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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의 ‘넘사벽’ 대구FC 스리백 ‘팔공산성’

중앙일보 2020.06.24 00:04 경제 6면 지면보기
대구FC의 상승세를 이끄는 장신 스리백 김우석·정태욱·조진우(왼쪽부터). 대구 팔공산에 빗대 ‘팔공산성’으로 불린다. [사진 대구FC]

대구FC의 상승세를 이끄는 장신 스리백 김우석·정태욱·조진우(왼쪽부터). 대구 팔공산에 빗대 ‘팔공산성’으로 불린다. [사진 대구FC]

대구FC는 요즘 프로축구에서 가장 잘 나가는 팀이다. K리그1 개막 후 4경기에서 무승(3무1패)을 기록하다 최근 4경기에선 무패(3승1무) 팀으로 돌변했다.  
 

4경기필드골 허용 ‘0’ 무패 견인
홍정운 부상 탓 급조됐지만 철벽
평균 키 190㎝ 공중전 리그 최강
각자 장점 뚜렷, 더 강해지는 중

순위가 6일 10위까지 떨어졌다가 단숨에 4위까지 치고 올라가, 선두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팬들은 파죽지세의 비결로 외국인 공격수 트리오 ‘세데가’ 세징야(31)·데얀(39)·에드가(33)의 득점력을 꼽는다. 그런데 ‘세데가’ 활약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전문가는 대구 상승세의 일등공신으로 ‘팔공산성(山城)’을 꼽는다. 팔공산성은 정태욱(23)·김우석(24)·조진우(21)로 이뤄진 대구의 장신 스리백 수비라인이다. 단단한 수비력을 대구의 명산 팔공산에 빗대 붙인 별칭이다. 팔공산성은 5라운드 성남전(7일)부터 가동됐는데, 대구는 이 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뒤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필드골(페널티킥 3실점·프리킥 1실점) 허용도 없다. 대표급 수비수가 포진한 전북 현대나 울산 현대만큼 화려하지 않지만, 가성비 최고다.
정태욱(왼쪽 두 번째)은 성남전에서 헤딩으로 결승골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정태욱(왼쪽 두 번째)은 성남전에서 헤딩으로 결승골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정태욱·김우석·조진우를 22일 전화 인터뷰했다. 이들은 여느 20대 초반 청년처럼 밝았다. 인터뷰 내내 웃음이 쏟아졌고 농담도 즐겼다. 경기에서 상대 공격수를 마주했을 때 보이는 냉정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정태욱은 “평소에는 지금보다 더 ‘업’된다. 일상이 즐거워야 축구도 즐겁다”고 말했다.
 
팔공산성이라는 별명처럼 이들의 최대 장점은 높이다. 정태욱(1m94㎝), 김우석(1m87㎝), 조진우(1m89㎝)의 평균 신장은 1m90㎝이다. 농구선수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웬만한 공중볼 경합에도 밀리지 않는다. 실제로 정태욱은 공중 경합(43회)이 가장 많은 수비수다. 2위 울산 불투이스(31회)보다 10회 이상 많다. 인터셉트(23회)도 1위다. 김우석(지상 경합 6위)과 조진우가 가세하면 말 그대로 ‘공중전’에서 리그 최강이다.
 
조진우(왼쪽 두 번째)는 몸을 사리지 않는 저돌적인 플레이가 돋보인다. [연합뉴스]

조진우(왼쪽 두 번째)는 몸을 사리지 않는 저돌적인 플레이가 돋보인다. [연합뉴스]

셋 다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커, 골 넣는 수비수) 능력도 갖췄다. 세트피스 상황 때면 나란히 공격에 가담한다. 정태욱은 성남전(2-1승)에서 타점 높은 헤딩 결승골을 터뜨렸다. 팬들은 "농구의 덩크슛 장면 같았다”고 칭찬했다. 정태욱은 "수비수로서 넣는 골은, 공격수의 결정적인 골 찬스를 태클로 걷어낸 것만큼 짜릿하다. 자주 느끼고 싶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사실 팔공산성은 이달 들어 급조된 수비 조합이다. 원래 대구 스리백 수비라인을 이끌던 주장 홍정운(26)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다. 그 자리에 조진우가 대신 들어갔다.  
 
팔공산성 평균 나이는 22.6세. 일각에선 "경험이 부족하다”고 걱정했다. 다행히 정태욱이 홍정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빈틈없이 해내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나이에 비해 경험이 많은 덕분이다. 그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2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우승 멤버다.
 
김우석(왼쪽)은 지상 경합에 일가견이 있다. 볼을 뺏은 후엔 장기인 패스로 공격 전개의 시발이 된다. [뉴스1]

김우석(왼쪽)은 지상 경합에 일가견이 있다. 볼을 뺏은 후엔 장기인 패스로 공격 전개의 시발이 된다. [뉴스1]

김우석은 "(정)태욱이가 흐름을 읽고 수비라인을 리딩하는 모습은 베테랑처럼 안정적”이라고 치켜세웠다. 다른 두 사람 역할 분담도 확실하다. 김우석은 빌드업 스페셜리스트다. 팀의 장기인 역습의 시발점이다. 경기당 전방 패스 24.1개(수비 8위)다.  
 
막내 조진우는 돌격대장이다. 신인이지만 웬만해서는 겁먹지 않고, 상대 공격수를 강하게 압박한다. U-19 국가대표 출신인데, 거친 몸싸움도 겁내지 않는다. 조진우는 경기에 나서기 시작한 이번 달 기록만 따지면 수비 공중경합 부문 4위다.
 
정태욱은 "(조)진우가 워낙 적극적으로 해줘서 부담이 없다. 오래전부터 함께 뛴 것처럼 호흡이 좋다”고 칭찬했다. "흔히 말하는 서로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냐”고 묻자, 정태욱은 "모른다. 눈빛만 보고 어떻게 아나.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팀워크를 완성하는 과정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우는 "아직 경험도 기술도 없다. 매 경기 사력을 다한다. 부족한 건 형들이 메워준다”고 공을 돌렸다.
 
조진우는 ‘어린 꼰대’로 불린다. 경기 중 다급하면 반말을 쏟아내 붙은 별명이다. 조진우는 "‘야, 정태욱 뒤를 봐’‘김우석 공격 올라가지 마’ 같은 식으로 말하는데, 형들이 이해해준다. 수비도 하고 스트레스도 풀고 일석이조”라며 웃었다. 이어 "형들이 외출할 때 좀 데려가면 좋겠다. 반말했다고 벌주는 걸 수도 있는데, 커피 살 의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태욱은 "앞으로는 챙겨주겠다. 하지만 커피 사겠다는 거 진심이냐”고 받아쳤다.
 
팔공산성의 올 시즌 목표는 리그 최고의 수비벽을 세우는 일이다. 셋은 "K리그의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되는 게 목표다. 셋이 함께하면 그 어떤 팀도 두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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