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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단독 법사위, 법원행정처장에 한명숙 사건 다그쳤다

중앙일보 2020.06.24 00:02 종합 10면 지면보기
조재연

조재연

176석의 완력으로 국회 법제사법위를 차지한 거여(巨與)가 23일 법원행정처도 강하게 압박했다. 18일 강성(强性)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검찰에 순치됐느냐”라고 몰아붙였던 거여의 법사위원들은 이날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법원의 신뢰도가 경찰보다 낮다. 창피할 일”이라고 공박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이뤄진 법원행정처와 대법원 양형위원회, 법제처 대상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다.
 

“한명숙 2심 공판중심주의 후퇴”
조 처장 “개별사건 답변 힘들어”
윤석열 총장 출석 압박성 발언도

이날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집중됐다.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이 난 사안이었지만 법사위원들이 거론한 건 최종 판결이 아닌 2심이었다. 무죄(1심)서 유죄로 바뀐 심급이었다. 판사 출신 박범계 의원이 초장부터 조 처장을 압박했다. “‘수사 기록을 던져버리라’는 말을 누가 했는지 아느냐”면서다. 해당 발언은 2006년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다. 기록이 아닌 실제 법정에서의 심리를 중요시하란 의미다.
 
박 의원은 “한 전 총리 재판은 1심에서 23번의 공판을 했는데 2심에서는 불러달라는 증인도 부르지 않고 5번 재판으로 끝나버렸다”며 “2심 판단은 공판중심주의 후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처장은 “개별적 사건에 대해 답변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검사 출신 송기헌 의원도 한 전 총리 사건으로 법원을 비판했다. 송 의원은 “그 사건을 보면 판사들이 인권에 관한 감수성이 굉장히 미약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전 총리 재판의 주요 증인이 검찰에서 수십 번 조사를 받았는데 조서 작성은 몇 차례 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에도 정상적인 조사가 되지 않은 사정은 인정하지만, 그에 대한 제대로 된 질책은 없어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판 중에 검사가 그 사건에 대해 계속 수사하는 것은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처장은 이번엔 “기본적으로 송 의원님 (말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검사 출신 소병철 의원도 한 전 총리의 주요 증인 얘기를 꺼내곤 “제발 현란한 법 이론을 생각하지 말고 사회적 약자, 적법 절차가 지켜지는지 살펴달라”며 “법원에 대해 국민이 불신하면 재판소원이 등장할 것이다.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이날 “아무리 (상급 기관인) 법무부가 끝났다지만 대검에 대해 이렇게 논란이 많다면 업무 보고는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법사위 출석 압박이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국정감사를 제외하면 (법사위가 대검에 대한) 업무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도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알아봐야겠다”고 했다. 여지를 열어둔 셈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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