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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일어난 해는 1950년" 10대 7명중 1명만 맞췄다

중앙일보 2020.06.24 05:00 종합 5면 지면보기
6ㆍ25 전쟁이 시작된 후 불과 한 달이 지나지 않은 7월 20일 북한군 3사단이 탱크를 앞세우고 대전으로 진입하고 있다. [중앙포토]

6ㆍ25 전쟁이 시작된 후 불과 한 달이 지나지 않은 7월 20일 북한군 3사단이 탱크를 앞세우고 대전으로 진입하고 있다. [중앙포토]

 
6ㆍ25 전쟁에 대한 이해와 인식 수준은 세대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나이가 어릴수록 상대적으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6·25 70주년, 옅어지는 기억 上]
6·25 배경 어떻게 알고 있나
20대 “북한이 침략한 것만 안다”
40대 “김일성 의지, 스탈린 지원”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인식은
20대 “통일 생각해 적대감 줄여야”
60대 “북한의 존재는 잠재적 위협”

 
특히 표적집단심층면접(FGI)에만 참가한 10대(7명)중 1명 만이 6ㆍ25 전쟁이 ‘1950년에 일어났다’고 정확하게 답했고, 나머지 6명은 틀리거나 아예 몰랐다. 설문조사 응답자(19~79세)의 64.3%가 ‘1950년’이라고 정확하게 알고 있던 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설문 조사에서 6ㆍ25 전쟁이 일어난 연도를 정확하게 답한 비율은 50대(79.6%)가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71.2%), 60~70대(60~79세·68.6%), 30대(50.9%), 20대(45.6%) 순이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모든 세대에서 전쟁을 북한의 한국 침략으로 인지하고 있지만, 세대별로 다소 차이가 있었다. 면접 조사에서 젊은 세대(10ㆍ20대)는 ‘6ㆍ25전쟁이 적화통일을 위한 북한의 침략’이라는 수준에서 이해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쟁 원인에 대해 한 20대 참석자는 “북한이 예고 없이 그냥 쳐들어 왔다. 이 정도”라고 응답했다. 20대 이하는 교과서 교육 내용을 중심으로 지식을 형성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 2018년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에서 6·25 전쟁과 관련해 교육과정에 '남침'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연합뉴스]

지난 2018년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에서 6·25 전쟁과 관련해 교육과정에 '남침'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연합뉴스]

 
이와 달리 40대 이상에선 6ㆍ25 전쟁의 배경과 과정을 상대적으로 상세하게 인식했다. 한 40대 참석자는 “김일성의 침공 의지와 스탈린의 지원”이라고 답했다. 한 50대 참석자는 “북한군의 군사력이 우리보다 뛰어나긴 했지만, 소련의 지원이 없었으면 군사력이 그렇게 뛰어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소위 ‘86세대(80년대 학번, 1960년대생)’로 불리는 50대와 60~70대 일부에선 한국 정부 책임론을 보이기도 했다. 조사 참석자 중 일부는 한국 정부와 정치권의 갈등과 무능력이 북한에 침략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언급했다.
 
한 50대 참석자는 “우리나라는 일제 식민지배만 벗어났지 독립성을 갖는 대표가 없었다. 김일성은 소련의 영향을 받았고 이승만은 미국편이었다”고 했다. 70대의 한 참석자는 “정치권력에 놓고 혼란이 있었고 (전쟁에) 준비 못 한 당시 이승만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조사 결과 6ㆍ25 전쟁에 대한 교육 내용과 관련, 전쟁에 대한 단순 사실은 기억했지만, 전쟁의 원인과 배경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 하거나 단편적인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에 교육을 받은 10ㆍ20대 세대가 오히려 30대 이후 세대보다 교과서 교육 내용에 대한 기억이 더 약한 경향을 보였다.
 
조사에 참여했던 허재영 연세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는 “요즘 10대가 접하는 교과서는 이전 세대보다 6·25 전쟁 관련 내용이 줄어들어 기억하고 있는 내용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반적으로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인식은 과거보다 약해졌다. 50대 이하 세대는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과거보다 많이 줄었고, 함께해야 할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인식을 보였다. 한 50대 참석자는 “시대가 변했으니까, 원수처럼 계속 살 수는 없다”고 말했고, 한 20대 참석자는 “북한과 통일을 생각해야 하니 적대감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런 가운데 60대 이상 세대에선 젊은 층의 반공의식이나 북한에 대한 경계심이 약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60대 참석자는 “젊은 사람들은 아직 전쟁에 대해서 개념을 갖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60대는 “우리는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뼈저리게 느꼈던 세대이고 북한을 잠재적인 위협이라고 생각하는데, 젊은 친구들과 얘기해 보면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참석자는 6ㆍ25 전쟁 기념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세대별로 인식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설문 조사에서 전쟁 기념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93% 수준으로 나타났다. 면접조사를 보더라도 10~30대 젊은 세대에서도 국군 참전 용사의 국가수호 기여나 희생의 의미가 후대까지 계속 기억돼야 한다고 인식했다.
 
한 70대 참석자는 “친구 아버지가 전쟁터에 나가서 돌아가셨고, 기일만 되면 지금도 울더라”고 전했다. 한 10대 참석자는 “그분들 덕분에 지금 전쟁을 하지 않고 살고 있으니 잊으면 안 된다”고 답했다.
 
한국홍보학회장인 신호창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못살던 시절에는 경제발전이 국가의 핵심 가치였다면, 선진국에 들어선 지금은 국가 정체성이 중요하다”며 “보훈의 가치를 통해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6ㆍ25 전쟁에 대한 인식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설문 조사와 함께 표적집단심층면접(FGI)을 병행했다. 면접 조사는 세대별 인식을 명확하게 비교하기 위해 총 42명(만 17세 이상 만 79세 이하 남녀)을 연령별로 10대부터 60대까지 7명씩 묶은 6개 그룹으로 나눴다. 조사 대상은 성별ㆍ연령ㆍ출생지를 고려해 선정했고 직업은 학생ㆍ대학생ㆍ사무직ㆍ전문직ㆍ전업주부가 골고루 포함됐다.
 
이철재·박용한·이근평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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