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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 손에 달린 교원노조법, 전교조 재합법화 길 열린다

중앙일보 2020.06.24 00:02 종합 3면 지면보기
정부가 23일 국무회의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될 개정안은 퇴직 교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는 근거 조항이 사라지게 돼 노조로서의 법적 지위를 잃었던 전교조가 다시 정상적인 노조로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법안에 퇴직교원 노조 가입 허용
보수성향 교원단체 반발 가능성

1999년 교원노조법 제정·발효에 따라 합법화됐던 전교조는 7년 전인 2013년 정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그해 9월 고용부는 전교조에 해직 교사 9명을 노조에서 탈퇴 처리하라는 내용의 시정 요구를 했다. 전교조는 노조 규약으로 해직 교사도 조합원 자격을 갖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는 현직 교원만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한 교원노조법 2조와 배치돼서다.
 
하지만 전교조는 시정 요구에 불응했다. ILO 등 국제사회의 기준에 따라 해고자도 노조원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2013년 10월 고용부는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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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맞서 전교조는 행정명령 취소 소송을 냈다. 하지만 2014년 1심에 이어 2016년 2심에서도 패소했다. 전교조는 조합원 자격을 제한하는 교원노조법 2조가 위헌이라고 주장했지만, 2015년 5월 헌법재판소는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1·2심에서 패소한 전교조는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사건이 접수된 지 3년10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기로 했다.
 
해당 규약의 변경을 고려하지 않는 전교조가 합법화할 수 있는 길은 대법원에서 승소하거나 교원노조법이 개정되는 것, 둘 중 하나다. 7년여를 끌어온 법외노조 소송전의 결론은 올해 안에 날 것으로 보이지만, 교육계 안팎에선 교원노조법 2조가 유지되는 한 전교조가 승소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법외노조 처분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는 만큼 대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전교조 재합법화의 걸림돌이 사라진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임기 초반에 (전교조의) 법외노조를 철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정부는 ILO 핵심 협약 비준안과 노조법 개정안 등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막혔고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교육계 관계자는 “여당이 절대다수의 의석을 확보한 이번 21대 국회에선 통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교조에 부정적인 보수 성향 교육단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천인성·남윤서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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