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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산불처럼 번진다"는데 곳곳 봉쇄 해제...전세계 감염자 900만명 돌파

중앙일보 2020.06.23 18:54
세계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령을 속속 풀고 있다. 오랜 봉쇄에 경제난이 심해지고, 국민들의 피로감도 커지면서다. 문제는 감염 확산 속도가 꺾이기는커녕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이른바 '방역 모범국'조차 2차 유행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경고도 잇따라 나온다.  
5월 24일 미국 메모리얼데이 연휴를 맞아 미주리주 오자크 호수 인근 수영장에 인파가 몰렸다. [로이터=연합뉴스]

5월 24일 미국 메모리얼데이 연휴를 맞아 미주리주 오자크 호수 인근 수영장에 인파가 몰렸다. [로이터=연합뉴스]

"빠르게, 지속적으로 번진다"

코로나19에 일시 정지됐던 전 세계는 점차 일상을 되찾고 있다. 프랑스는 휴교령, 휴업령을 철회했고, 스페인은 격리조치 없이 관광객이 입국하도록 허용했다. 미국은 대부분 주가 봉쇄령을 완화하면서 술집과 음식점이 일제히 영업을 재개했다. 

봉쇄 풀리자 확산세 가팔라져
독일 등 '방역모범국'들도 흔들
쌓인 피로감에 2차 방역 더 어려워
"한국 등도 거리두기 강화해야"

 
동시에 감염자도 늘고 있다. 22일 기준 AFP통신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누적확진자 수는 9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일주일 사이에만 100만 명 이상이 늘면서 37일 만에 두 배가 됐다.  
 
2차 유행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22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로나19 2차 유행이 시작됐다"는 의견이 나오고있다. 확진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확산속도가 3월보다 빨라졌기 때문이다. 확진자 수가 오르락 내리락했던 5월 중순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이다.
 
22일 프랑스 툴루즈의 줄리앙 초등학교로 등교하는 아이들. 프랑스는 이날부터 휴교령을 전면 해제했다. [AFP=연합뉴스]

22일 프랑스 툴루즈의 줄리앙 초등학교로 등교하는 아이들. 프랑스는 이날부터 휴교령을 전면 해제했다. [AFP=연합뉴스]

 
이런 현상은 미국에서 두드러졌다. 최근 텍사스·플로리다·캘리포니아 등 10개 주에서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CNN 자체 분석 결과 애리조나주는 2주 만에 누적확진자가 두 배가 됐고, 캘리포니아주는 일일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미네소타대학 전염병연구정책센터 소장 마이클 오스터홀름은 "미국 내 코로나19가 산불처럼 번지고 있다"며 "그 속도가 줄어들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방역 모범국으로 꼽힌 독일도 흔들리고 있다. 육류가공공장·요양원·물류회사에서의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일어나면서다. 코로나19 환자 1명이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 수인 재생산지수(R)도 1.79에서 2.88로 높아졌다. BBC는 코로나19 통제조치가 느슨해진 한국·중국·이란에서도 확진자 수가 다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2차 유행 조짐을 보인다고 전했다.
 

여름 휴가 앞두고 속속 풀리는 봉쇄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코로나19 방역차원에서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걷고있다. 베이징에서는 지난 11일 다시 확진자가 발생한 지 12일 만에 누적확진자가 250명에 육박했다. [AP=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코로나19 방역차원에서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걷고있다. 베이징에서는 지난 11일 다시 확진자가 발생한 지 12일 만에 누적확진자가 250명에 육박했다. [AP=연합뉴스]

확진자가 다시 증가한 국가의 공통점은 이른 봉쇄 해제다. 전문가들은 5월 초 각국이 봉쇄 해제를 준비하자 '2차 유행'을 경고한 바 있다. 앤드리아 아몬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국장은 지난달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에 코로나19의 2차 유행은 분명히 온다. 문제는 언제, 얼마나 큰 규모로 일어나는가"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겨울 유럽의 '스키 휴가'가 코로나19 확산에 시발점이 됐다며 "이번 여름 휴가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 보건부 관계자 인 제롬 살로몬 역시 FT와의 인터뷰에서 "여름휴가 이후 많은 확진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너무 이르다는 지적에도 상당수 국가에서 5월 말부터 봉쇄 해제를 밀어붙였고, 결국 2차 유행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을·겨울 더 큰 확산을 우려하며 지금이라도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담 쿠차르스키 런던 위생학교의 전염병 학자는 BBC에 "확산을 막으려면 일일 확진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서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집단감염 등으로 2차 유행이 발생한 만큼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지쳤다…'2차 유행 방역' 더 어려울 것

다만 봉쇄령을 다시 내린다 해도 '방역' 효과는 확산 초기보다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쿠차르스키는 "2차 유행은 코로나19사태를 원점에서 다시 맞는 것과 같다"고 BBC에 말했다. 이미 장기화한 통제에 쌓인 불만, 그리고 피로감이 방역 효과를 낮출 것이라는 얘기다. 
 
21일 밤 독일 슈투트가르트 도심에서 일어난 시민 폭동으로 피해를 입은 상점.[AFP=연합뉴스]

21일 밤 독일 슈투트가르트 도심에서 일어난 시민 폭동으로 피해를 입은 상점.[AFP=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봉쇄가 해제된 뒤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카페와 음식점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스마트폰 추적 앱 사용률도 저조하다. FT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코로나19는 사라졌다"며 경각심이 느슨해졌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는 강력한 통제에 반발해 폭력 사태까지 일어났다. 독일 괴팅겐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단체 격리에 반발한 주민이 경찰과 충돌했고, 통제 조치로 문을 닫은 술집이 많은 슈투트가르트 도심에서는 경찰을 겨냥한 집단 폭동이 발생했다. 현지 언론은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 통제에 불만을 느낀 사람들이 폭력적으로 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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