점의 작품을 엄선해 선보이는 초정의 이번 전시명은 '逸筆(일필)'이다.  이는 '일필초초 불구형사(逸筆草草不求形似 )'에서 따온 말로, 자유분방하면서 간단명료한 글씨 모양을 뜻한다. 형식이나 법도에 얽매이지 않고 글씨의 근본만을 담고자 하는 그의 작품세계를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초정은 자연의 호연지기를 서예로 표현하는 데 매진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백두산, 한라산 등 국내의 명산을 돌아다니며 그 자리에서 당시의 감흥을 담아 글씨를 쓰기도 했다. 
 

 "서법예술이 우주의 순환법칙과 대자연의 형상을 떠나서는 개성을 표출하기가 지난하다." (초정 권창륜)

 
 초정은 이번 전시에 대해 "기존의 전형적인 서풍을 떠나 서예의 원형질, 즉 원초적인 기운과 아름다움으로 회귀하자는 뜻을 담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금의 서예가 형식과 규범에 매여 있으며 오로지 예쁘고 세련되게만 표현하려는 유미주의에 빠졌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서예가 자연의 기운과 원리, 이치를 담고 있다는 것을 상기하자는 뜻을 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초정 권창륜이 2010년에 쓴 '난득호도'. [일중선생기념사업회]

초정 권창륜이 2010년에 쓴 '난득호도'. [일중선생기념사업회]

초정 권창륜이 쓴 '서공'. 초서와 전서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썼다. [일중선생기념사업회]

초정 권창륜이 쓴 '서공'. 초서와 전서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썼다. [일중선생기념사업회]

  전시작 중엔 그의 2010년 작 '난득호도(難得糊塗)'도 포함돼 있다. 난득호도는 '총명한 사람이 똑똑함을 감추고 바보처럼 살기가 참 어렵다'는 뜻으로 초정은 이를 상형문자에 바탕을 둔 옛 전서로 썼다. 대담한 필치에 꾸밈없는 글자들이 원시적으로 보이면서도 조형성에서 현대적인 미감이 두드러진다지. 2010연작 '서공'은 초정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난 또 다른 대표작이다. 마치 붓이 날개를 단 듯이 자유분방하게 초서와 전서를 넘나들며 쓴 글씨다. 
 
 이동국 예술의전당 시각예술부 큐레이터는 "초정의 최근작들은 더이상 우리 시대 만연한 전통서와 현대서 실험서 전위서의 구분을 무색하게 한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초정이 글자와 서체의 구조에 이르기까지 자유자재로 노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1일까지. 
 

석헌 임재우, 제7회 일중서예상 수상 

제7회 일중서예상 대상 수상자 석헌 임재우의 '호조비화'. [일중선생기념사업회]

제7회 일중서예상 대상 수상자 석헌 임재우의 '호조비화'. [일중선생기념사업회]

 한편 제7회 일중서예상 대상은 석헌(石軒) 임재우(73)가 수상하며 시상식은 25일 오후5시백악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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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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