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中 도착순간 폰 추적되나" 코로나 검사 통보받은 美기자 의문

중앙일보 2020.06.24 05:00

날 어떻게 찾아냈지?"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미국 기자가 최근 가진 의문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 중인 중국 베이징 현장을 취재하면서다. 자신과 일면식이 없던 중국 보건당국의 연락을 받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기자는 자신이 베이징 시민과 함께 받은 코로나19 검사 과정을 기사로 전했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17일 오후 AP통신 소속 사진기자인 마크 쉬펠바인의 휴대전화벨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받아보니 쉬펠바인이 사는 베이징 지역 관리였다. 이 관리는 쉬펠바인에게 당장 인근 체육관에 설치된 코로나19 검사소로 가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기자는 의아했다. “중국 당국은 내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어떻게 생각한 거지?”
 
물론 자신이 검사를 받아야 할 이유는 있어 보이긴 했다. 쉬펠바인은 “나는 베이징 신파디 시장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재유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다음 이 지역으로 가서 촬영했다”며 “(중국 당국에) 잠재적 바이러스 감염자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하지만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그는 취재 당시 신파디 시장 안은 가지 않았다. 인근 거리에서 촬영을 했을 뿐이다. 취재 당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이 찾아내 직접 전화까지 걸었다는 게 놀라웠다.
 
베이징시는 지난 17일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약 35만 5000명을 찾아 검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쉬펠바인도 그중 한 명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쉬펠바인은 “(베이징 당국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람들을 찾아냈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말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쉬펠바인은 “전화를 건 관리는 당시 내 이름은 몰랐지만 내가 시장 부근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 전화번호도 알고 있었다”며 “아마도 내 전화기가 추적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운전 중에도 잡혀왔다”…무차별 검사

의문은 들지만, 쉬펠바인 기자는 이를 오히려 좋은 취재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날 바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가면서도 카메라를 들고 갔다.
 
검사소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곳에선, 수십 명의 사람이 마스크를 쓴 채 서 있었다. 쉬펠바인 기자는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스러운 눈길로 쳐다보며 거리를 두려고 했다”며 “일부는 걱정이 되는지 마스크를 여러 겹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버스를 타고 검사소를 도착하니 이곳엔 수백 명의 사람이 줄을 서서 검사를 받고 있었다. 쉬펠바인 기자처럼 신파디 시장에 간 적이 없는데도 검사를 받으라는 당국의 지시 때문에 이곳으로 온 경우가 많았다. “고속도로에서 운전 중에 잡혀 검사를 받으러 왔다”는 사람까지 있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쉬펠바인은 우여곡절 끝에 검사를 잘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중국의 첨단 IT 기술이 코로나19 추적 과정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여줬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에 따르면 베이징시는 이번 집단 감염에 대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신파디 시장 방문자를 확인한다고 홍보 중이다. 환구시보는 “베이징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5월 30일 이후 신파디 시장을 방문한 사람에게 방역 수칙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방문자의 외출을 자제를 촉구하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그러면서 “휴대전화 신호를 분석해 위치정보를 파악한 만큼 문자메시지를 받은 일부는 신파디 시장을 방문하지 않고, 시장 인근 도로를 지나기만 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하지만 쉬펠바인의 사례를 보면 베이징시의 위치정보 파악은 방역수칙 문자메시지 발송에 그치지 않는 것 같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 시스템을 통해 시장 근처에 있던 사람까지 찾아내 검사를 한 확률이 있다.
마크 쉬펠바인 AP통신 기자의 코로나19 검사 체험기를 보도한 환구시보 기사. [환구망 캡처]

마크 쉬펠바인 AP통신 기자의 코로나19 검사 체험기를 보도한 환구시보 기사. [환구망 캡처]

중국 당국은 추적 시스템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뛰어난 기술로 생각하는 듯하다. 환구시보는 빅데이터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빅데이터를 통한 위험 지역 주민 안내 시스템은 코로나19 방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환구시보는 쉬펠바인 기자가 쓴 ‘코로나19 검사소 체험기’ 기사를 별도의 기사로 전했다.

중국의 발빠른 IT 기술…디지털 레닌주의 인프라?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하지만 미국 등 서방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가뜩이나 국제사회에서 디지털 보안에 대한 우려를 받는 중국이다. 중국 기업 화웨이가 자사 5G 장비에 백도어를 설치해 경쟁국의 민감 정보를 탈취할 수 있다는 우려는 미국 정부가 화웨이 제재에 활용한 핵심 근거다.
 
나아가 중국의 발전된 기술이 시민을 통제하는 이른바 '디지털 레닌주의' 의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중국 정부가 빅데이터를 이용해 잠재적 코로나19 감염자를 찾는 성과를 낼수록, 서방의 불안한 시선은 더욱 강해질지 모른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