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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공격 통했나, 꽁꽁 숨었나···충북 멧돼지 피해 10분의 1로

중앙일보 2020.06.24 05:00
멧돼지. [중앙포토]

멧돼지. [중앙포토]

 
충북 옥천에서 30년째 활동하는 엽사 이중석(59)씨는 요즘 무리 지어 다니는 멧돼지를 볼 수 없다고 한다. 간간이 주민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면 새끼 멧돼지 1~2마리가 밭을 훑고 지나간 흔적만 있을 뿐이다. 이씨는 “이맘때 옥천 이곳저곳에서 복숭아 농장과 고구마·콩밭을 마구 휘젓던 멧돼지 떼가 대폭 줄었다”며 “지난 겨울 멧돼지 포획 활동을 대대적으로 벌인 효과가 이제야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 6개월간 멧돼지 상설포획단 운영
서식 개체 수 절반인 1만6000마리 포획
피해 보상건수 93건→9건으로 뚝
엽사들 “멧돼지 무리 줄고 1~2마리 보여”


 
 6개월간 야생 멧돼지 토벌 작전을 한 충북에서 농작물 피해가 크게 줄었다. 24일 충북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도내 11개 시·군에서 접수된 멧돼지 농작물 피해 보상건수는 9건으로 피해금액은 3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93건(보상금 7100만원)과 비교해 건수가 10분 1로 줄었다. 피해 금액은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충북은 지난해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확산하자, 이시종 충북지사의 특별지시로 멧돼지 포획단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멧돼지는 돼지열병 주요 감염 매개체로 꼽힌다. 멧돼지는 이 병에 걸리더라도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은 채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살아간다. 김남훈 충북도 자연환경팀장은 “돼지열병이 번지면 축산 농가 전체가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어서 멧돼지 포획단을 늘리기로 결정했다”며 “엽사를 늘려 멧돼지 수를 줄이자, 농작물 피해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야생멧돼지 관리지역 및 발생지역. 연합뉴스

야생멧돼지 관리지역 및 발생지역. 연합뉴스

 
 충북도는 44개반 132명의 엽사로 구성된 상설포획단을 지난해 10월에 96개반 385명으로 증원했다. 이들은 멧돼지 한 마리당 포획 포상금 20만원을 받았다. 포획단 규모가 커지자 멧돼지 포획 건수는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3857마리였던 포획 건수가, 도지사 특별지시 이후인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만2480마리로 늘었다. 이 기간 포획 건수를 합치면 1만6383마리에 달한다. 김 팀장은 “멧돼지 서식 밀도를 1㎢당 4.8마리로 봤을 때 충북에 사는 멧돼지 수는 3만2765마리로 추정된다”며 “포획단은 추정 서식 개체 수의 절반에 가까운 야생멧돼지를 잡았다”고 말했다.

 
 멧돼지 주요 출몰 지역인 옥천은 지난해 상반기 10건이던 멧돼지 피해 신고 건수가 현재 한 건도 없다. 옥천군은 올해 유해야생생물 피해 보상 예산 5000만원을 세웠으나, 40만원 밖에 쓰지 못했다. 옥천군 관계자는 “고라니가 배추밭에 들어와 잎을 뜯어먹었다는 피해 신고가 접수돼 40만원을 보상해줬다”며 “지난해 멧돼지 피해 보상으로 3500만원을 썼는데 올해는 예산이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강원 화천군 화천읍 배수펌프장 주차장에서 야생 멧돼지를 잡는 포획틀이 군부대에 전달됐다. 군 장병이 포획틀의 사용법 등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강원 화천군 화천읍 배수펌프장 주차장에서 야생 멧돼지를 잡는 포획틀이 군부대에 전달됐다. 군 장병이 포획틀의 사용법 등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괴산군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은 매년 옥수수 수확을 앞두고 멧돼지가 농작물을 먹어치우는 등 피해가 컸으나 올해는 크게 줄었다. 모관용 괴산군 환경정책팀장은 “지난해 20건의 멧돼지가 피해 신고가 있었지만, 올해 5건으로 확 줄었다”며 “예년보다 멧돼지 포획 건수가 500마리 이상 늘면서 옥수수밭 피해가 감소했다”고 했다.

 
 음성에서도 지난해 멧돼지가 과수원을 파헤쳐 놨다는 신고가 이어졌지만, 올해에는 농작물 피해 보상신청이 1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야생생물협회 괴산지회 지광식(49) 사무국장은 “머리가 좋고 조심성이 많은 멧돼지는 몸을 숨기며 개체 수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며 “옥수수 수확이 곧 시작되는 만큼 농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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