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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로 파견 간 은행원은 돌아오지 않았다…눌러앉은 까닭

중앙일보 2020.06.24 06:00
4년 전 카카오뱅크로 파견 간 KB금융그룹 직원 15명 전원이 올 초 '원대 복귀'를 거부했다. 이들은 승급 및 급여 인상 등 복귀 조건을 두고 협상에 나섰으나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안정·복지·고연봉의 대명사인 대형 은행보다 안정성이 떨어지는 신생 은행을 선택한 것이다.
 

[은행원리포트]
카뱅 직원이 말하는 인터넷은행
꼰대·지점·영업압박 없는 3無
3년 근속에 한달 유급휴가도

카카오뱅크 본사. 중앙포토

카카오뱅크 본사. 중앙포토

인력 블랙홀이 된 것은 카카오뱅크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의 본인가를 앞둔 비바리퍼블리카 역시 인재 모시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말 비바리퍼블리카는 전 직장 대비 1.5배 많은 연봉과 스톡옵션, 샤이닝 보너스 등을 앞세운 경력 채용으로 금융권 채용 시장의 지각 변동을 알렸다. 
 
현직자가 말하는 인터넷 은행은 어떤 직장일까. 카카오뱅크에서 근무 중인 직원 2명을 인터뷰했다. 
 
A씨는 4대 금융지주 출신으로 카카오뱅크를 포함해 약 20년간 금융권에 근무한 베테랑 은행원이다.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앱)의 화면 설계를 담당하는 B씨는 일반 IT기업 출신으로 3년 전 판교에 둥지를 틀었다. 두 사람 요청에 따라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카카오뱅크가 대학생들이 가고 싶은 은행 1위로 뽑혔다.
A=기업 문화를 좋게 봐준 것 같다. 은행은 안정적인 직장이지만 보수적이라는 인식이 강한 반면, 여기는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이미지다.
B=입사 후 3년 근속을 채울 때마다 한 달 유급휴가가 나온다는 점도 장점이다.
 
4대 은행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A=대면 영업을 할 수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은행은 핵심성과지표(KPI) 문화 기반이다. 신입 때는 카드 한장 발급을 못 해서 밤 10시까지 깨지기도 했다. 앱 하나를 다운로드 할 때도 시중 은행에선 직원 번호 넣어달라고 하지 않나. 그거 하지 말자는 게 여기 문화다.
 
서류 제출 없는 신용 대출이 인기를 끌었다.
A=금융이 아닌 IT에서 시작한 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고객이 원천징수영수증이나 재직증명서 같은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자동으로 소득을 확인해 대출을 실행한다는 아이디어가 직원 몇만 명의 대형 은행에서 가능했겠나. 카카오뱅크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실행 단계에서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B=비대면 대출 외에도 26주 적금이 인기를 끌었다. 매주 적금을 부을 때마다 커피 쿠폰처럼 캐릭터 도장이 쌓이도록 했는데, 소액이라 부담없고 재밌다는 평이 많았다. 금융 서비스에 재미를 접목하는 것도 새로운 시도였다. 
 
고객 경험이 “번거로워서는 안 된다”는 게 주요 전략인가.
A=모바일은 작은 페이지다. PC에 있는 메뉴를 다 구겨 넣는 게 모바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좋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고객에게 부담이 가지 않을 정도로만 정보를 전달한다. 그런 앱을 탁월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여기 모여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결국 본질은 은행업이다. 연체 관리 시스템이나 신용평가모델은 잘 갖춰져 있나.
A=참새도 오장육부가 있어야 난다. 시중은행 본점에 있는 기능들이 카카오뱅크에도 있다. 다만 더 적은 인력이 타이트하게 일을 한다. 채용도 경력직 위주로 이뤄지는 이유다.
 
대형 은행은 호봉제에 직업 안정성도 높다. 직원 입장에선 장점 아닌가.
B=카카오뱅크가 연봉제를 도입한 건 성과와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시중 은행은 본점과 지점을 돌아가며 순환 근무를 하는데 여기서는 입사 때 맡았던 직무를 쭉 유지할 수 있다. 은행원도 스페셜리스트가 돼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업금융도 언택트로 가능할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A=앱에 대한 유저 경험은 확실하게 각인이 된다. 한두 번 써봤을 때 좋다 싶으면 계속 쓴다는 뜻이다. 일단 리테일(소매 금융) 위주 영업을 하고 있지만 기업 금융도 변화를 피해가진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큰 파급력이 있을 거라고 본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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