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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 꺼낸 홍업, 민법책 든 홍걸…막장 치닫는 'DJ 아들의 난'

중앙일보 2020.06.24 05:00
이희호 여사 1주기 추도식이 열린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묘역에서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왼쪽)과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이희호 여사 1주기 추도식이 열린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묘역에서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왼쪽)과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2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3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40억 유산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두 이복 형제는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감정가액 32억5000만원)와 노벨평화상 상금(8억원)을 두고 갈등을 빚어 왔다.
 
김홍걸 의원 측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이희호 여사의 유지를 진행시키는 데 있어서 (김 이사장이 이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존 김대중기념사업회가 아닌 김대중·이희호 기념관 설립을 위한 별도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반면 김홍업 이사장 측은 "김대중 기념사업을 3형제(홍일·홍업·홍걸, 김홍일은 지난해 4월 작고)가 함께 상의하라는 게 과거 이희호 여사님의 뜻이었는데, 김 의원이 혼자 주도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동교동계 중심 vs 친노 주축

 
김홍걸 의원 측이 발족시킨 김대중·이희호 기념관 설립 추진위원회에는 함세웅 신부, 허성관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한완상 전 부총리, 유시춘 EBS 이사장이 참여할 예정이다. 함 신부와 한 전 부총리는 김대중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허 이사장은 동아대 교수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위원과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대표적인 친노(親盧) 인사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누나인 유시춘 이사장도 '친노 성향'에 가깝다.
 
이 같은 추진위 인물 구성은 기존 김대중기념사업회와 결이 다소 다르다. 김대중기념사업회는 '동교동계 맏형'이던 권노갑 전 더불어민주당 고문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윤철상·전갑길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가 주축이다. 
 
김대중기념사업회에 대해 김정기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이사는 "사무실도 없고 이름뿐이다. 생명력이 없다"며 "이희호 여사의 유지를 더 훌륭하게 받들기 위해서 추진위를 따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의원 측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권노갑 이사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권 이사장이 지난 4월 1일 내용증명을 보내 '4월 6일까지 상속재산을 이전하겠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으면 기자회견과 소송에 돌입하여 국민께 알리겠다'고 했다"며 "당시 비례대표로 출마한 김 의원에게 요구대로 하지 않으면 선거에 타격을 주겠다는 명백한 위협이었다"고 주장하면서다.
 
이에 대해 김홍업 이사장 측은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했던 사람들을 젖혀두고 자기 마음대로 기념사업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김정기 민화협 상임이사(왼쪽)와 조순열 변호사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홍걸 민주당 의원의 재산상속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동교동 자택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김정기 민화협 상임이사(왼쪽)와 조순열 변호사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홍걸 민주당 의원의 재산상속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동교동 자택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공증 받지 않은 유언장 두고 공방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논란이 됐던 노벨평화상 상금(8억원)의 행방도 공개됐다. 상금 중에 일부가 세금(상속세)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김정기 상임이사는 "동교동 사저의 상속세가 50%까지 가는데 그러면 김 의원이 상속세를 낼 돈이 다 없지 않으냐"며 "국세청과 얘기해 5회에 걸쳐 분납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홍업 이사장 측은 이희호 여사가 생전(2017년 2월) 날인한 유언장을 근거로 "노벨평화상 상금을 김대중기념사업회에 기부하라"고 김 의원 측에 요구했다. 이 여사와 3형제, 그리고 김성재 김대중도서관장과 최재천 변호사(17·19대 국회의원) 등이 공동 날인한 이 유언장 첫 장에는 "노벨평화상 상금 8억원에 대해서는 김대중기념사업회에 전액 기부한다.(단 기부 당시 현금의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다)"라고 기재돼 있다.
 
다만 이 유언장은 공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 법적 효력을 두고 공방이 예상된다. 김홍걸 의원 측은 이희호 여사와 친자 관계가 아닌 장남·2남이 상속받을 수 없다는 민법 규정을 근거로 하고 있다. 반면 김홍업 이사장 측은 "유언장에 이희호 여사의 유지가 담겨 있고 여러 증인이 있는 만큼 사인 증여의 효력은 있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최근 법원은 동교동 사저에 대한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양측이 합의하지 않는 한 재산 처분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홍업·홍걸 두 형제의 감정적인 골이 깊어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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