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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 전단과 확성기로 긴장 부추겨선 안 된다

중앙일보 2020.06.24 00:09 종합 30면 지면보기
최근 대북 전단과 대남 확성기 문제 등으로 남북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한 탈북단체는 지난 22일 밤 당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50만 장의 대북 전단을 기습 살포했다. 대북 전단을 뿌리는 게 옳은지 그른지는 언론의 자유 등과 관련돼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사소한 마찰이 심각한 충돌로 비화할 수도
남북, 차분함 되찾고 서로 냉각기 가져야

하지만 당국이 처벌 원칙을 밝힌 상황에서 대북 전단을 기습 살포하고 이 사실을 보란 듯 선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자칫하면 북한을 자극함으로써 남북 평화 프로세스 자체를 망치기로 작정한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이에 앞서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 따라 철거됐던 비무장지대(DMZ) 내 40여 곳의 대남 확성기를 북한이 다시 달기 시작한 사실이 지난 22일 포착됐다. 이뿐 아니라 대북 전단에 맞서 북한도 “1200만 장의 삐라(전단)와 3000여 개의 풍선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런 북한의 경고대로 대남 심리전이 시작되면 남측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계기로 군은 북한의 위협에 ‘상응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터라 확성기를 다시 달고 대북 방송을 재개해야 할 형편이다.
 
DMZ 일대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면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22일에는 우리 공군의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가 출격했으며 미군 역시 특수정찰기 가드레일을 수도권 상공에 띄웠다. 머잖아 김정은 정권은 미국이 우려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감행할 수도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최근 두 달 동안 평양 및 함경남도 일대에서 SLBM과 ICBM 시험발사와 조립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다고 한다. 결국 문재인 정권 출범 이래 줄기차게 진행됐던 남북한 간 긴장 완화 노력이 물거품이 될 판이다.
 
북한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지, 아니면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빗장을 풀 것인지를 놓고 생각이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지난 70년 전에 일어났던 한국전과 같은 비참한 무력 충돌은 없어야 한다는 점에선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볼 때 최근 벌어지는 상황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20일 주러 북한대사관은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은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금의 안보 상황으로 볼 때 협박성 발언이 틀림없지만 이런 성명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결코 달가운 일은 아니다.
 
남북한 양쪽 간 감정이 계속 격해지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평소 같으면 그냥 넘어갈 만한 사안도 양측이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자칫하면 더 큰 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 한반도 상공에 긴장의 먹구름이 감도는 건 불행한 일이다. 그러니 남북 모두 차분함을 되찾고 당분간 냉각기를 갖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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